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파들은 개항 후 자주부강한 근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대적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적극 고취하였다. 개화파들이 주장하고 고취한 근대적 산업시설의 조직은 근대적 會社형태의 것이고, 공업은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공장제 생산기업을 의미한 것이었다. 개화파들의 이러한 주장과 활동이 부분적으로 채택되어 통리기무아문은 회사의 설립을 적극 장려하고, 민간이 회사를 설립하여 신고하는 경우에는 이를 즉각 승인할 뿐 아니라 전국에 훈령을 내려 잡세징수나 그 밖의 자유로운 영업행위를 저해하는 모든 제약을 철거하도록 해서 회사를 보호하였다.⁰⁷¹⁾≪統理機務衙門日記≫1책, 1883년 8월 28일·29일.

이에 따라 1880년대에 들어서자 서울과 전국 각 지방에서 각종의 근대적 회사들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1880년부터 1884년 갑신정변 직전까지 설립된 근대적 회사형태의 상공업 기업체들을 찾아 정리해 보면 다음의＜표 4＞와 같이 약 26개에 달하였다.

위와 같은 상공업 기업체들은 모두 새로이 설립된 근대적 기업체만을 가려 열거한 것이다.

농업부문에서도 1884년에 農桑公司가 설치되고, 근대적 양잠법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였다. 또한 외국의 농법과 양잠법을 소개하고 보급할 목적으로 개화파들이 각종의 새로운 농서를 편찬하기 시작하여, 安宗洙의≪農政新編≫(1881), 李祐珪의≪蠶桑撮要≫(1884) 등이 간행되었다.⁰⁷²⁾ 李光麟,＜安宗洙와 農政新編＞(≪歷史學報≫37, 1968) 참조.

특히 1884년 農務牧畜試驗場의 설립은 획기적 사업이었다.⁰⁷³⁾李光麟,＜農務牧畜試驗場의 設置에 대하여＞(≪金載元博士回甲紀念論叢≫, 1969) 참조. 1883년 보빙사가 미국에 파견되었을 때 洪英植이 중심이 되어서 농업시험장 설치의 희망을 표시하고 협조를 약속 받은 다음 귀국하자 국왕에게 요청하여 동대문밖 籍田을 받고 여기에 수행원 崔景錫을 책임자로 하여 농무목축시험장을 설립하였다. 1884년 봄에는 미국에 주문한 18개 짐짝의 농기구도 도착하였다. 이 농업시험장에서는 각종 농작물과 채소를 재배하고, 재래종과 최경석이 미국에서 가져온 신품종을 재배하여 첫해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⁰⁷⁴⁾≪試驗場各種目錄≫(규장각 도서) 참조. 최경석은 여기서 수확한 개량 신품종을 재배법과 사용법을 설명하는 해설서를 첨부하여 305개 지방군현에 송부해서 재배하도록 권장하였다.

최경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목축도입과 가축개량을 시도하였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젖소·황소·말·돼지·양의 신품종을 도입했으며, 가축의 품종개량 및 사육방법의 개선과 함께 낙농제품의 생산도 계획하였다. 그러나 1886년에 최경석이 사망하여, 이 농업시험장은 침체기에 들어갔다.

또한 증기선의 해운부문에서도 1884년에 汽船會社가 설립되어 큰 발전이 이루어졌다. 기선회사는 통리기무아문의 전운국에서 미국상인과 계약하여 3척의 기선(海龍號·蒼龍號·顯益號)을 구입하여 설립했으며, 연해의 화물운송과 조세곡수송, 그리고 군대 및 관용의 화물운송도 담당하였다.⁰⁷⁵⁾韓㳓劤,＜開港後 商業構造의 變遷＞(≪韓國開港期의 商業硏究≫, 一潮閣, 1970), 226∼227쪽.

이 밖에도 개화파의 활동으로서 주목할 것으로는 김옥균·어윤중 등에 의한 수많은 유학생의 해외파견, 박영효가 한성판윤으로 있을 때의 治道局 설립과 종로로부터 동대문까지의 근대식 도로확장사업, 근대적 경찰제도의 수립, 홍영식이 중심이 된 우정국 설립과 근대적 우편제도의 창설, 개화파들이 추진한 복식제도의 개혁과 간소화 등이 중요한 것들이었다.

개화파들의 갑신정변 이전까지의 이러한 개화활동과 성과는 1882년 후반부터는 서울에 주둔한 청군 및 청국측의 간섭과 저지 방해를 물리쳐 가면서 많은 노력을 투입하여 이룩한 성과였다.

＜愼鏞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