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Ⅱ. 신석기문화
  • 1. 신석기시대
  • 2) 신석기시대의 자연환경
  • (2) 식물상과 동물상

가. 식물상

가) 식물상과 꽃가루연구

 신석기시대의 자연환경과 기후를 시사하는 자료로는 식물상·동물상·미세화석 및 바다높이 변화(海水面 變動)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식물상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동물상은 식생이나 기후 및 지형상의 차이에 따라 그 분포가 달라지긴 하나 짐승들이 이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포 구분의 경계가 뚜렷하지 못하다. 특히 큰 젖먹이짐승들은 적응력이 뛰어나므로 더욱 그러하다. 해수면 변동은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현상으로 최근까지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해수면 상승의 유형과 속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공충(foraminifera)이나 개형충(ostracoda), 규조류(diatom) 등과 같이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미세화석들은 옛 기후를 알아내는데 큰 화석들보다 더 유용한 정보를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의 연구는 아직 시작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탄층이나 발굴유적의 지층에서 출토된 식물화석을 가지고 당시의 기후를 유추하는 것이 가장 안정된 지식을 줄 수 있다. 사실상 오늘날 선사시대 기후변동에 대한 지식은 이와 같이 식물화석에서 유추된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화석 가운데서도 나무줄기·잎·씨앗이나 열매 등의 큰 식물화석(macro fossil)들이 있는데, 이들은 당시의 환경에 대해 꽃가루(花粉)만큼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지식을 주지 못하므로 꽃가루가 자연환경의 복원에는 훨씬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상 꽃가루도 미세화석의 하나이지만 이는 전통적으로 식물상에서 다루어 왔다. 꽃가루를 가지고 기후연구를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블리트와 세르난더가 최초인데 이들은 남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퇴적물 속에 들어 있는 꽃가루를 분석하고 기후추정을 시도하였다고 한다350)川井直人 外, 韓明洙 옮김,≪人類가 나타난 날≫Ⅱ(1979), 68∼76쪽.. 유럽의 표준 꽃가루대(pollen zones)는 1916년에 L. von Post에 의해 세워졌는데351)Butzer, K. W., Environment and Archaeology, 1971, p. 530. 여기에 약간의 손질을 한 것이 오늘날도 유효하다. 흔히 쓰이는 프리 보리얼·보리얼·아틀랜틱·서브 보리얼·서브 아틀랜틱의 구분이 그것이다(<표 1> 참조).

시기구분(BP) 기후구분 추정기후
10,250∼9,450 프리 보리얼(Pre Boreal) 따뜻함(대륙성)
9,450∼8,150 보리얼(Boreal) 더 따뜻함(대륙성)
8,150∼5,250 아틀랜틱(Atlantic) 매우 따뜻함(해양성)
5,250∼2,250 서브 보리얼(Sub Boreal) 대륙성
2,250 이후 서브 아틀랜틱(Sub Atlantic) 해양성

<표 1>후빙기의 기후구분352)Butzer, K. W., 위의 책, p. 531.

