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8권 삼국의 문화
  • Ⅳ. 문학과 예술
  • 8. 음악
  • 3) 삼국시대의 해외음악활동
  • (1) 중국에서의 고려악

(1) 중국에서의 고려악

 중국의 남북조시대 난립되었던 여러 왕조가 隋나라에 의해 통일되자, 수나라 文帝가 이웃 나라의 음악인들을 불러모아 궁중에 상주시키면서 음악활동을 전개시켰으니, 그것이 바로 開皇(581∼600) 때 설립된 七部樂이다.≪수서≫악지에 의하면, 칠부악에 참여했던 고구려의 음악연주단을 高麗伎라고 불렀는데, 고려기는 國伎, 중국 속악의 淸商伎, 인도의 天竺伎, 북하라(Bukhara)의 安國伎, 천산북로의 龜玆伎, 晉나라 假面伎의 文康伎와 함께 수나라 궁중에서 연주활동을 전개하였다.641)≪隋書≫ 권 15, 志 10, 音樂 下.

 고려기는 수나라 煬帝의 大業(605∼616) 때 확대된 九部樂의 하나로 존속하였고,642)≪隋書≫ 권 15, 志 10, 音樂 下. 수의 멸망 이후 당나라 太宗의 貞觀(627∼649) 때 보강된 十部伎의 하나로 계속 존속하였다. 수나라 당시의 백제악과 신라악은 중앙아시아의 疎勒(Kashgar)이나 康國(Samarkand), 倭國처럼 雜伎의 하나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백제악의 경우 고려기처럼 七部伎나 九部伎에 끼지는 못했지만, 당나라 궁중에서 오래도록 존속했다.643)李惠求,<高句麗와 百濟音樂의 國際性>(≪韓國思想史大系≫2, 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91), 774∼776쪽.≪구당서≫예악지에 의하면, 고구려의 음악인과 무용수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기록해 놓았다.

⑫ 고구려음악. 악공들은 새깃으로 꾸민 자색의 비단모자를 쓰고, 큰 소매의 황색 두루마기에 자색 비단띠를 띠고, 넓은 바지에 붉은 가죽신을 신었는데, 오색으로 만들 끈으로 맸다. 무용수 네명은 머리카락을 뒤로 틀고, 붉은 마래기로 이마에 동이고 금귀고리로 장식했다. …음악에 쓰인 악기는 彈箏 1·搊箏 1·臥箜篌 1·竪箜篌 1·琵琶 1·義嘴笛 1·笙 1·簫 1·小篳篥 1·大篳篥 1·桃皮篳篥 1·腰鼓 1·齊鼓 1·檐鼓 1·貝 1이었다(≪舊唐書≫권 29, 志 9, 音樂 2).

 위의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7세기초 당나라 십부기의 하나로 파견됐던 고구려의 악공들은 매우 화려한 복장을 했었고, 15종의 악기로 편성된 관현악단의 합주활동을 전개했음이 확실하다. 고구려의 무용수 역시 금귀고리를 달았으니, 화려함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고구려의 이러한 악공과 무용수들이 본국의 왕립음악기관에서 파견되었음을 상기할 때, 본국의 음악문화가 7세기초에는 절정에 이르렀음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고구려춤은 당나라의 멸망 이후 송나라초까지 高麗舞라는 이름으로 전승되었다.644)陳暘,≪樂書≫권 174, 高麗舞(≪韓國音樂學資料叢書≫10, 國立國樂院, 1982, 168쪽) 참조.

 고구려의 악기 15종 중에서 탄쟁·추쟁·와공후·수공후·비파·생·소·소피리·패·요고·제고·담고 이상 12종이 西凉伎의 악기와 같고, 오직 대피리·도피피리·의취적만이 다를 뿐이다. 서량기가 黃河 상류의 河西지방의 음악문화이므로, 고구려 악기가 서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서량악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645)李惠求,≪韓國音樂硏究≫(國民音樂硏究會, 1957), 192∼224쪽.
李惠求, 앞의 글(1991), 768쪽.
고구려 악기 중에서 비파·공후·적·피리 등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구자악·소륵악·안국악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므로, 서역 악기와도 역사적으로 관련되었다.

 고구려 음악인들에 의해서 전개된 중국에서의 해외음악활동은 음악사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첫째로 새로운 음악문화를 만들기 위하여 고구려인들이 자국의 鄕樂을 뿌리로 삼고 외래음악을 능동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외래음악에 대한 자주적 수용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외래음악의 자주적 수용능력은 결국 중국에서 국위선양의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국의 향토음악을 바탕으로 삼고 그 위에 서역 악기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고구려인들이 새로운 음악문화를 발전시켰고, 따라서 그 결과로 고구려가 중국대륙에 음악인을 파견하여 국위를 선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음악사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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