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의 가사에서도 창작 및 향유층이 다양화하면서 작품계열 또한 여러 방향으로 분화되었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의 확대, 여성 및 평민작자층의 성장, 주제와 표현방식의 다변화 등을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현상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사대부층의 가사도 체험적 구체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모한 반면 고아한 전원적 삶을 노래하는 서정적 기풍은 상대적으로 생기를 잃고 퇴조하였다. 사대부들의 작품 중 단형가사들은 때때로 눈여겨 볼 만한 성과가 없지는 않으나 전반적인 문학상의 성취는 박약했다. 이 시기의 사대부가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은 주로 장편형식의 유배가사와 기행가사 쪽에서 많이 산출되었다. 이 시대에는 당쟁의 격화로 인해 유배가 잦아졌다는 요인과 아울러 청나라와의 외교관계 및 문물교류가 빈번해지고 국내 각지의 풍물과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 주요한 외적 요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