•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1 한국 건축의 변화 양상
  • 03.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
  • 적절한 색채의 사용
천득염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으로 색의 사용을 절제하며, 하얀색을 즐겨 사용하였다고 한다.51)백의를 숭상하는 습속은 중국 사서인 『三國志』 魏書 東夷傳에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백의 습속은 고대 이래의 오랜 유습임을 알 수 있으며,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여러 차례 반포된 白衣禁止令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19세기 한국을 다년간 서양인의 기록에서도 한국인이 남녀를 막론하고 흰옷을 입고 다녔다 한다. 흰색은 일반적으로 우리 민족의 민족성과 결부시켜 이해되고 있는데, 일견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천박함·단순함·미개함이라는 일제의 강점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과 결부되어 이해되기도 한다. 결국 우리 민족이 색의 사용에 있어 대단히 한정적이고 흰색을 즐겨 썼다는 것은 잘못된 이해이다. 사실 한국 건축을 비롯한 여러 유구에 있어서 고대사회부터 호화로운 색을 즐겨 썼으며 색채를 상당히 중요하게 다룬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확대보기
한국적 색조, 조선시대의 백자
한국적 색조, 조선시대의 백자
팝업창 닫기

한국의 의복이나 건축을 비롯하여 미술과 공예를 보더라도 화려하고 훌륭한 형식이 다양하게 있었으며, 각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색채에 의한 유형이 존재하였다. 이는 한국인의 다양한 미적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특히 건축조영의 화려한 장엄조식에서 그 일례를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고분벽화에서 벽면에 그려진 사실적이며 호화로운 벽화와 현존하는 목조건물의 단청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확대보기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 대웅전의 내부 단청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 대웅전의 내부 단청
팝업창 닫기
확대보기
색을 사용한 쌍영총 벽화
색을 사용한 쌍영총 벽화
팝업창 닫기

장식문양은 기하학적 문양을 비롯하여 식물문양·동물문양·문자문양 등이 사용되었고 색채는 음양오행사상에 따라 5가지 색을 오방(五方)과 사계(四季), 5행인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등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즉, 사방색(四方色)으로 동서남북의 방위와 사계절을 나타내고52)청색은 木으로 동방, 평화, 발전을 나타내고 적색은 火로 남방, 행복, 희열을 나타내며, 황색은 土로 중앙, 토용, 권력, 황제를 나타내고 백색은 金으로 서방, 秋, 평화, 비애를 나타내며 흑색은 水로서 북방, 冬, 파괴, 유현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김정신, 「한국 전통 축색채의장의 특성에 관한 연구」, 『건축학연구』 윤장섭교수 화갑기념논문집, pp.245∼260). 건물에도 호화로운 다양한 채색을 하였다.

특히, 한국 건축은 목조 건축으로 부재의 부식과 해충으로부터 보호를 위해서도 칠을 할 필요성이 있었고, 일반 주택을 제외한 왕궁·관아·사찰 등의 건축에서 건물의 권위와 장엄을 위하여 색채를 사용하였다. 단청을 하는 건축부재는 가칠단청이 기본이 되고, 기둥머리·창방·평방·도리·보·공포·서까래·부연·천장, 그리고 벽체의 일부에 단청을 한다.

중국 건축이나 일본 건축에서는 우리처럼 다양하고 호화로운 색채가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은 녹색이나 적색, 황색으로 원색적인 강열함을 나타내고 있고, 일본은 단색채를 사용하나 보편적으로 색채를 사용하지 않아 오히려 목재의 질감을 즐기는 감이 든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