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2. 지리학적 특성
  • 3) 지형
  • (3) 해안과 해양

가. 해안

 해안선이 길고 동해와 서해의 海況이 크게 달라서 우리 나라에는 각종 해안지형이 다채롭게 발달되어 있다. 해안지형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은 砂濱이다. 파랑이 모래를 해안으로 밀어올려 쌓아 형성한 지형인 사빈은 오늘날 해수욕장으로 널리 이용된다. 강원도의 영동지방에는 해수욕장이 특히 많다. 동해안의 해수욕장은 대부분 모래가 풍부하다. 태백산맥에서 흘러내리는 하천들이 홍수시에 다량의 토사를 바다로 유출하기 때문이다. 동해안은 하천이 모래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데다가 해안선이 비교적 단조롭고 파랑의 작용이 활발해서 사빈이 발달하기에 알맞다.

 서해안은 해안선이 매우 복잡하고 파랑의 작용이 동해안처럼 활발하지 않지만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사빈이 적지 않다. 서해안의 해수욕장은 泰安海岸國立公園에 속한 태안반도와 안면도에 많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는 바다로 돌출하여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큰 파랑을 직접 받아들인다. 해수욕장에서는 모래가 중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서해안의 사빈은 모래의 공급이 부족하여 침식을 받아 후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해수욕장에서는 시멘트구조물로 된 防護壁(sea wall)을 설치하여 사빈의 침식을 막고 있다. 서해안의 사빈들은 대개 구릉으로 둘러싸인 작은 灣入에 초승달 모양으로 발달되어 있고, 사빈의 모래는 주로 연안의 침식물질로 이루어졌다.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 물 위로 드러나는 구간, 즉 潮間帶가 넓게 나타나는 것도 두드러진 특색이다. 남해안은 섬이 많아 외해의 큰 파랑이 육지부의 해안까지 밀려오는 곳이 흔치 않다. 큰 해수욕장을 볼 수 있는 곳은 경상남도의 남해도와 같은 섬이다.

 사빈의 뒤에는 海岸砂丘가 발달한다. 사빈에서 바람에 불려온 모래로 이루어진 지형인 해안사구는 소나무나 砂草로 덮여 있다. 관동팔경에 속한 평해의 月松亭이 해안사구의 소나무숲에 세워져 있다. 겨울철에 강력한 북서계절풍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태안반도와 안면도에는 사빈에 비해 대단히 크고 넓은 해안사구가 곳곳에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규사와 골재의 채굴로 해안사구가 극심하게 파괴되어 왔다. 해안사구는 사빈과 함께 보존해야 할 지형인데도 거의 전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황해도 장연군의 夢金浦는 해안사구로 일찍부터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서해안은 조차가 매우 크고, 갯벌(간석지)의 발달이 세계적이다. 한강·금강·임진강·예성강·대동강 등이 유출하는 토사 중에서 뻘과 같은 미립퇴적물은 潮流에 실려 멀리까지 운반되면서 수면이 잔잔한 해안에 쌓여 갯벌을 형성한다. 갯벌은 퇴적물이 쌓임에 따라 위로 성장하는 동시에 바다쪽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大潮時에만 바닷물에 잠길 정도로 지면이 높아지면 ‘나문재’와 같은 염생식물이 정착하여 鹽生濕地가 된다. 염생습지는 예로부터 흙으로 방조제를 쌓고 조금씩 간척하여 논으로 이용해 왔다.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염생습지가 광범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간척사업이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되어 넓은 염생습지는 모두 없어졌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천수만·시화지구·영암만·새만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간척사업이 초대형화하여 어민들의 생활터전을 빼앗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와 같은 간척사업들이 사회적으로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되었다. 농업용수의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는 간석지가 염전으로 개발·이용되어 왔다. 국가의 주요 산업이었던 천일제염업은 1990년대에 들어서 국내의 소금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쇠퇴하고 대부분의 염전은 폐기되거나 대하양식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해안에는 이밖에 해안단구·해식애·해식동·석호 등 각종 해안지형이 절경을 이루며 산재한다. 鄭敾(謙齋)의<叢石亭>에 묘사된 강원도 통천의 거대한 기둥바위들은 제4기 플라이스토세에 분출한 현무암의 柱狀節理를 따라 형성된 것이다. 사빈과 해안사구의 뒤에 나타나는 강릉의 鏡浦나 고성의 三日浦와 같은 석호도 일찍부터 절경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潟湖는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해안에 많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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