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5. 민간신앙
  • 2) 기타 민간신앙
  • (3) 무속신앙

(3) 무속신앙

 무당의 성내 출입은 조선 초기에 이미 국가의 영으로 금지되었으나 성밖에서의 활동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어서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도 이에 대한 규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숙종 46년(1720) 세자를 인접할 때 지평 洪龍祚는 항간에 巫風이 날로 성하므로 한성부에 명을 내려 성중의 무녀를 색출하여 성밖으로 쫓아야 한다고 말하였다.335)≪肅宗實錄≫권 65, 숙종 46년 정월 임진. 동년 2월에 우의정 李健命도 같은 내용을 건의하였다.336)≪肅宗實錄≫권 65, 숙종 46년 2월 신축.

 정조 때 간행된≪大典通編≫에도 서울 사는 무녀들을 강 밖으로 축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순조 13년(1813)에 임금이 關西地方에는 중과 무당이 어울려 잡술이 성행하므로 이를 일체 금단하라는 명도 내렸다.337)≪純祖實錄≫권 17, 순조 13년 6월 병신. 2년 후에도 무격을 성밖으로 쫓아내라는 명이 있었다.

 조선 초기에 이미 성밖으로 축출됨으로써 주변화되기 시작한 무속은 조선 후기에 이르는 동안 관 주도의 군·현 단위의 종교행사가 민의 성장에 따라 민간 주도의 마을 단위의 종교행사로 분화되고, 이것이 각 면·리로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촌락의 일반민에서 찾게 되었다. 무속신앙은 민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던 여성들에게 하나의 소극적인 도피처를 제공하였다. 무당의 성이 주로 여성이었던 것은 양자가 모두 사회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무당들은 주로 가신신앙과 연결하여 무속행위를 하였지만, 간혹 마을 단위의 행사인 동제 또는 별신제에 관여하였고 강원도 강릉의 단오제와 같은 거군적 행사의 일부를 맡기도 하였다.

 무당들은 신라장군 김유신의 어머니를 ‘萬明神’으로 모시고 신당에 구리로 만든 둥근 거울을 걸어 놓는데 이것을「明圖」라고 부른다.338)李圭景,≪五洲衍文長箋散稿≫권 26, 巫覡辨證說. 또 무당들은 철릭을 입는데, 이것은 무사의 의상으로 귀신을 제압하는 힘을 상징한다.

 무당들은 흰쌀을 쟁반 위에 쌓아 놓고 손으로 그것을 조금 쥔 다음 주위에 뿌리고 주문을 외면서 그 흩어진 모습을 보고 길흉을 점친다.339)李德懋,≪靑莊館全書≫권 56, 盎葉記 3.
李圭景,≪五洲衍文長箋散稿≫권 43, 米糈卜辨證說.
또한 무당들이 신에게 기원할 때 젓가락으로 버들고리의 평평한 면을 그으면서 노래의 박자를 맞추는데, 이것은 여진족의 풍속으로 그들과 국경지대에서 서로 접하면서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340)李圭景,≪五洲衍文長箋散稿≫권 26, 巫覡辨證說.

 무당들은 巫蠱 즉 남에게 해를 주려는 동기가 담긴 푸닥거리를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는「방자」라고 한다. 閭巷의 민가에서 일어나는 저주에 관한 일들에는 대부분 무당이 개입되어 있었다.

 무속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도교적 요소는 시왕[十王]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불교적 요소로는 三佛, 또는 三佛帝釋을 들 수 있다. 삼불은 무당이 사용하는 부채에 그려져 있다.