 그러나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 꽃가루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미국·아프리카·아시아 등지에서의 꽃가루 연구자료가 쌓이게 되면서 북구지역과 지역적인 편차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위의 구분에 각각 대응하는 우점식물(Dominant Vegetation)과 해당연대가 나라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의 경우 북경의 꽃가루대(pollen profiles)에 기초하여 후빙기의 시작을 13,000BP 혹은 12,000BP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하며,353)Chang, K. C., The Archaeology of Ancient China, 1986, p. 71. 일본의 경우는 후빙기의 식생대를 꽃가루분석과 연구를 통해 나름대로 RⅠ·RⅡ·RⅢa·RⅢb로 나누고 있다354)Kotani, Yoshinobu, Upper Pleistocene and Holocene environmental conditions in Japan, Arctic Anthropology 5-2, 1969, pp. 143∼144.
安田喜憲,<日本列島における晩氷期以降の植生變遷と人類の居住>(≪第4紀硏究≫13-3, 1974), 106∼134쪽.
. 이렇게 꽃가루에 의한 기후구분은 지역적인 차이를 나타내며, 그 밖에도 꽃가루를 분석하여 당시의 식생과 기후를 복원하는 데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어떤 꽃가루는 쉽게 분해되며, 어떤 종류는 멀리 날아가므로 원래 그 지역의 것인지 아닌지 판별해야 하는 점, 꽃가루 산출량이 식물마다 다른 점, 꽃가루를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 널리 나타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층위비교가 어려운 점 등이 그것이다.355)吳智泳,<平澤地區 土炭의 花粉分析>(≪韓國考古學報≫1, 1976), 125∼134쪽. 또한 강어귀나 바닷가의 식생변천에서는 해수면 변동이 밀접한 영향을 주게 되므로 이것도 같이 고려함이 좋다. 결국 타당한 해석을 내리려면 꽃가루를 채집한 곳의 당시 지형이나 기후를 알아야 좋은데 이는 꽃가루분석을 한 다음 추정하게 되는 요소들이란 점에서 환경복원의 한계를 처음부터 지니고 있는 셈이다.

나) 우리 나라의 꽃가루연구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꽃가루연구가 이루어지기는 1940년 지리산 세석평전의 토탄층에서 채집한 꽃가루분석이 처음이라고 한다.356)曹華龍,≪韓國의 冲積平野≫(1987), 15쪽. 1971년 평택지구의 꽃가루조사로 약 3,000년 전의 이 곳에 토탄층이 만들어질 때는 냉습하였다고 추정한 것이 광복 이후 남한 최초의 연구이다.357)吳智泳, 앞의 글. 1978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합동조사대가 속초 영랑호를 비롯하여 시흥 군자리·김제 봉산리·무안 가흥리·김해 예안리·울산 방어진 등지에서 꽃가루조사를 하였다.358)安田喜憲·塚田松雄·金遵敏·李相泰·任良宰,<韓國における環境變遷史と農耕の起源>(≪韓國における環境變遷史≫, 1980), 1∼19쪽. 이 가운데 영랑호의 경우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긴 시간(17,000년)에 걸친 식생대를 보여주며 10,000∼6,700BP에 기온이 급속히 온난해졌음을 밝혀 주어 그 가치가 크다. 이 기간 동안에는 참나무아속이 높은 출현율을 나타내다가 6,700BP 이후에는 소나무속이 가장 우세해진다. 이 곳에서 같이 이루어진 안정 동위체비(12C /13C) 및 유화물(Pyrite ; FeS2) 함량에 의한 결과를 보면359)中井信之·洪思澳,<韓國永郞湖堆積物の地球化學的手段による古氣候變遷の硏究> (≪韓國における環境變遷史≫, 1980), 57∼61쪽. 영랑호에서는 7,000∼5,500BP에서 최고값이 나와 꽃가루분석 결과와 잘 맞아들며, 이로 미루어 우리 나라에서도 이른바 기후극상기(Climatic Optimum)가 있었음이 확실해졌다.

