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는 한국 역사상 의학이 가장 발달했던 시기로서, 특히 세종·세 조·성종의 의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한국 의학의 획기적 발전을 이룩하였다. 향약의 개발·보급과 함께 진행된 의서의 편찬은 의학과 의술의 발전 은 물론 의료혜택을 전국에 고루 미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문적 업적이 토대가 되어야 하며,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의료시책이 마련되고 추진될 때 비로소 그 정책은 성공을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조선은 태조 이래 역대 국왕들의 관심으로 중앙의 의료기구가 정비되고, 지방에 의원이 설치되었기 때문에 진료와 교육을 위한 의서의 필요성에 따 라 많은 의서가 편찬되었다. 특히 향약에 대한 관심과 이를 이용한 치료법 의 개발로 괄목할 만한 향약서가 찬술되었는데, 조선 최초의 향약서는≪향 약제생집성방≫이었다. 이 책은 고려 말기에 절찬된 여러 향약서를 참고로 하여 편찬한 것으로 세종 때에 편찬된≪향약집성방≫의 모체가 된 것이다. 그 다음에 편찬된 것은≪향약채취월령≫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재의 약명·산지·맛·특성 및 건정법을 월별로 기록하여 향약의 이용도를 높히려 한 것이다.
현존하는 조선 최고의 향약서는≪향약집성방≫이다. 兪孝通·盧重禮·朴允 德 등이 왕명에 의해 편찬한 것으로 세종 15년에 85권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고유 의서와 중국의서 등을 참고하여 편찬한 것으로서, 조선 초기의 향약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서적이며, 또한 본초 학사상 진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문헌이다. 이 책의 편찬은 우리 나라 본 초학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한국과학사에 빛나는 문화 업적으로 평가되 어야 할 것이다.646) 孫弘烈, <麗末·鮮初 醫書의 編纂과 刊行>(≪한국과학사학회지≫11-1, 1989), 44∼45 쪽.
다음 종합의서 중 최고의 업적은≪의방유취≫의 편찬이다. 이 책은 중국과 국내 의서 153종을 참고로 집현전의 학자와 의관이 3년간의 연구 끝에 완 성한 것이다. 세종 27년의 이 책은 양으로나 질적으로나 동양의학의 결정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이 책은 의서의 方文을 단순히 수집·나열한 것이 아니라 당시 조선 의학의 학문적 발전을 토대로 재편성한 것이기 때문에 세 계에 과시할 수 있는 위대한 업적인 것이다.647) 金斗鍾,≪韓國醫學史≫(探求堂, 1979), 221∼226쪽.
이 외에≪産書≫(撰者不明)·≪胎産要錄≫(盧重禮)·≪鍼灸擇日編集≫(全循義·金義孫)·≪瘡疹集≫(任元濬) 등 전문의서와 구급방·수의서·식품서 등의 편찬으로 다방면에 걸쳐 의학이 발달되었다. 이러한 의서의 편찬도 조선 초에 입안하여 시행한 의료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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