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Ⅱ. 문화의 발달
  • 1. 과학과 기술
  • 4) 무기제조와 조선
  • (3) 고려의 배

(3) 고려의 배

 고려는 초기부터 활발한 해상활동과 수군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려에서는 훌륭한 배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고려사≫와 그 밖의 사료들은 그러한 사실을 밑받침 해준다.

 고려의 선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군용선, 즉 병선 또는 전함이라 불리운 것과 조운선인 哨馬船과 무역선이 그것이다. 초기의 기록들에는 대형 군용선인 樓船이 등장한다. 길이가 96척이나 되고 갑판 위에 上粧을 꾸민 큰 배에 대한 기록은 고려 조선기술의 수준을 말해주는 한 보기가 된다. 또 고려의 일반 군선은 척당 탑승인원이 3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 배 100여 척이 동원된 때도 있었다고 한다.

 ≪고려사≫병지에는 현종 원년(1010)에 戈船 75척이 건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배는 선체에 철로 만든 뿔을 붙여 적선을 당파하는데 쓴 전선의 일종이다. 비슷한 시기에 고려의 배를 말한 일본여인의 기록을 전하는 일본의 사료에 의하면, 고려의 군선은 높고 크고 선체에는 철로 만든 뿔을 붙여 적선을 당파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배는 과선이었을 것이고, 선체에는 쇠뿔을 많이 꽂아 놓았던 것 같다. 이 기록은 고려 전선의 우수함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고려의 선박에 대해서는≪元史≫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것은 고려에서 만든 일본원정선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에서는 원종 15년(1274)과 충렬왕 6년(1280)의 두 차례에 걸쳐 원나라의 강요에 못이겨 1,000석을 실을 수 있는 큰 배만도 600척을 건조했다.0423)≪高麗史≫권 27, 世家 27, 원종 15년 춘정월·2월 갑자·4월 갑자·6월 신유 및 권 29, 世家 29, 충렬왕 5년 10월 정축·6년 11월 기유. 이 배들은 고려의 조선법에 의해서 건조한 것인데, 일본원정에서 그 견고성이 실증되었다. 원나라의 전선들은 돌풍으로 모두 깨어졌으나 고려의 배들은 거의 무사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고려의 배들은 건조기간도 짧고 비용도 적게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고려식 조선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 고려식 조선법이란 이른바 韓船構造에 의한 조선양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배보다 평탄한 저판, 평면선수재, 가룡목 등으로 구조되는 평저선인 전통적 한국배로 설명된다. 이 조선법은 공비가 적게 들고 단시일내에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고려사≫에 의하면 고려는 3만여 명을 동원하여 불과 4, 5개월 만에 크고 작은 배 900척을 건조해 냈다. 그리고 그 배들은 중국배보다 훨씬 견고했다고 중국문헌은 전하고 있는 것이다.

 조운선인 초마선도 매우 큰 배였다. 이 배도 평저선으로 알려져 있는데,≪고려사≫는 이 배가 1,000석의 곡물을 실을 수 있는 큰 배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의 조운선으로 일반적인 배는 적재량 200석의 평저선이었다. 그러나 무역선으로서의 고려의 배는 70명을 태운 큰 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130석∼150석의 작은 배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고려의 해상무역이 침체했던 것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

 고려에서는 그들 나름의 선체구조법에 의하여 배를 만들었다. 그 특징은 개롱 또는 가룡목이라고 부르는 횡강력부재를 쓰는 조선법으로 선체의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견고한 평저선이라는 데 있다. 이것은 고려선박의 중요한 특징으로 중국선박과 다른 고려의 조선기술이다.≪高麗圖經≫에 씌어진 고려선박에 대한 그릇된 평가는 이런 특징을 제대로 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徐兢은 12세기 초에 그가 본 고려의 배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서긍은 그가 본 고려배의 구조방식이 오히려 독특하고 우수한 조선법이라는 것을 미처 모르고 송나라 배에 비해서 그 기술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고려배의 이러한 특색있는 조선법은 그 후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한선의 주요한 구조적 특징이 되었다.0424) 고려의 선박에 대한 연구는 金在瑾,≪韓國船舶史硏究≫(서울大 出版部, 1984), 31∼6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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