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5권 신문화 운동Ⅰ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1. 근대 문학의 발전
  • 2) 개화기의 시가 장르
  • (4) 개화기의 시조와 가사

(4) 개화기의 시조와 가사

 조선 후기까지의 국문 시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시조와 가사는 개화기에 들어와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시조는 간결한 형태의 작품이면서도 그 간결한 형태로 예사롭지 않은 삶의 깊이를 형상해 낼 수 있다는 점으로 아낌을 받아 온 시가 형태인데, 개화기에 있어서도 그런 역할을 계속하여 이어 나갔다. 개화기에 시조를 가장 많이 발표했던 지면은≪대한매일신보≫로서 그 편수는 300여 편에 이른다. 이 신문의 ‘詞藻’라는 고정란에 실렸던 시조 작품들은 조선 후기의 시조 작품들과는 달리 한자로 만들어진 두 자 또는 세 자 제목을 붙였고, 시조 한 편을 3행으로 나누어 적었으며, 율격으로 보아 필요한 자리에 월점을 찍었고, 시조창의 전통을 이어 흔히 끝 행의 끝 음보를 생략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405)조동일, 앞의 책, 278쪽. 특히 끝 행의 마지막 음보를 생략하도록 한 변화는, 삶의 현실에서 결핍이 긴장을 불러 일으키듯이 시조 작품에서도 긴장을 조성하여 시조가 원래 지녔던 유장한 풍격을 바꾸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신문에 실렸던 시조 작품들 중 다수는 ‘사회등’ 가사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신문 편집진들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용상 두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 善心은활살이오, 惡心은관혁이라

  包藏禍心奸細輩를, 저관혁이머지않다

  보아라, 나의고든화살 百發百中.

              (‘直矢’, 1909. 8. 3.)

(나) 박망치소리가, 흐응, 어지더니, 흥

  증치 소리가  요란하구나, 아

  애구, 지구, 흐응. 雙成禍로구나, 흥.

              (‘雙成禍’, 1909. 2. 12.)

 위의 (가)는 제3행의 끝 음보가 생략된 개화기 시조의 일반적 형태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당대의 부정적인 군상을 굳이 풍자의 수법을 빌리지 않은 채 직접 비판, 매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나)는 시조의 형태에 민요인 ‘흥타령’의 여음을 복합하여 만들어 낸 작품이다. 원래 ‘흥타령’은 즐겁게 놀면서 흥을 내는 노래인데, 그 여음을 살려 흥겹게 노는 상황과는 판이한, 야유의 기능으로 전용한 솜씨는 놀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솜씨에서도 나타나듯이 (나) 작품은 당대의 부정적인 군상을 직접 비판, 매도하기보다 풍자로써 비난, 공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신문이 게재한 시조 작품들 이외에도 개화기에는≪소년≫과≪대한유학생회보≫를 비롯한 잡지·학회지들에 다수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이 작품들 역시 제3행 끝 음보를 생략하는 이 시대 시조의 일반적인 모습을 따르고 있었으나, 自保意識을 강렬하게 형상화 해내는 점에 있어서는≪대한매일신보≫의 작품들에 미칠 수가 없었다.

 4음보 연속체의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가사는 그 형태를 바꾸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시가 형태이다. 이 점으로 하여 가사는 문화적 격동기인 개화기에 들어와 분연체를 채택한 ‘사회등’ 가사로 변화되기도 하는 한편, 여전히 옛 형태를 지속하기도 하였다. 형태는 옛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으나, 그 형태로 노래한 삶의 모습은 격동하는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화기에 제작된 가사는 종교가사·기행가사·의병가사·학교가사 등과 같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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