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3. 민속종교
  • 1) 고려시대 민속종교 이해의 문제점

1) 고려시대 민속종교 이해의 문제점

 민속종교(Folk Religion)671)民俗宗敎를 흔히 民間信仰이라고도 한다. 그렇지만「민속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것을 종교현상으로 보고자 해서이다. 그리고 민간신앙이란 용어로는 이 점을 분명히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이다. 왜냐하면 신앙(Belief)이란 개념은 원래 개인의 내면화된 종교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儀禮와 더불어 종교의 주요 구성요소이지만, 종교현상 전체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기 때문이다.란 기층사회를 통해 전승되고 있는 전통적 생활습속의 한 측면으로, 초월적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현실의 각종 재난을 피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려는 데 목적을 둔 기복적이며 공리적인 종교전통이다. 이것은 원시사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한동안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민속종교는 세계에 대한 통일적 해석이나 일상적 삶을 초월한 인생의 궁극적 이상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까닭에, 사회가 복잡해지고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사회적 통제력과 문화적 영향력을 점차 상실하고 차츰 기층사회의 신앙으로 침전되어 가기 마련이다. 그 결과 고려시대에는 고대사회에 비해 민속종교의 의미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축소되었다. 즉 국왕의 巫王(Shaman-king)적 성격이 크게 퇴색하고, 무격이 공식적으로 국정을 보좌하는 일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민속종교는 고려시대에도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으면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었다. 고려 인종 원년(1123) 송나라 사신단의 일행으로 고려에 왔던 徐兢이≪高麗圖經≫祠宇條에서 “고려는 평소 귀신을 두려워하여 믿고 음양에 얽매어 병이 나도 약을 먹지 않으며 부자 사이같이 아주 가까운 육친이라도 서로 보지 않고 呪咀와 厭勝을 알 따름이었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은 왕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려 태조가 훈요 10조에서 고려의 창업을 산천의 陰助에 의했다고 한 것(제5조)이나, 天靈 및 五岳·名山·大川·龍神을 섬기는 八關會를 중시한 것(제6조)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672)≪高麗史≫권 2, 世家 2, 태조 26년 4월.
그런데 崔滋,≪補閑集≫上에 의하면, 태조는 崔凝과의 대화에서 부처와 산천신 등에 대한 숭배가 후삼국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고식책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태조의 민속종교에 대한 주목이 시대적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민속종교가 고려인들의 심성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고려시대의 민속종교는 사회와 문화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지 못했지만, 당시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조명은 고려시대의 종교와 문화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민속종교를 살펴보는 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민속종교의 범주 문제이다. 민속종교는 그 연원을 원시자연종교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단순한 원시종교의 잔존물(survivals)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민속종교는 신념체계가 체계화 내지 성문화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인 까닭에, 밖으로부터 전래된 외래종교들의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고, 그 결과 신앙구조가 상당히 중층적이다. 그러므로 어느 선까지를 민속종교란 범주에서 논의해야 할지 애매할 때가 많다. 더구나 고려시대는 민속종교의 신앙구조가 중층화되는 과정에 있었으므로, 범주를 설정하기가 더욱 어렵다.

 다음은 자료의 문제이다. 고려시대의 민속종교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자료로는 고려시대인들이 남긴 문집류 등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자료는 조선 문종 원년(1451)에 완성된≪高麗史≫이다. 그러나≪고려사≫는 역사서이기 때문에 민속종교에 관한 기사들이 적고, 또 지배층을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얼마 안되는 관련기사마저도 대부분이 지배층에 관한 것으로, 기층사회의 민속 종교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 뿐만 아니라≪고려사≫는 민속종교를 극복되어야 할 문화전통으로 인식했던 유학자들에 의해 편찬된 것인 만큼, 기층사회에 관한 기사라 하더라도 민속종교의 부정적인 면과 그로 인한 배척에 관한 것들이어서 그 실상을 파악하기에 더욱 어렵게 한다.

 그 결과 고려시대의 민속종교에 대한 이해는 스스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오늘날의 민속종교의 범주에 포함되는 현상들을 중심으로 하고,≪고려사≫에 전하는 지배층의 민속종교 관련 자료들을 유추 해석하여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고려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서술해야 하는데, 민속종교는 시대에 따른 변화가 적은 것이므로 고려 전기라 하더라도 그 양상에는 후기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고려 전기 부분에서 후기의 자료까지 동원하여 고려시대 민속종교의 특징적인 현상들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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