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4. 대외무역의 전개
  • 2) 일본과의 무역
  • (1) 무역의 범주

(1) 무역의 범주

 일본과의 무역은 크게 公貿易과 私貿易, 그리고 密貿易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무역은 경영의 주체가 국가 또는 국가기관이며, 사무역은 정부가 지정한 상인들이 일본측과 거래를 하는 것이다. 한편 밀무역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인들이 불법적으로 하는 무역을 말한다.

 공무역은 조선 정부와 일본, 특히 對馬藩 사이의 외교관계를 반영하는 비경제적 부분과 순수한 경제적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마번의 進上(뒤에는 封進이란 용어로 바뀜)과 그에 대한 조선의 回賜, 그리고 조선에 내왕한 일본 사신에 대한 조선측의 접대비 따위를 비경제적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조선정부와 대마번 사이의 순수한 물적 교역(좁은 의미의 공무역)을 추가하여 이것을 넓은 의미의 공무역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사무역은 조선쪽의 무역 상대자가 정부가 아닌 상인이라는 점이 공무역과 다르다.1216) 사무역 상인은 정부의 특허를 받은 특권상인(혹은 御用商人) 즉 公商이다. 따라서 그들을 정부의 허가를 얻지 않은 私商(潛商)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金東哲,<17세기 日本과의 交易·交易品에 관한 연구-密貿易을 중심으로->(≪國史館論叢≫61, 國史編纂委員會, 1995), 246∼247·276쪽 참조. 따라서 사무역에서는 가격 결정도 양국 상인들의 협상에 의해 이루어지며, 수출금지 품목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교역품과 교역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경영규모의 확대나 축소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였다.

 여기에 반해 밀무역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潛商에 의한 불법 거래라는 점이 사무역이나 공무역과 다르다. 따라서 밀무역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어서 거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더 많은 이윤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엄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밀무역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공무역과 사무역, 밀무역의 구분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공무역을 담당하던 역관(訓導·別差)들이 몰래 밀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무역을 할 수 있었던 사무역 상인들도 감시관의 통제를 피해 밀무역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밀무역을 단속해야 할 지방의 수령이나 관리들에 의해 밀무역이 이루어진 적도 있었다.1217)≪備邊司謄錄≫31책, 숙종 원년 7월 28일. 이처럼 공무역과 사무역, 밀무역의 경계는 실제로 매우 유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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