 무당이 행한 굿의 종류를 이능화의≪朝鮮巫俗考≫에 나온 것을 중심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성주굿:성조굿, 성주풀이 등으로 부르며 호남지방에서는 都神굿이라고 한다. 음력 10월 상달 중에 주로 戊午日을 택해 지낸다. ◦ 낙성굿:집이나 방을 지은 후에 落成式으로 지내는 굿이다. 무당은 ‘地理歌’ 등을 불러 地德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 제석굿:主穀神으로 모시는 帝釋神에 대한 굿이다. ◦ 칠성굿:七星을 모시는 굿이다. ◦ 조상굿:무당이 죽은 조상을 청하여 즐겁게 하는 굿이다. ◦ 삼신굿:삼신, 즉 출산을 담당하는 신에게 드리는 굿이다. ◦ 지신굿:地神釋이라고도 하며 토지신을 안정시키는 굿이다. ◦ 성황굿:성황당에 지내는 굿이다. ◦ 당산굿:기신굿, 도당굿 등으로 부른다. 각 군·현이나 촌락마다 鎭山에 신당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곳에 지내는 제사에 무당이 초빙된다. ◦ 별신굿:이 행사에도 무당이 개입 또는 주관했다. ◦ 액막이굿:매년 정월 보름쯤에 일년 재액을 예방하는 뜻에서 지낸다. ◦ 여탐굿:남녀의 혼약이 이루어진 후 凶煞星이 있을까 염려하여 지내는 굿이다. ◦ 마마굿:‘손님굿’이라고도 한다. 마마는 천연두의 높임말이다. 이 병을 가져다 주는 痘神이 강남에서 온다고 하여 ‘손님’이라고도 부른다. 아이가 천연두에 걸리면 종이로 만든 기에 ‘江南戶口別星司命旗’라고 써서 문머리에 끼워 놓아 아이가 병에 걸렸음을 표시한다. 앓은 지 10여 일이 지나 딱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무당을 불러 두신을 보내는 굿을 하는데 이것을 ‘拜送’이라고 한다. ◦ 용왕굿:이 굿은 주로 배 위에서 행하는데 좁쌀로 밥을 지어 물고기들을 먹이는 의식이 있다. ◦ 초혼굿:큰 굿을 벌일 때 먼저 귀신을 불러 달래는 뜻을 가진 의식이다. ◦ 진오귀굿:죽은 망령을 달래는 굿이다. 이 행사가 끝난 후 염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속에 佛俗이 섞인 예다.

 끝으로 민간신앙의 對象神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군왕신:「군웅」이라고도 한다. 고려의 군왕, 또는 조선의 莊獻世子와 같이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君王神으로 모신다. ◦ 대감신:무당의 신으로 10여 개 된다. 예를 들면 土主大監·守門將大監·府君大監·龍宮大監·戶口大監·城主大監 등이 있다. ◦ 제석신:佛俗의 삼불제석과 같은 신으로 각 절에는 除夕日 즉 섣달 그믐밤에 신도들이 각자 齋米를 들고 와서 帝釋神에게 빈다. ◦ 독갑신:도깨비(獨甲神)를 말하며 한자말로는 ‘魎魍’이라고 한다. 도깨비는 창문에 돌을 던지고, 물건을 가져다가 나무 위에 걸어 놓고, 가옥에 불을 지르는 등의 장난을 하여 인간들을 괴롭힌다고 한다. ◦ 손각시귀:시집 못 가고 죽은 손씨집 처녀 孫閣氏鬼를 말한다고 하며, 딸을 시집보내는 집에서는 혼수복을 만들 때 먼저 옷감의 일부를 잘라 각시신을 모신 상자에 넣고, 음식을 먹을 때나 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반드시 이 앞에서 薦神한다고 한다. ◦ 칠성신:육아 및 수명장수를 맡는 신(七星神)이다. ◦ 풍신:‘영등할머니(風神)’를 말한다. 매년 2월 초하루에 天界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20일에 다시 올라간다는 신이다.

 그 밖에도 다음과 같은 신들이 있다.

◦ 목멱산신:목멱산 꼭대기에 있는 신 (木覓山神)으로 조선 초에는 매년 봄과 가을로 醮祭를 행했다. 이 곳에 있는 國師堂에는 고려 공민왕, 조선의 無學大師, 고려의 懶翁和尙, 西域僧 指空 등 신상들이 걸려 있고 장님상, 여아상도 걸려 있는데 이 여아는 痘神이라고 한다. ◦ 태자귀:‘명두’라고도 하여 어린아이의 죽은 영혼(太子鬼)을 신으로 삼아 모신다. ◦ 미명귀:억울하게 죽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사람들에게 붙어 못살게 하는 악귀(未命鬼)라고 한다. ◦ 야광귀:천계에 있다가 설날 밤에 인가로 내려와 신발을 신고 간다는 귀신(夜光鬼)이다. 신발을 잃으면 일년 내내 불길하다고 하여 이를 막기 위해 긴 막대를 세우고 체를 달아 둔다고 한다.

<鄭勝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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