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5권 신문화 운동Ⅰ
  • Ⅰ. 근대 교육운동
  • 5. 근대적 교과서의 편찬
  • 2) 근대 교육의 발전과 교과서
  • (4) 교과서의 내용

(4) 교과서의 내용

 처음 학부에서 교과서를 편찬할 때 내용구성과 편찬 일반에 대한 기술축적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을 고빙하여 이 일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과서편찬에 참고하기 위하여 외교관을 통해 일본교과서를 보낼 것을 훈령한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겠거니와 일본인이 교과서편찬의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보여진다.

 갑오개혁이 진행되면서 그 실무에 경험있는 외국인이 고용되었는데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학부에도 일본인이 고용되어 특히 교과서편찬업무에 종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근대 교육개혁을 위한 충분한 기반이 미비된 상황이 었고 새로운 제도의 실시에 따르는 근대적 지식이 축적되지 못하였으므로 일본의 것을 모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과서의 간행에 있어서도 이는 같은 상황이었다. 이는 특히 1896년 2월에 간행된≪新訂尋常小學≫에 잘 나타나고 있다. 서문은 교과서 편찬의 필요성과 함께 일본인이 참여한 사실 그리고 국문으로 작성한 이유 등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배우는 자는 전혀 漢文만 숭상하여 옛것을 배울 뿐 아니라 시세를 헤아려 國文을 參互하야 또한 지금의 것도 배워하여 지식을 널릴 것이니 아국의 세종대왕께오서 하시되 세계 각국은 다 국문이 있어 인민을 배움을 열어 깨우치도록 하나하디 아국은 홀로 없다 하사 특별히 訓民正音을 지으사 민간에 광포하심은 婦孺와 輿대라도 알고 깨닫기 쉬운 연고라 이제 만국이 교호하여 문명의 진보하기를 힘쓴즉 교육의 한 가지일이 목하의 급무라 이에 일본인 보좌원 高見龜와 麻川松次郞으로 더불어 소학의 교과서를 편집할새 천하만국의 문법과 시무의 적용한 자를 의거하여 혹 물상으로 비유하며 혹 화도로 형용하여 국문을 상용함은 여러 아해들을 우선 깨닫기 쉽고자 함이오 점차 또 한문으로 진계하여 교육할 것이니 무릇 우리 뭇 어린이들은 국가의 實心으로 교육하심을 몸받아 恪勤하고 면려하여 材器 속성하고 각국의 형세를 암練하여 幷驅 자주하여 아국의 기초를 태산과 반석같이 조치하기를 날로 바라노이다. 건양 원년 2월 上澣(현재의 문법에 맞추어 옮김).

 이를 보면 교과서의 체제나 내용 등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신정심상소학≫에 들어 있는 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과서의 삽화는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삽화의 분위기나 인물의 의상에서 또는 동물의 표현양식에서 일본풍을 보여주고 있다. 내용 가운데서도 ‘욕심많은 개’·‘가마귀와 여우의 이야기’·‘포도밭’·‘사슴 이야기’ 등의 이솝우화라든지, ‘日本人 居留地의 地’라는 내용을 남산 일대의 지도와 함께 소개한 것,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한 내용이 있는 것 등은 일본인의 의견이 개입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교과서의 내용에서 기저를 이루는 것은 과학 등의 신지식과 새로운 문명에 대한 소개, 우리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효와 충 등 전통윤리에 대한 강조 등을 통해 우리 나라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지식을 보급하여 국민의 애국심과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것이었다. 자주독립국가로 발전하는 기반을 확립한다는 국가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학부에서 간행된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특히 처음 출판된 본국사 교과서나 소학교과서의 내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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