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2. 농업생산력의 발달과 상품작물의 재배
  • 1) 수전농업의 생산력
  • (4) 새로운 농업기술의 보급

(4) 새로운 농업기술의 보급

 조선 후기에는 이앙법 등의 파종법과 시비법의 발달뿐만 아니라 새로운 농업기술이 개발, 소개되면서 농업생산력의 발달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이앙법의 기술이 다른 분야에 응용되면서 이앙법과 건파법의 기술이 결합되어 乾秧法이 개발되었고, 이는 가뭄을 극복하는 기술로 정착해갔다. 건앙법은 가뭄을 극복하면서 노동력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농가월령≫에 의하면 “奉天畓에서 乾播를 못했을 때 그 건답에다 건파할 때와 마찬가지로 晩秧種을 파종(注秧)하며…만앙종으로 파종한 묘를 이앙한다”0039) 高尙顔,≪農家月令≫4월·5월(金容燮,≪朝鮮後期農學史硏究≫, 一潮閣, 1988, 137∼139쪽에서 재인용).고 하였다. 즉 봄에 가뭄이 들어 볍씨를 파종하기가 어려울 때나, 혹은 이앙의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 건앙법을 개발해내어 보급하였다.0040) 宮嶋博史,<李朝後期における朝鮮農法の發展>(≪朝鮮史硏究會論文集≫18, 1981).

 건앙법은 18세기에 들어와 널리 보급되면서 이앙법보다 우수한 기술로 인정되고 있었다.≪산림경제≫에서는 다음과 같이 봄에 가뭄이 들 때 논을 잘 다스려 건파처럼 볍씨를 뿌렸다가 비가 오면 이앙을 하는 건앙법을 권장하면서, 그것이 이앙보다 낫다고 하였다.

봄에 가물어 秧基에 물이 없으면 건답을 잘 다스려 흙덩이가 없도록 하고, 조그만 고랑(畦)을 만들어 볍씨를 灰糞에 섞어 乾播처럼 뿌린다. 1두락의 땅에 볍씨 7두를 뿌리고 비가 오면 이앙을 하는데, 이것이 水秧보다 낫다(洪萬選,≪山林經濟≫권 1, 治農 種稻 乾秧法).

 한편 우리 나라 기후는 3∼5월에는 가뭄이 심하고, 6∼8월에는 비가 많이 오는 기후이다. 그래서 봄에는 토양에 수분을 유지하도록 흙을 북돋워주고, 여름에는 비가 올 때 제초작업을 해주지 않으면 수확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즉 동아시아 농업에서는 中耕 제초가 매우 중요하였다.0041) 閔成基, 앞의 책, 19∼23쪽. 그리하여 일찍부터 중경 제초하는 농구와 농작업이 발달해왔다. 조선 후기에도 제초노동력을 절약하는 방법이 고안되거나 소개되었다.

 ≪농가집성≫에는 제초노동력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反種法과 火耨法이 소개되었다. 반종법은 수전에 물이 없고 잡초가 우거져 제초하기가 쉽지 않을 때, 물을 대고 모를 뽑아 모내기할 때와 같이 모가 상하지 않도록 묶어두고 논을 모두 갈아 엎고 整地한 후 뽑았던 모를 다시 심는 것을 말하는데, 김매기의 노력을 대단히 절약할 수 있다고 하였다. 화누법은 벼의 본잎이 6매 정도 나왔을 때 먼저 논물을 뺀 다음 마른 풀을 모 위에 고르게 펴 놓고 불을 지른 후 물을 다시 댐으로써 잡초들을 모두 죽게 하여 제초노동력을 절약하는 방법이다.0042) 申 洬,≪農家集成≫早稻秧基 火耨法.

 이와 같이 17세기 중엽 이후에 제초노동력을 절감시키는 농업기술이 발전하였다. 이앙법을 통해서도 농업노동력이 절감되었고, 반종법과 화누법에 의해서도 노동력이 절감되었다. 그와 같이 절감된 노동력은 廣作이라는 새로운 농업경영방식을 촉발하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 밭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투여되었다. 17세기 이후에는 노동력이 많이 투여되는 면화와 담배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였고,0043) 면화를 재배하려면 7차례의 제초작업이 필요하였고, 연초도 다른 작물보다 많은 제초작업이 필요하였다. 고추·토마토·호박 등의 새로운 밭작물이 많이 전래되면서 여러 작물들을 재배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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