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4. 붕당정치의 동요와 환국의 빈발
  • 1) 환국의 개념과 범주 및 연구 시각
  • (3) 환국을 보는 기본 시각

(3) 환국을 보는 기본 시각

 환국에 대해서는 붕당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고 일당 전제화의 추세 속에서 나타난 붕당정치의 변질 또는 말폐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0291)≪국사≫ 고등학교(하) 1998년 현행.
붕당 정치의 변질 : 양반 지배 세력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데에 그 의도가 있었던 붕당정치는 붕당 사이에 대립이 격화되면서 변질되어 갔다. …이로부터 붕당정치의 기본 원리는 무너지고, 상대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일당 전제화의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상대 붕당에 대한 보복으로 賜死가 빈번히 행해졌고, 외척의 정치적 비중이 높아져 갔으며, 정쟁의 초점이 왕위 계승 문제에까지 미치는 등 붕당정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으로는 이 시기 환국이 왜 그렇게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발생했는가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환국을 단순히 붕당정치의 말폐로 보는 데서 나아가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문제를 유의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환국을 “정국을 주도하는 붕당과 견제하는 분당이 서로 교체됨으로써 정국이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이라 할 때, 정치집단의 분포 및 역학관계 그리고 환국에서 교체되는 집단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환국이 일어나게 되는 정치적 바탕은 복수의 붕당이 대립하며 공존하는 붕당정치적 상황이다. 그러나 붕당정치라고 해서 정치 집단으로 붕당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왕조 체제를 이루고 있는 당시의 정치 지형에서 국왕은 정치 체제의 정점에 있는 주권적 통치자였다. 각 국왕들의 실권에는 강약의 편차가 있다 하더라도 국왕이라는 존재 자체는 무시되거나 부정될 수 없었다. 국왕 이외에 功勳으로 封爵을 받은 신료와 왕실의 외척으로 구성되는 勳戚의 존재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훈척은 일반 사류와 동일한 기반 위에서 정치적으로 보조를 맞추기도 하지만, 반면에 일반 사류와는 전혀 다른 정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국왕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왕권의 직접적인 지지 기반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국왕에 대한 강력한 도전 세력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밖에 일반 관료들 대부분이 특정 黨色을 띠고 있는 붕당정치기의 정치 상황에서도 당색보다는 실무 행정 관료적 성향을 더 강하게 띠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붕당 사이의 대립 구도에서 완전하지는 않으나 대체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붕당보다는 국왕의 지지 기반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이 붕당정치적 정치 지형이라 하더라도 중앙 정치무대의 역학관계에 작용하는 변수를 붕당만이 아니라 국왕이나 훈척, 실무 행정관료 등도 함께 포함하여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환국으로 인해 교체되는 집단은 일차적으로는 붕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붕당은 고정적인 것은 아니며, 환국으로 그 전체가 일거에 교체되지도 않는다. 붕당은 각기 생성-分岐-硬化-소멸의 轉移 단계를 갖는 가변적인 존재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붕당의 인물 구성이 변해 가게 마련이다. 그에 따라 하나의 붕당이 둘 혹은 셋으로 분기하기도 하고, 더욱 강고한 붕당으로 세를 불리기도 한다. 같은 당으로서 正體性을 가지면서도 학연이나 지연, 혈연의 차이로 그 내부에 이질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는 특히 환국과 같은 정치적 격변의 전후 시기에는 전면에 드러나 하나의 붕당을 복수의 붕당으로 분기하게 하기도 하고, 붕당 자체의 성격을 변하게 하기도 한다. 환국의 핵심은 붕당 전체의 교체라기보다는 붕당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수 권력집단의 교체에 있다. 그러므로 어느 환국을 살필 때 그로 인해 교체되는 집단의 실체와 정치 집단간 역학관계의 변동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환국의 직접적인 動因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정치집단이 붕당 형태를 띠고서 대립하고 있을 때, 붕당 사이의 균형을 깨는 힘은 붕당의 외부로부터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왕정체제를 갖추고 있던 조선 사회에서 붕당 사이의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붕당 외적인 요소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왕권이다. 왕정체제에서 어느 붕당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국왕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라도 왕권을 부정하며 절대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붕당 사이의 역학관계와 주도와 견제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붕당정치기에는 정국 운영에서 국왕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붕당 사이의 역학 관계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더욱 날카롭게 대립할 때는 국왕의 역할이 붕당 사이의 균형을 깨고 주도 붕당과 견제 붕당을 뒤바꾸는 데 가장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환국을 살필 때는 붕당 사이의 역학 관계와 국왕의 역할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환국이 발생할 때 정치집단 사이의 쟁점은 무엇이었나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흔히 환국을 특정 개인 사이의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된 쟁투로 설명하나, 실제로 갑인환국에서 정미환국에 이르기까지 아홉 차례 환국의 쟁점은 복제논쟁과 같은 사상 이념 논쟁, 兵權을 둘러싼 경쟁, 특정인에 대한 평가, 상대 당에 대한 처벌의 강도, 왕위 승계를 둘러싼 힘겨루기 등 다양하다. 어떤 문제는 대단히 폭이 넓고 추상적인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특정인을 둘러싼 구체적인 문제여서 소수의 인물들만이 관련되는 것이 있다. 또 어떤 것은 서로 어느 정도 양보를 하여 상대방의 주장을 일부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느 것은 양보가 곧 자파의 완전한 몰락을 가져오는 것이기에 양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이러한 쟁점을 둘러싼 대립을 조정하려는 논리가 제기되기도 하였고, 반면에 是非·正邪·忠逆을 분명하게 가리자는 논리를 내세워 자파의 주장을 완고하게 고집함으로써 대립을 심화시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므로 환국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쟁점과 그것을 둘러싼 제반 논리와 행태를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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