 이 무렵까지 조사된 자료들과 북구·일본의 꽃가루분석 결과를 참고하여 우리 나라의 꽃가루대를 만든 것이 있는데,360)曹華龍, 앞의 책, 149쪽. 이는 우리 나라 신석기시대의 꽃가루분대로서 아직까지 대표적으로 쓰이는 것이다(<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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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만빙기 및 후빙기의 화분분대361)曹華龍, 위의 책.
<표 2>만빙기 및 후빙기의 화분분대361)曹華龍, 위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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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를 보면 10,000BP 이후의 우리 나라의 식생변천을 크게 참나무속(Quercus)과 소나무속(Pinus)의 경쟁관계에 따라 나누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오랫동안 참나무속이 우세하다가 6,000BP부터 소나무속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6,000BP 이후로도 대략 4,000BP 혹은 3,000BP부터 2,000BP 사이에 다시 소나무가 잠깐 줄어들고 참나무속이 증가하는 시기가 있다. 2,000BP 이후는 계속 소나무의 시기이다. 이 표는 영랑호의 꽃가루분석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서 참나무와 소나무의 대비에 초점을 맞추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아래 일산지방과 남부지방의 예에서 보듯이 항상 소나무와 참나무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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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일산지역에서 채집·분석된 여러 꽃가루들
<사진 1>일산지역에서 채집·분석된 여러 꽃가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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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일산 신도시건설로 인해 비롯된 발굴에서는 토탄층에 대한 절대연대측정과 함께 꽃가루분석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얻어진 결과는 영랑호의 자료와 함께 앞으로 우리 나라 중부지방의 식생대를 복원하는데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석결과362)최기룡,<꽃가루분석>(≪자연과 옛사람의 삶≫: 일산신도시개발지역 학술조사보고 1, 1992), 145∼154쪽.는 약 6,000BP부터 2,500BP 사이에 해당하는데 전체로 오리나무속(Alnus)이 가장 우세하며 그 다음으로 참나무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사진 1> 참조). 오리나무는 이른 시기에 나오는 물푸레나무(Fraxinus)와 함께 유적 가까이에 습기가 많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나무속은 이 곳이 냉온대 중부지방에 속하기 때문에 신갈나무종(Quercus mongolica)으로 추정되었다. 소나무는 6,000BP 무렵부터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 약 4,000년 전부터 늘어나고 있으나 소나무와 참나무의 관계가 뚜렷하지는 않다.

 남부지방의 꽃가루연구는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앞서 언급한 한일합동조사대의 조사·분석 이외에 울산 방어진,363)曺華龍,<韓國東海岸地域における後氷期の花粉分析學的硏究>(≪東北地理≫31, 1979), 23∼35쪽. 포항과 황등364)曹華龍, 앞의 책, 138∼153쪽.에 대한 조사가 있다. 포항과 황등의 경우 이외에는 대부분 절대연대측정값이 없거나 토탄층의 퇴적속도를 감안하여 상대연대를 추정하고 있다.

 포항의 꽃가루조사에 의하면 약 10,000BP부터 6,000BP까지는 참나무가 가장 우세하다. 그 밖에 넓은잎나무인 오리나무·구실잣밤나무(Corylus)·호두나무(Juglans)·굴피나무(Carya)·밤나무(Castanae) 등도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소나무는 약 10% 정도로 매우 낮다. 황등 토탄층에서는 약 6,000BP∼5,000BP의 식생대를 보여주는데 오리나무 꽃가루가 가장 많으며 참나무가 그 다음이다. 소나무는 적은 비율로 계속 출토되고 있다.365)曹華龍, 위의 책. 토탄층에서 나온 꽃가루의 유형들이 대개 이러함은 앞의 일산지역에서도 본 바 있다.

 약 4,000BP∼2,000BP에는 방어진·포항의 절대연대측정값이 있다. 그 경우를 보면 4,000BP∼2,000BP 동안에 여전히 참나무가 가장 우세하다. 소나무는 2,000BP로 가면서 약간씩 늘어나나 미미한 정도이다. 다른 나무들의 경우도 4,000BP 이전과 비슷해서 오리나무·서나무·개암(구실잣밤)나무 등 지는 넓은잎나무들이 많으며 그 밖에 느릅나무-느티나무들이 나타나다 점차 약해지고 있다. 온난대를 보여주는 늘푸른 넓은잎나무(常綠闊葉樹) 종류도 간혹 있다. 풀꽃가루 가운데는 쑥속·부들이 많은 편이다.366)曹華龍, 앞의 글(1979).

