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Ⅰ. 과학
  • 4. 의약과 약학
  • 2)≪향약집성방≫의 편찬과 간행
  • (2) 특징과 의의

(2) 특징과 의의

 ≪향약집성방≫은≪의방유취≫처럼 모든 병증을 큰 강목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작은 강목으로 나누어 해당되는 병론과 처방을 싣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병증은 크게 57대강목으로 나뉘었고 그 아래에 959개의 세목이 분류되어 있다. 각 강문과 조목에는 해당되는 병론과 처방약이 출전과 함께 일일이 논거되어 있다. 57대강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風病門 傷寒門 熱病門 暑病門 濕病門 積熱門 瘧病門 脚氣門 腰痛門 霍亂門 眩暈門 諸虛門 驚悸門 虛損門 癆瘵門 三痟門 水病門 黃病門 大小便門 諸淋門 諸疝門 積聚門 心痛門 諸欬門 諸氣門 痰飮門 嘔吐門 噎隔門 脾胃門 蟲毒門 鼻衄門 頭病門 眼病門 耳病門 鼻病門 口舌門 齒牙門 咽喉門 諸痢門 痔漏門 癰疽瘡瘍門 折傷跌撲門 諸損傷門 蟲獸傷門 諸中毒門 諸救急門 調經門 崩漏門 婦人諸病 門女陰門 求嗣門 胎敎門 姙娠疾病門 坐月門 産難門 産後門 小兒門

 이상과 같이 분류된 병문을 총괄하면 내과·전염병과·외과·이비인후과·안과·치과·산부인과·소아과 등에 이르기까지 근대 임상의학의 각 과가 거의 망라되어 있어 종합 의서로 별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 분류 방법이≪의방유취≫에서처럼 주로 병증을 중심으로 한 부분과 신체 부위를 중심으로 한 과문이 서로 혼합되어 있어 각 과에 대한 계통적 지식을 밝히기는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이 밖에 책의 본문 부분에 필요한 경우에는 침구법을 덧붙여 놓았고, 책의 가장 끝 부분에는 鄕藥本草의 총론 및 각론을 실었다. 특히 총론 중에는 약의 종류에 따른 炮製法이 부기되어 있다. 침구법에는 송대에 간행된≪鍼灸資生經≫으로부터 경혈의 명칭, 위치, 측정법, 금기사항 등을 가려 뽑아 본문 중에 배당해 놓았다. 향약본초 부분은 제76권에서부터 제85권까지 걸쳐 있는데 국내에서 나는 약재 630여 종을 송대에 나온≪經史增類大全本草≫의 방식대로 배열하여 놓았다. 맨 위에 우리 나라에서 쓰는 약 이름을 표시하였고, 이어서 약미와 약성과 함께 약의 효능을 적어 놓았다. 또한 각종 本草書의 학설을 소개하고 있으며, 약의 채취시기를 덧붙여 놓았다. 포제법은 제76권에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향약본초의 총론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생약의 제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향약의 채취 사용법을 완전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조선초부터 문화 전반에 일기 시작한 개혁운동의 일환으로 의학 분야에서도 자주적인 개혁이 있었다.≪향약집성방≫의 편찬은 그 절정에 서 있다.≪향약집성방≫으로 독창적인 우리 특유의 향약을 개발하고 궁촌벽민의 경험방까지를 정리해 낸 것은 획기적인 대사업이었다. 그리고 모든 약재의 명칭을 당시의 언어인 이두로 표기하여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내에서의 모든 약재의 채집이 이에 따르기만 하면 되도록 표준화하였다. 이러한 점들은 높은 자주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문헌을 활용하고 체계화하는 데에서도 질환별 분류가 정연하며, 모든 인용문헌에 대해서 반드시 출전을 밝혔다. 이는 합리적인 임상치료서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향약집성방≫의 편집 및 간행은 우리 나라 고유 의학의 확립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곧 중국 本草學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우리 고유의 본초학, 또는 생물학이 최초로 구성되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향약집성방≫은 성종 9년(1478)과 인조 11년(1633)에 각각 다시 출판되었으며, 성종 19년에 간행된≪鄕藥醫方≫·≪鄕藥本草抄≫·≪鄕藥本草諺解≫와 그 밖의 여러 종류의 구급방들과 광해군 때 나온≪동의보감≫의 저술에도 끼친 영향이 대단히 크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