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2월 한일의정서의 강제 체결로 대한제국에 일정한 보호권을 설정한 일제는 이후 한국을 자신의 세력기반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 나갔다. 이같은 조치들은 한국에 대한 보호권 설정이 결국 합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취해졌으며, 또 1910년 한국이 끝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식민지화의 기반조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⁵⁶⁸⁾일제가 한일의정서에서 을사보호조약에 이르는 일련의 조약을 강제하면서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들어 갈 때, 보호국 그 자체의 성격상 국제법상의 권리·의무가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니었다. 또 이 시점에서는 한국의 식민지화가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통감부시기의 ‘식민지화의 기반조성’이란 말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일조약으로 영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러일전쟁을 도발한 이래, 특히 승리를 거둔 후, 일본인들은 한국이 자신들의 세력권 아래 들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또 국제적으로 그것이 인정받은 속에서 일제는 일정한 의도 아래 對韓정책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겨가기 시작하였다. 이같이 해서 몇 년이 흐른 후 한국을 식민지로 취하게 되었을 때, 통감부 시기의 정책들은 결국 식민지 지배를 위한 기반조성이라는 성격을 자연히 갖게 되었다. 말하자면 일제는 아직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기도 전에 식민지 통치를 위한 제반작업을 진행시켜 나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이 시기 일본정부의 지향 및 사회 전반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내에서는 러일전쟁 발발 전부터 對韓 적극책을 요구하고 한국에서 쟁취해야 할 구체적 이권을 지적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었고, 1901년 5월에 성립한 가츠라(桂太郞)내각도 이미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든다는 목적을 이루는 것’을 정강으로 채택하였다.⁵⁶⁹⁾藤村道生,＜日韓議定書の成立過程－大三輪長兵衛 韓國關係文書≪諸事抄錄≫·≪渡韓始末錄≫の史料解說として＞(≪朝鮮學報≫61, 1971), 208쪽 참조. 러일전쟁에서의 승리, 그 전리품으로서 한국의 보호국화가 전망되면서 한반도 및 만주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이때 유행하게 된 것이 바로 ‘滿韓經營’이란 말이었다. 러일전승 후 2년간(1905∼1906) 신문·잡지나 연설·담화 어디에서나 이 말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⁵⁷⁰⁾淸水文之輔,＜事業選擇の指針を誤る勿れ＞(≪富之朝鮮≫1, 1907. 3), 5쪽 참조. 말하자면 이제 자신의 세력권이 된 만주와 한국을 어떻게 처리해서 정치·군사적 또 경제적 욕망을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고, 동시에 만주와 한국으로의 진출 열기도 고조되어 갔던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제는 1904년 5월 31일에＜제국의 대한방침＞·＜대한시설강령＞(이하＜강령＞으로 줄임)을 각의에서 통과시켰는데,⁵⁷¹⁾日本外務省編纂,≪日本外交年表竝主要文書≫上(1965), 225쪽 참조. 이는 제목 그대로 자신들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실시할 정책의 대강을 제시한 것이었다.＜강령＞은 ‘國防·外政·經濟’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한 후, 그 구체적 항목으로서 ① 防備의 완수, ② 외정 감독, ③ 재정 감독, ④ 교통기관 장악, ⑤ 통신기관 장악, ⑥ 척식 도모를 들었다. 이＜강령＞의 성격을 한 일본인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한국에 대한 우리 保護權의 확정을 목적으로 하며, 同國 施政의 眼目(요점) 특히 政事上·외교상·군사상의 실권을 확고히 파악(장악)하는 동시에 우리의 利權은 착착 확충하여, 마지막으로는 한반도를 모두 사실상 우리 나라의 主權範圍에 포괄하기를 기약하려는 것(谷壽夫,≪機密日露戰史≫, 原書房, 1966, 557쪽).

　이 지적대로 자신들의 이권을 확보하면서 종국에는 한국을 합병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당시 일본의 상황은 정부와 민간이 서로 밀고 당겨주면서 이른바 ‘만한경영’책을 모색하고 추진해 나갔던 것이다. 이같은 ‘만한경영론’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구분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