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총설
  • 01권 한국사의 전개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1. 선사
  • 1) 역사의 서장-구석기문화

1) 역사의 서장-구석기문화

 한반도에서 구석기문화가 논의되고, 발굴 조사가 행하여진 것은 최근 40년 이내의 일이다. 해방 전인 1935년 함경북도 두만강 부근 동관진에서 고생물학자 모리 타메조(森爲三)·도쿠나가 시게야스(德永重康)에 의해 채집된 赤鹿(Cervus)·巨鹿(Megaceros)의 뿔 또는 뼈로 만든 약간의 찌르개가 채집되었고,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예리한 날의 석기도 몇 점 발견되었다. 이를 근거로 나오라(直良信夫)는 1940년에 이것을 구석기시대 유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 유적 근처에는 신석기유적들이 있고, 이러한 유적에서도 흑요석으로 만든 뗀석기들이 출토되고 있기 때문에, 동관진에서 채집된 홍적세 화석동물 뼈 조각과 이들 석기와의 공존관계 여부가 의문시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구석기시대의 존재가 부정적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던 중 구석기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새로이 발견되고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1960년대 초이다. 이렇듯 구석기 연구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지만 그간 한반도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 수는 약 30여 개 소에 달하며, 그 중 전기구석기에서 후기구석기에 속하는 유적이 모두 발견되어 구석기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중 그 유적의 성격이 파악되어진 대표적인 전기구석기유적으로는 평양 상원 검은모루유적,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충남 공주군 석장리, 충북 제천군 점말동굴 등이 있다.

 먼저 1966년 발굴 조사된 평양 상원 검은모루유적은 그 연대가 40∼60만년 전으로 발표됨에 따라 우리 나라 역사의 상한선이 종래 생각했던 것보다 수십 만년 상회한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이것은 동서의 길이 약 30m, 최대 폭 2.5m 정도의 석회암 동굴 유적으로 시멘트 재료를 구하기 위한 석회암 채취 과정에서 알려진 곳이나, 여러 종류의 뗀석기와 함께 수많은 동물화석이 발견되어 전기구석기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뗀석기로는 석회암류나 석영맥암으로 만든 주먹도끼·찌르개·외날긁개 등이 있는데, 이들은 돌로 된 모루 위에 원석을 던져 그 파편으로서 석기를 제작하는 모루떼기(Anvil Hurling Technique) 또는 직접떼기기술로 제작되었다. 이들 석기와 함께 출토된 다량의 홍적세 동물화석은 몇 개의 생태적 집단으로 구분되는데 삼림성 포유류가 절반 이상이고 그 다음으로 초원성 또는 삼림 초원성이 많으며, 강이나 늪 가까이 사는 동물은 두세 종에 불과하다. 특히 상원큰사슴·상원갈밭쥐·상원말 등 고생물 중에서 처음 발견된 종류도 포함되어 있어 주목된다. 또한 물소·원숭이·큰쌍코뿔소·코끼리 등은 아열대 및 열대에 사는 동물로서 당시의 기후가 현재보다 더웠고 습윤하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들은 홍적세중기 초인 약 50∼6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충남 공주군 석장리 유적은 남한에서 발견된 최초의 구석기유적으로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모아(A. Mohr)씨와 샘플(L. Sample) 여사의 지표조사에서 약간의 뗀석기편이 수습되었다.

 1964년부터 1971년까지 연세대학교 박물관조사단이 연차적인 발굴에 착수하여 전기·중기·후기의 구석기문화층이 확인되었다. 이 중 전기에 속하는 하위층에서는 찍개문화전통(Chopper, Chopping Tool)의 석영재 석기가 출토되었다. 중기구석기시대에 속하는 것으로는 석장리 중위층이 대표적인데, 여기서는 긁개·조각기 등 박편석기 계통의 석영제·반암제 석기가 주체를 점하고 있다. 한편 평양 상원 검은모루 부근의 용곡동 동굴유적에서는 김일성 종합대학 고고학조사단에 의해 40∼50만 년 전의 화석인골 10인분과 다수의 뗀석기들이 출토되어 체질인류학적 측면에서의 전기구석기인의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후기구석기시대에 속하는 것으로는 석장리 상위층, 웅기 굴포리가 있다. 석장리에서는 전기와 중기에 많던 찍개가 수적으로 감소하고 박편석기가 현저히 증가되며, 유럽의 후기구석기문화인 오리나시안(Aurignacian) 기법이 나타나며, 북중국과 시베리아의 구석기들과도 관련성을 보인다. 굴포리에서는 긁개와 조각기 등의 석영제, 각혈암제 박편석기가 출토되었다.

 이상과 같이 한반도에서는 구석기시대 전기에서부터 후기에 이르는 여러 유적과 화석 인골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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