 위의 자료들을 가지고 우리 나라 남해안지방의 식생대를 추정해 보면 약 10,000년 전부터 5,000년 전까지는 참나무·버드나무·호도나무·개암나무·느릅나무·자작나무 등 여늬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지는 넓은잎나무들이 늘어나면서 기후가 급속히 따뜻해졌다고 여겨진다. 4,000∼2,000BP 동안에는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지는 넓은잎나무(참나무·오리나무·밤나무속·개암나무·서나무·느릅나무-느티나무 등)가 주로 자라는 외에 늘푸른 넓은잎나무들이 섞여 있는 온난대지역이었다고 하겠다. 풀꽃가루로는 벼과 외에 부들·쑥·명아주 등이 많다. 소나무는 지역에 따라 4,000BP 무렵에 나타나는 곳도 있고 2,000BP부터 급증하는 곳도 있는데 중부지방과는 달리 4,000∼2,000BP까지도 소나무가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참나무는 소나무보다도 기후환경이 좋은 시기(온난다습)에 극상림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남해안지방의 기후와 들어맞는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나라의 꽃가루연구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좀 더 상세하고 정확한 꽃가루대와, 지역에 따른 꽃가루분대를 만들어 나가야 될 것이나, 우리 나라는 남북 사이가 길어 북부지방에서 남부지방에 걸쳐 통일된 꽃가루대를 만드는 작업이 손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신석기시대의 꽃가루대를 참나무속과 소나무속의 대립관계로 단순화시켜도 타당한가 하는 문제와, 늦은 시기로 갈수록 소나무속이 우세해진다면 그 이유 등에 대해서도 앞으로 해명되어야 할 것이다.

 식물상연구에는 꽃가루 외에 큰 식물화석이 있다. 앞에서 예로 든 나무줄기·잎·씨앗·열매 이외에도 고고학유적을 발굴할 때 나오는 탄화된 씨앗류나 토기에 찍힌 낟알자국 등도 포함된다. 납작밑토기의 밑바닥에 찍혀 있는 활엽수도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때에는 나무종뿐만 아니라 활엽수의 상태에 따라 토기를 만들던 시기도 알아낼 수 있다. 목탄으로 나무종류를 알아내기도 한다. 암사동·미사동·동막·내평 등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채취한 흙을 부상분석(water flotation)하여 나무종을 밝힌 연구도 있다. 여기에서는 느티나무·벗나무·참나무·소나무·가문비나무 등 지는 넓은잎나무들이 검출되었다.367)任孝宰,<韓國 中部地方 新石器文化의 相似性과 相異性 硏究>(≪韓國考古學報≫2, 1977), 19∼39쪽.

 최근에는 꽃가루분석과 큰 식물화석감정 및 규조류분석 등을 같이 해나가는데 일산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나무화석으로 분석된 결과를 보면 앞의 꽃가루분석 결과와 대개 일치하여 오리나무가 가장 많고 그 밖에 가래나무(Juglans mandshurica), 졸참나무(Quercus sp.), 물푸레나무(Fraxinus rhynchophylla), 자작나무 등이 확인되어 저습지환경을 보여주고 있다.368)박상진,<나무화석>(≪자연과 옛사람의 삶≫, 1992), 115∼143쪽. 또 감나무류(Diospyros), 개살구나무(Prunophora), 사과속(Malus/Pyrus) 등의 나무종도 검출되었다. 이 곳에서는 볍씨도 찾았는데 탄소측정연대는 4,070BP로 재어졌다.

 합천 봉계리유적의 집터에서 나온 탄화된 씨앗들은 도토리(상수리), 가래(Juglans mandshurica : 보고문에는 ‘호두’로 나와 있으나 학명으로 보자면 ‘가래’이다), 살구(매실), 보리수과의 열매(Elaeagnus crispa) 등 5종이 확인되었다.369)李東注,<陜川鳳溪里出土の食用植物遺體>(≪考古學≫38, 1992), 36∼88쪽. 이들은 모두 온대림에 자생하는 지는잎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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