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철도는 원래 경부철도의 부산물로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양자는 主從 혹은 형제와 같은 관계에 있었다. 그리하여 1903년 10월 31일 京釜鐵道株式會社와 京仁鐵道合資會社는 전자가 후자에게 64만 1천 80엔 70전을 지불하는 대신 후자의 政府年賦返納金과 권리의무를 전자가 승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¹¹⁶⁾≪東京經濟雜誌≫47-1170(1903년 2월 14일), 268쪽. 경인선이 명실공히 경부선의 경영조직속에 편입된 것이다.

　러일전쟁 직후까지 일제가 한국에서 부설한 철도는 경인·경부·경의·三馬(三浪津－馬山) 철도였다. 그런데 이 철도들은 성립 배경과 법률적 소유관계가 달랐기 때문에 운수영업에서도 각각 특수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즉 경인철도는 당초 미국인 모오스에게 그 부설권이 주어졌던 관계로 철도재료의 대부분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었고, 또 철도경영방식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민간식 경영이었다. 경부철도는 일본의 특허회사로 출발하여, 러일전쟁을 계기로 半官半民의 국책회사로 전환하였기 때문에, 일본 국내의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경의·삼마 철도는 부설 목적 자체가 군용이었기 때문에 그 소유자가 일본 육군이었고 경영방식도 군대식·관청식이었다. 한국철도의 불통일성은 일제 침략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크게 저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정부내에서는 러일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한국철도의 소유권과 경영방식을 통일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¹¹⁷⁾≪朝鮮鐵道史≫(1929), 344쪽.

　일본정부는 각 省의 분열된 의견을 조정·확정하기 위해, 각 성 次官과 外務次官으로 구성된 鐵道合同審議委員會를 설치하였다. 1905년 8월에 復命된 위원회의 보고서는 일본정부가 경부철도를 매수하여 한국철도를 일본의 체신성이 일괄하여 관할하도록 건의하였다.¹¹⁸⁾한국철도의 통일지배에 관한 논의의 전개와 그 귀결에 대해서는 鄭在貞,＜韓末·日帝初期(1905∼1916년) 鐵道運輸의 植民地的 性格―京釜·京義鐵道를 中心으로―＞(上)(≪韓國學報≫28, 1982)를 참조할 것. 그것은 “경부·경인의 二線이 반도에 있어서 다른 鐵道 諸 線路에 대해 그 死命을 制할만큼 긴요한 위치”¹¹⁹⁾鄭在貞, 위의 글, 343쪽.에 있기 때문에, 사설회사에 경영을 맡겨 두면, 금후 아무리 그 감독을 엄밀히 하여도 원래 營利와 共益은 일치시키기 어려워 일본의 대한경영방침과 회사의 시설과는 시종일관한 槓杆(지레)관계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¹²⁰⁾위와 같음.

　그런데 일본정부의 한국철도 직접 지배 방침은 당시 일본내에서 추진되고 있던 간선철도의 국유화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국내산업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해외시장(특히 한국과 중국)으로 진출하는 것을 국가의 사활문제로 인식하였다. 즉 일본이 러시아·프랑스·독일·영국 등 선진 제국과 대항하면서 상품의 판매시장과 원료·식량의 공급지로서 한국과 중국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과 국외시장을 통일적으로 연결해 주는 전국적 철도망의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사이온지 킨모치(西園寺公望)수상은 1906년 3월에 鐵道國有法案과 京釜鐵道買收法案을 의회에 제출하여, 北海道에서 九州에 이르는 일본의 간선철도와 한국의 경부철도를 일본정부가 매수하여 경영할 것을 제안하였다. 大藏省大臣 사카타니 요시로(阪谷芳郞)도 이제부터의 전쟁은 무기를 가지고 하는 전쟁이 아니라 주판을 가지고 하는 전쟁이라고 역설하고 일본의 산물을 한국 및 중국에 최대한 신속하고 저렴하게 수출하기 위해서는 철도의 국유화를 단행하여,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및 만주의 철도까지도 일본 철도망의 일환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¹²¹⁾中西健一,＜鐵道國有化への道とビスマルク的國有(一)－日本鐵道史硏究上の一問題の再檢討＞(≪經濟學雜誌≫1962년 3월호, 大阪市立大學經濟學硏究會), 44∼45쪽.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정부는 결국 “조선에 있어서 철도 各 線의 관리를 통일하고 운수교통의 민활을 꾀하여 일반 경영상 및 군사상의 목적을 달성”¹²²⁾朝鮮總督府 鐵道局,≪朝鮮鐵道四十年略史≫(1940), 71쪽.한다는 목적 아래, 1906년 7월 경부철도를 국가재정으로 매수하여 경의·삼마철도와 함께 일제의 한국 침략의 첨병기관인 통감부에 직속시켰다. 통감부에 의한 한국철도의 통일적 장악은 한국을 일본 자본주의의 시장권에 강제적으로 편입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일본의 국가권력이 철도를 통해 침략과 수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