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6. 수산업
  • 3) 어구어법
  • (1) 망어업

(1) 망어업

조선 초기에는 이미 동 시대 말기에 볼 수 있었던 각종의 漁具漁法이 개발되어 있었을 것이며, 어망을 사용하여 행하는 網漁業도 그 종류가 여러 가지였을 것이다.≪세종실록지리지≫에는 서해안의 조기어업에 어망이 사용되었음을 전하는 기록이 보인다. 전라도 영광군의 토산조에 “石首魚는 군 서쪽의 波市坪에서 생산된다”라 하고, 이에 細註를 달아 “봄과 여름이 교착하는 시기에 諸處의 어선이 모두 이 곳에 모여 어망으로 이를 잡으며, 관에서 그 세금을 거두어 국용에 쓴다”고 하였다. 황해도 해주목의 토산조에는 “石首魚는 州의 남쪽 延平坪에서 생산된다”라 하고 위와 꼭 같은 세주를 달고 있다. 영광 앞바다는 예로부터 조기가 많이 생산되었고 이 조기로 만든 영광굴비는 그 품질이 전국 최고로서 유명하다.≪신증동국여지승람≫영광군 산천조에는 波市田을 들면서 “군 북쪽 20리에 있는데 조기가 생산된다. 매년 봄에 경외의 상선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그물을 던져 잡아 판매하는데 京市와 같이 떠들썩하다. 그 어선은 모두 세금을 낸다”라고 설명하였다. 조기 어기가 되면 어장에 많은 어선이 폭주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던 것이다. 波市坪이라는 것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유명한 조기파시가 열리고 있었음도 알 수 있다.

大延坪島와 小延坪島로 이루어진 延坪島도 그 연해가 유명한 조기어장이었으며 북상하는 조기의 대어군을 마지막으로 그 곳에서 잡았다.

이 유명한 조기어업에 사용된 어구가 어망이었던 것이다. 그 어망이 어떠한 종류였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한말에는 기다란 자루그물을 어선의 양쪽 舷에 달아 조수를 따라 내왕하는 조기를 잡던 中船網漁船이 中船網으로 잡거나, 물살이 센 연안에 커다란 지주들을 세우고 거기에 기다란 자루그물을 달아 썰물이 질 때에 외양으로 빠져나가는 조기를 잡는 柱木網 등이 주요한 것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조선 초기에도 그러한 종류의 어망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목망은 일제시대까지도 새끼를 꼬아 만든 것이 있었다고 하므로 당시에도 새끼로 만든 어망[藁索網]을 사용하는 주목망을 설치하여 조기를 잡기도 하였을 것이다. 서해안은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가 빨라 이러한 어망을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연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닻배가 커다란 닻을 이용하여 刺網을 海底에 치는, 底刺網인 碇船網(또는 碇網)도 조선 말기 조기어업에 많이 사용되었던 것을 볼 때, 그러한 어망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강원도 高城郡 풍속조를 보면 “삼을 심어서 길쌈하지 않고 노끈을 꼬아 그물을 만들어 捕魚하는 것으로 생업을 삼는다”고 하고 있다. 이는 당시 고성지방에서 망어업이 성행되었다는 것과 어망을 베실[麻絲]로 만들고 있었음을 전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앞서 본 지리서들에 나타난 고성군의 토산 중에서 어획물을 보면 대구·방어·상어·고등어·도루묵·삼치·숭어·황어·연어·송어·문어·오징어 등과 몇 가지 해조류 및 패조류, 해삼 등으로 되어 있다. 대구·방어·삼치·상어·숭어 등은 망어업의 주요 대상어류였을 것이다. 동해안에는 段落이 없는 사빈이 발달되어 있어 일찍부터 地引網어업에 속하는 후릿그물[(揮罹網)]어업이 발달하였다. 고성군에서 사용하였던 베실로 만든 어망도 후릿그물이었을 것임에 거의 틀림없다.

이 후릿그물어업은 고성군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여러 지역과 함경도의 일부 지역에서도 행하여졌을 것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강원도 平海郡 산천조에 厚里浦라는 곳이 있다. 이는 후릿그물어업과 관계가 있는 지명으로 볼 수 있다. 조선 말기에 있어서 강원도에서는 멸치 지인망어업이 가장 중요한 어업이었다. 조선 초기에도 후릿그물로 멸치를 잡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나, 당시의 강원도 토산 가운데 멸치로 볼 수 있는 어명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의문이다.

후릿그물어업은 멸치를 잡고 있었던 제주도에서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해안의 여러 지방에서도 각종 어류를 대상으로 이 어업을 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후릿그물은 그 어구 구조가 간단하고 사용법도 어렵지 않으므로 어로기술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도 쉽게 보급될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살핀 망어업 이외에도 다종다양한 어망을 사용한 망어업을 하고 있었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이를 증명할 확실한 자료가 없는 만큼 추정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은 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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