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Ⅱ. 한민족의 기원
  • 1. 고고학적으로 본 문화계통 -문화계통의 다원론적 입장-
  • 4) 한국문화의 다원론

4) 한국문화의 다원론

 한국의 문화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미세하나마 독자적인 편년 설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최근 이의 성과는 강원도지역의 ‘中東部先史文化圈’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강원도의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오는 과도기 시대인 原史時代는 東濊로 대표되는데, 이 시기는 아직 국가 단계 이전의 족장사회로 철기시대 전기(기원전 300∼기원전 1년)에 속한다. 한국의 고고학은 종래의 단선적인 편년관에서 벗어나 강원도의 경우처럼 새로운 지역적 편년의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108)여기에 대하여는≪강원도의 고고학≫(주류성, 2004년 예정)이란 책을 준비중이다.

 문화의 기원에 관한 한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단일·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다원·복합적인 것이다. 그만큼 한국 문화의 기원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초보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제까지의 고고학적 증거를 보면 생각보다 여러 계통의 문화가 시기적으로, 또 지역적으로 달리 유입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신석기시대의 기원이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 유적의 경우에서와 같이 아무르강의 오시포프카 문화와 연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며, 그 연대도 종래 생각했던 기원전 6000년이 아니라 기원전 8000년을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아무르강 하류의 수추섬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의 웅기 굴포리 서포항 2∼3기의 신석기 문화와 같은 유물이 출토되는 점은 아무르 강의 수추섬-연해주의 보이즈만-함경북도 서포항·羅津 등을 연결할 수 있는 공동의 문화권 설정도 가능하다. 이는 이미 오누키 시즈오의 ‘極東平底土器’ 문화권과도 맥을 같이 한다. 또 서해안 지구의 전형적인 빗살무늬 토기는 핀란드-아무르강의 쉴카-바이칼호-한반도로 이어지는 문화계통보다 요녕성의 新樂과 小珠山 지구의 신석기 문화와의 관련성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종래 한국 신석기시대의 문화의 기원만을 국한해 이야기 할 때에도 단순히 북방계통만으로 언급할 것이 아니라 신석기 자체 편년에 따른 다각도의 문화 기원설이 제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문화계통의 다원론이 언급될 때가 된 것이다. 즉 종전의 빗살문 토기의 단선적인 시베리아 기원설은 여러 가지 문화계통의 하나, 즉 다원론적 입장에서 수정·보완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우리의 고고학 편년 중 일제시대의 식민지 사관의 영향하에 만들어진 금석병용기(aneolithic, chalcolithic age)시대가 북한학자들의 노력으로 폐기되어 청동기시대로 대체된 지 오래고 그 연대의 상한도 기원전 15세기경을 오르게 되었다.109)최몽룡 외,≪한국사≫3(국사편찬위원회, 1997), 5쪽. 이것은 남쪽의 청동기시대 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강릉시 교동의 유적을 비롯한 여러 유적의 연대 상한이 점차 증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서울 송파구 풍납동 토성(사적 11호)의 발굴로 인해 종래 식민지 사관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원삼국시대란 용어가 점차 설득력을 잃고110)金貞培,≪韓國古代史와 考古學≫(신서원, 2000), 243∼254쪽. 대신 ‘철기시대 후기’ 또는 ‘삼국시대 전기’(서기 1년∼서기 300년)란 용어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三國史記≫의 삼국시대 개시기에 대한 연대의 인정에서 비롯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삼국사기≫초기 기록의 取信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고고학자료는≪삼국사기≫초기 기록의 신빙성을 점차 입증해 주고 있다. 이들은 통해 우리의 긍정적인 역사관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111)최몽룡,≪흙과 인류≫(주류성, 2000), 277∼284쪽.

 또 마지막으로 언급되어야 할 점은 우리의 고고학에 있어서 문화계통의 다원론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적인 연구 방법이 적극적으로 응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방사성탄소연대와 같은 절대 연대를 비롯하여, 토기의 바탕흙(태토)의 성분 분석을 하여 산지의 추정을 거쳐 무역의 존재까지 입증해 주는 주사전자 현미경 분석과 X-선 회절분석 등이 포함된다.112)최몽룡외,≪고고학과 자연과학≫(서울대 출판부, 1996), 36쪽. 최근(2002년 8월 21일 현장설명회)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南陽州好坪) camp site in situ인 후기구석기시대(16,500∼33,000B.P) 유적에서 다양한 흑요석제 석기와 함께 外來의 것으로 추정되는 chalcedong(옥수:玉髓)로 만들어진 석기도 두점 출토되었다. 앞으로 이들의 원산지 파악이 후기구석기시대의 문화계통을 연구하는데 절대적이다. 그리고 최근 무덤 속의 인골들의 인척 관계와 殉葬 문제까지를 밝혀주는 DNA 분석도 가능하다. 그리고 토양쐐기(soil wedge) 또는 언땅트기(ice wedge) 현상의 확인에 의해 구석기시대의 층위를 확인해 주는 연구까지 심화되고 있다.113)최몽룡외,≪고고학연구 방법론≫(서울대출판부, 1998), 275쪽. 이와 같이 자연과학의 연구방법론을 한국고고학 연구에 응용하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지역 편년 문제를 포함하는 한국고고학의 객관적인 편년 문제, 문화의 다원론적인 기원과 다양한 문화권의 설정에 대해 지금보다는 좀더 학문적으로 심화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崔夢龍>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