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Ⅰ. 사회구조
  • 1. 신분제도
  • 7) 공장
  • (2) 공장의 신분

(2) 공장의 신분

 공장이 수공업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흔히 천한 기술로 여겨졌다. 그것에 종사하는 공장도 천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파악되곤 하였다. 물론 여기서 공장과 그의 일이 천시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양천제에서의 천인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노비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양인이었다. 여기서 문제삼고 있는 것도 이들 양인공장이다. 그들은 양인이었지만 일반 농민들에 비하여 신분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기록을 보기로 하자.

令典을 상고하여 보면 工匠家와 商人家는 기술을 가지고 주상을 섬기는데 그 業을 전문으로 하여 벼슬에 나아가서 사족과 더불어 나란히 할 수 없습니다(≪高麗史≫권 75, 志 29, 選擧 3, 銓注 限職 문종 27년 정월 有司奏).

 工匠家는 工技 이외의 일로써 생업을 삼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대대로 세습되어야 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이 벼슬길에 나아가 사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였다.

工人·商人·樂人의 아들은 비록 功이 있다 하더라도 단지 물건을 내릴 뿐이고 벼슬길은 금하게 하라(≪高麗史≫권 75, 志 29, 選擧 3, 銓注 限職 인종 18년 6월 判).

 공장의 자식들도 벼슬길에 나아갈 수 없게 하였다. 같은 양인이라고 하더라도 농민들에게는 벼슬길이 막혀 있지 않았다. 또 농민들의 생산활동이 그렇게 친한 것으로 이해되지도 않았다. 이 점에서 공장은 농민보다는 낮은 신분상의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공장은 농민보다는 오히려 상인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그들은 특수한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樂人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다고 생각된다.086)위의 기록에서 공장·상인과 나란히 벼슬길이 막혀 있는 樂人은 歌人·舞人·樂工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이는데, 樂工은 樂器를 연주하는 사람이었다고 믿어진다.

 공장에게 仕路가 차단되어 있었다는 점은 특히 농민의 경우와 비교하여 신분상의 제약으로는 큰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무산계로 진출 할 수 있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은 물론 공장 가운데에서 중앙의 관청에 전속되어 있는 관속공장들에 한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점이 공장 전체의 신분상 지위를 다소 높여주는 데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 중앙의 관속공장에게는 경제적 처우로서 쌀이나 벼로써 적임에 따라 급료가 지급되었는데, 이에 짝하여서 무산계의 최하 지급액인 전 17결이 아울러 주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산계에 나아가는 일과, 무산계에서 다시 위계상 진급하는 일이 거의 통상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 들에게는 요무교위를 넘어 승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것은 공장들이 통상적으로 무산계로 승진할 때 校尉群 무산계까지는 허용이 되었지만, 將軍·大將軍 등의 명칭을 지니는 무산계에는 나아갈 수 없었음을 뜻한다.087)이러한 설명은 洪承基, 앞의 글(1975), 72∼74쪽 참조.

 한편 요무교위는 전 22결을 받았는데, 이것을 전시과의 경우에 견주어서 보면, 그것이 정로·잡로의 이직인 令史·書史·主事·監膳·典食·典設 등에 상응하는 위계였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여러 이직은 상위의 입사직이었다.088)金光洙, 앞의 글(1969), 10쪽.
洪承基, 앞의 글(1973), 77쪽.
입사가 허용되지는 않았지만, 공장에게 무산계를 통한 진급에 제한을 두어 허용함으로써 이직의 입사직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우까지를 받게 하였던 셈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직의 입사직에 준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준하는 내용이 경제적 처우에 한하는 것이었다. 또 공장 가운데 일부만이 해당되었다. 그러므로 이 점만 가지고 이직들과 신분상 지위를 같게 볼 수는 없다. 농민들과의 신분상 지위를 견주는 일에 있어서도 주의가 따르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입사 여부만을 가지고 그 지위를 비교할 때보다는 농민과 공장 사이의 신분상 지위의 격차를 더 좁혀서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 이 점에서 똑같이 입사가 허용되지 않았던 상인보다는 좀 나은 지위에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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