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설이 한창 퍼져나가고 있던 신라 하대사회에서는 선종사상이 지방호족 중심으로 수용되어 유행하고 있었다. 道詵 역시 선종 승려였다. 그런 면에서 풍수지리설은 나말 선승들의 일반적인 사상 경향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선사들이 스승을 찾아 여러 사원을 두루 찾아다닌 수행경험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아왔다.⁴⁵⁶⁾崔柄憲,＜道詵의 生涯와 羅末麗初의 風水地理說―禪宗과 風水地理說의 관계를 中心으로―＞(≪韓國史硏究≫11, 1975), 134∼137쪽.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여러 선지식을 찾아 고행과 수련을 쌓는 과정은 승려 일반의 문제이지, 선승들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행의 방법은 좌선에 있으며, 그것은「外息諸緣」즉, 세속과 인연을 끊으면서 각자가 가진 불성을 깨우치려는 것이다.

　한편 풍수지리설은 밀교의 영향으로 형성되었다고 파악하기도 한다. 풍수지리설, 특히 도선의 그것은 裨補思想에 力点을 두고 있으며, 圖懺이 아닌 밀교적인 방법에 근거하였다고 한다.⁴⁵⁷⁾徐閏吉,＜道詵과 그의 裨補思想＞(≪韓國佛敎學≫1, 韓國佛敎學會, 1975), 66∼67쪽. 그리하여 도선이나 그의 스승인 慧哲은 물론, 혜철의 스승인 중국의 智藏까지도 밀교에 조예가 깊은 밀교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도선이 백운산에 절을 짓고 약사여래를 모신 것은 이를 알려준다고 하였다.⁴⁵⁸⁾徐閏吉, 위의 글, 67∼69쪽. 도선이나 혜철·지장 등이 밀교승인 것 같지는 않지만, 풍수지리설의 상지법이나 占地法이 밀교와 무관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상지나 점지와 같은 占察敎는 넓은 의미에서의 相宗에 속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山水의 형상을 들어내어 相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곧 풍수지리설은 밀교적인 것으로만 이해되기 보다는 더 광범한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풍수지리는 桐裏山門의 사상풍토와 연관시켜 이해되어야 한다. 동리산문의 사상 경향으로 유식 즉, 법상종 사상이 중요시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동리산문의 개창자인 혜철은 중국에서 지장의 法印을 받아왔는데 그 지장은 心識을 강조했다. 지장의 스승 道一은 자기의 마음이 바로 불심이며, 모든 법이 마음에 따라 생긴다고 하여 三界唯心의 사상에 기인한 선사상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유식론적 선사상이 동리산문의 사상적 특징으로 정립되었다.⁴⁵⁹⁾金杜珍,＜羅末麗初 桐裏山門의 成立과 그 思想―風水地理思想에 대한 再檢討―＞(≪東方學志≫57, 1988), 26∼28쪽. 혜철은 선수행을 하면서 계율을 함께 닦았고「一識」에 대한 깨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 경향은 도선의 제자인 慶甫에게도 나타나는데, 그는 知識과 戒律을 함께 닦도록 강조했다.⁴⁶⁰⁾金杜珍, 위의 글, 28∼29쪽.

　사실 선종사상은 坐禪하면서「黙守」를 중시하기 때문에 화엄종 등 法性宗 사상과는 친해질 수 있으나, 法相宗인 유식사상과는 맞지 않는다. 반면 풍수지리설은 산천의 형세를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色界의 인식을 강조하는 법상종 사상과는 친밀할 수 있다. 풍수지리설이 동리산문의 도선에 의해 체계화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데서 찾아질 수 있다. 동리산문 외에 청도 雲門寺의 寶壤은 풍수지리설을 포용하고 있었다. 왕건이 犬城을 공격할 때에 어려움을 겪자, 보양은 “개가 밤에는 지키나 낮에 지키지 않으며, 앞은 수비하나 뒤는 수비하지 않는다”⁴⁶¹⁾≪三國遺事≫권 4, 義解 5, 寶壤梨木.고 하면서, 왕건으로 하여금 밤에 뒤를 공격하라고 일렀다. 보양은 선승이지만 유식사상과 깊이 연관된 인물로 이해된다. 그가 圓光이나 또는 大鵲岬寺를 세운 知識祖師와 혼동되고 있는 점이 이를 알려준다.⁴⁶²⁾원광의 교학이 법상종과 연결될 수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知識祖師는 그 명칭으로 보아 唯識系에 속한 승려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광이나 지식은 법상종 승려이다. 풍수지리설은 도선, 특히 동리산문의 사상 경향과 부합되는 것이지만, 보다 넓은 의미에서 유식사상과 관련이 있는 선종 승려에 의해 수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