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Ⅰ. 과학
  • 2. 천문 기상학
  • 5) 천문학 서적의 간행
  • (2)≪제가역상집≫과≪천문유초≫

(2)≪제가역상집≫과≪천문유초≫

 세종 때에 있었던 천문기기의 제작 사업 및 역법의 연구와 관련하여 그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저술들이 또 있었다.≪諸家曆象集≫과≪天文類抄≫, 그리고≪交食推步法≫등이다. 이순지가 저술 편찬한 이들 천문학서는 그 후 조선시대 천문학자들과 천문관료, 그리고 천문학을 배우거나 관심 있는 선비들에게 널리 읽혔다. 이 책들은 서운관과 관상감 관리들의 채용시험 교재로도 사용되었다.

 이 책들을 저술하는 데 조사된 서적들은 세종 때 천문의상 제작사업과 역법의 자주적 체계확립을 위한 사업에서 얻어진 모든 자료이다. 중국 역대의 正史에서 천문·역법에 관한 志와, 한대 이후 송·원대에 이르는 모든 천문학서와 역학서들이 망라되어 체계적으로 인용되어 있다. 이 책들은 조선시대에 여러 가지의 刊本으로 판을 거듭했다. 또 필사본으로도 많이 퍼져나갔다.

 ≪제가역상집≫은 세종 27년(1445)에 이순지가 엮어 저술했다. 중국의 천문·역법 역사를 쓴 책이다. 조선왕조는 세종 14년에 천문기기 제작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조선 정부는 정인지·정초 등에게 고전을 조사하게 했다. 그들은 고려 서운관에 소장되어 있던 모든 천문·역법 관계 문헌들과 그 밖의 중국 역대의 고전들과 천문·역법 서적들을 조사하고 정리했다. 이 때 조사·정리된 모든 천문 관계 자료들을 이순지가 체계화하여 학문적으로 서술하였다. 그것이≪제가역상집≫4권 3책이다. 天文 1권, 曆法 1권, 儀象 1권, 晷漏 1권으로 엮은 것이다.

 제1권의 천문에서는, 처음에 蓋天說·宣夜說·渾天說의 天을 논한 三家의 학설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우주론을 해설한 것이다. 그는 개천설과 선야설이 잘못된 우주설이라고 하고, 혼천설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천지의 구조에 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이에 관련시켜서 혼천의와 혼천상에 대하여 漢나라 때까지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우주설에 관한 그의 관심은 상당히 컸던 듯 1권의 몇 군데서 다시 거듭해서 언급하고 있다. 천문에서는 또 하나 천체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항성과 행성 즉 일월 5성의 운행과 관련된 학설, 일식과 월식, 천지의 실체에 대한 천문사상에 이르기까지를 논하였다. 그러나 1권에 나타난 天地·星辰·日月·五星에 관한 역대의 논의에 대한 해설은 개념의 정리에서 미비한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093) 兪景老,<諸家曆象集 解題>(≪諸家曆象集·天文類抄≫, 1983), 참조.

 제2권 역법에서는, 중국 역대의 曆志에 나타난 曆에 관한 모든 문제를 논하고, 고대로부터의 역법을 비교하여 논했다. 또 곽수경의 儀器 제작에 관한 이야기와 원의 太史院에서 측정한 중국 각지의 북극출지도를 열거하고 있다.

 제3권 의상에서는 중국 역대의 혼천의와 혼상 제작에 대하여 논하였다. 특히≪원사≫에 나타난 천문기기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것이 세종 때 제작한 간의를 비롯한 천문기기의 참고문헌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자말 알 딘(Jamal al-Din)이 제작한 이슬람 천문기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제4권 구루는 가장 짧고 간단히 요약된 부분이다. 그는 먼저 土圭의 法, 表와 圭의 관계, 원리, 실용 실측 결과 등에 대하여 논하고, 역대의 물시계에 대하여 그 원리와 구조를, 그리고 시각법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蘇頌의 물시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렇게≪제가역상집≫은 중국의 수많은 문헌들을 섭렵하여 그 방대한 내용을 4개의 주요 분야에 따라 역사적인 변천과정을 추적·정리한 천문학서이다. 이 책은 그 때까지의 중국의 어느 천문학서와도 다른 체제와 서술방식을 갖고 있다. 중국 천문학의 역사를 이런 형식으로 서술한 책은 따로 없다. 이 책은 조선 초기 천문학의 대표적인 저서이며, 동아시아의 천문학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저서로 평가된다.

 ≪천문유초≫도 세종 때 이순지가 엮은 천문학서이다. 성주덕의≪서운관지≫에 의하면, 王義明의 步天歌를 바탕으로 하여 여러 사람의 설을 고루 판별해서 그 취지와 의미를 해석하고 거기에 天地·風雲·雷雨의 설을 붙인 것이다. 상하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상권은 별자리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28수의 별들을 그 순서에 따라 별자리 그림과 함께 다루고, 太微垣·紫微垣·天市垣으로 항성을 망라하여 논하고 天河起沒로서 은하수를 언급하였다. 여기에 이순지는 별자리와 관련된 占星學的 사실을 기술하여 별자리에 대한 천문사상을 함께 논하고 있는 것이다.

 하권은 천지의 구조, 태양과 달 및 5행성·유성·혜성·객성, 그리고 大氣의 광학적 현상에 대하여 17개 항에 걸쳐 다루고 있다. 이순지는 여기서도 각 항에 대한 천문학적인 정의를 내리고, 이어서 점성학적인 기술과 천문사상을 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는 天地의 생성에 대하여, “天氣가 처음 나누어져서 가볍고 맑은 陽은 하늘이 되고 무겁고 탁한 陰은 땅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 “하늘은 둥글고 움직이며 땅은 네모나고 조용하다. 하늘의 형상은 새알과 같다. 땅이 그 가운데 있고 하늘이 땅을 싸고 마치 알이 노른자를 싸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천문유초≫는 태양과 달, 5행성 및 항성에 대한 천문학 및 천문사상을 요약하여, 책의 제목 그대로 類抄한 책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서운관과 관상감 관리들의 시험교재로 모두 암송하여 통달하게 한 천문학서의 기본이 된 저서였다.

 ≪천문유초≫는 관상감에 그 판목이 있었는데 영조 때에 성주덕이≪서운관지≫를 쓸 당시에는 이미 없어졌다고 한다. 이 책은 그 후 필사본으로도 널리 퍼져 있었다.

 이순지가 저술한 주요한 천문학서에는 또 하나≪교식추보법≫이 있다. 세조 3년(1457)에 저술되어 다음해인 세조 4년에 2권 1책으로 간행된 이 책은 金石悌와 공저로 펴낸 것이다. 일식과 월식의 간편한 계산법을 한양북극출지를 표준으로 해낼 수 있도록 해설한 책이다. 수시력과 대통력통궤를 바탕으로 해서 일·월식의 원리를 추론하던 종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한양을 표준으로 그 법칙을 세운 것이다. 그것을 암송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은 그 계산법을 노랫말로 만들어 부쳤다. 이 천문학서는 관상감의 기본 교재로 관원들의 필수과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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