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5권 신문화 운동Ⅰ
  • Ⅰ. 근대 교육운동
  • 5. 근대적 교과서의 편찬
  • 2) 근대 교육의 발전과 교과서
  • (3) 민간인에 의한 교과서 편찬과 실태

(3) 민간인에 의한 교과서 편찬과 실태

 1895년 후반 이후 관공립학교와 함께 사립학교가 각지에 설립되어 가면서 교과서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으나 학부에서 편찬한 교과서만으로는 수요에 충분히 응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부족한 교과서를 확보하기 위해 교과서 편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일어났다. 당시 유일한 민간언론기관이었던≪독립신문≫에서는 민간이 회사를 설립하여 출판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논설을 게재하고 있다.268)≪독립신문≫, 1896년 6월 2일.

 즉 몇몇 사람이 합자해서 출판사를 세우고 교과서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고용하여 서양의 책을 번역하여 보급하면 개인사업도 되고 국가의 문화발달에 기여하리라는 주장으로서 출판사업을 나라의 문명개화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점차 민간인에 의한 교과서의 간행이 진행되었다. 특히 황성신문사에서는 신문사 안에 출판사를 별도로 설립하여 교과서를 편찬 간행하였다. 황성신문사에서 교과서를 간행하기 시작한 것이 1899년부터인데 이 때부터 각종의 교과서가 민간에서 출판되어 나왔다.

 한편 일본과의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일본에서 출판된 도서가 유입되어 한국인 교사와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되고 있었으며 선교사들에 의해 교회에서 간행된 도서 및 중국에서 출판된 도서 등도 다수 보급되었다. 이들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출판된 도서들은 당시 국내의 부족한 교과서사정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의 부족은 특히 사립학교에서 더욱 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공식적으로 학부가 사립학교에 교과서를 공급하기 시작하는 것이 1905년이나 되어서야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1895년 漢譯版으로 간행한≪士民必知≫가 일부 사립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되기는 하였지만 1905년까지는 사립학교에 학부편찬 교과서가 공급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공립학교에 교과서 사정이 원활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교과서의 문제는 수요에 필요한 공급부족이라는 문제 이외에도 내용상에 있어서도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학부편찬 교과서가 학교에서 학년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간행된 것도 아니었고, 학교별로 교과목이 통일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교과서 사용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는 당시 한국 근대 교육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었다.

 이러한 사정은 사립학교 그 가운데서도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하였다. 교과서를 공급받을 수 없었으며 따라서 과목을 정하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학부에 교과서의 공급을 청원하는 한편 교과서를 구입하여 교과서에 맞추어 교과목을 설정하는 형편이었다.

 1897년부터 1905년까지 민간인이 편찬하거나 또는 외국인이 저술한 교과서를 간행연도별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1897년)  新編倫理學敎科書(井上哲次郞·高山林次郞 공저)  新撰敎育學(木村知治 저)  국문정리(리봉운 저) (1898년)  初等幾何學敎科書(菊池大麓 저)  萬國新地誌(佐藤傳藏 저) (1899년)  普通敎科東國歷史(玄采 저)  中東戰記(玄采 역)  美國獨立史(金嘉鎭 역)  波蘭末年戰史(魚瑢善 역)  大韓地誌(玄采 저) (1900년)  法國革新史(澁江保 저)  算術敎科書 上·下(李相卨 역)  算術新書(上野淸氏 저)  中等畵本(白濱徵, 本多佑補 공저)  日本文法敎科書(大槻文彦 저) (1901년)  農桑實驗說(金嘉鎭 저)  山上寶訓(漢口聖敎書會 간)  實用新敎授法(狩野鷹力 저)  學校模範(尹重海 저)  Penmanship(神田乃武 저) (1902)  국문독본(조원시 저)  中等修身敎科書(井上哲次郞 저)  東史輯略(金澤榮 저)  修訂中國史敎科書(有賀長雄 저)  산술신편 1(필하와 저)  Self-help(Samuel Smile 저) (1903년)  中等地理課本(辻武雄 저)  初等物理敎科書(陳熙星 저)  近世小化學(閔大植 저)  改正普通體操法(坪井玄道 저)  言文一致商業一般(富山房編輯部 편)  經濟學綱要(天野爲之 저)  Dialogue Readers(岸本能武太 저) (1904년)  牖蒙天字(G. S. Gale 저)  幾何學初步敎科書(菊池大麓 저)  初等幾何學敎科書(菊池大麓 저)  格物質學(潘愼文 역)  中學化學敎科書(池田菊苗 저)  小學校敎師用手工敎科書(日本文部省 편)  中等日本臨畵帖(白濱徵 저)  動物界新敎科書(後藤嘉之 저)  聖綱鑑小路(香港主敎 편)  English Grammar for Beginners(新田乃武 저)  Kanda’s New Series of English Readers(新田乃武 저) (1905년)  進明彙編(金相天 저)  歷史輯略(金澤榮 저)  大東歷史(崔景煥 저)  大東歷史略(鄭喬 저)  埃及近世史(張志淵 역)  邁爾通史(黃佐廷口 역)  大韓疆域考(丁若鏞 저)近世世界全圖(伊藤政三 저)  小學地理(日本文部省 편)  산술신편 2(필하와)  高等女學校用代數學敎科書(伊藤豊十 저)  近世物理學敎科書(本多光太郞 저)  普通敎育物理學敎科書(田丸卓郞 저)  近世化學敎科書(池田菊苗 저)  普通敎育化學敎科書(龜高德平 저)  尋常小學讀本(日本文部省 편)  法學通論(兪星濬 저)  增訂法學通論(兪星濬 저)  農政新編(安宗洙 편)  初等商業敎科書(川潑恭 저)  약물학 상(무기질)(애비슨 저)  약물학(애비슨 저)  望洗問答(大英國聖敎會 편)  德慧入門(淸國聖敎會 편)  Useful Knowledge on Popular Science(龜井忠)

 이상의 교과서를 보면 한국인에 의해 간행된 것은 국어와 수신과 국사와 지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과학계통과 경제와 산업과 의학 및 예능 등 신문물에 관한 분야는 거의 외국인에 의해 저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한국인 교과서 관계자들이 신학문에 대한 학문적 기반이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 근대의 학교교육에서 강조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알려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전체적으로 일본인에 의해 저술된 교과서가 거의 모든 교과에 걸쳐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인의 교과서가 점점 증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일본을 통해 새로운 문물이 주로 전해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편찬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일본인이 저술한 교과서가 필요했었던 것도 당시의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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