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3. 식민지 지배체제의 특질
  • 1) 일제의 조선침략과 식민주의
  • (1) 무단통치에 의한 지배체제 구축기(병합∼3·1독립운동)

(1) 무단통치에 의한 지배체제 구축기(병합∼3·1독립운동)

 일제는 러일전쟁 이후 통감부를 설치하여 한국을 보호국화하면서 병합의 토대를 마련하여 갔다. 조선군대를 해산하고 러일전쟁 때의 일본군을 계속 주둔시켜 항일의병투쟁을 진압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조선의 치안을 담당케 하였다. 이 치안유지란 반일저항운동을 억누르는 것을 뜻한다.

 일제는 1910년 무력으로 조선을 완전히 강점하고 나서 영구히 지배하기 위하여 구왕조체제를 해체시켜 식민지체제로 재편성하여 갔다. 이에 대한 민족적 저항은 치열하였고 그 대응수단으로 헌병경찰제라는 특이한 무단통치기구를 만들어내었다. 헌병은 본래 군의 치안유지를 담당하는 군사조직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군의 통수체계와는 전혀 다른, 천황에 직속하는 조선총독의 권력체계 속에 편입시켜 일반적 치안유지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이것은 총독에게 조선주둔군의 통수권을 부여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군사적 무단통치를 통하여 식민지 지배체제의 기반을 구축하여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일제는 조선을 ‘영구히 그리고 완전히’ 지배하기 위하여 以夷制夷적인 분할지배정책을 전개하였다. 조선민족 내부에 일정한 부분을 식민지 지배의 지지기반으로 삼아 이들을 통하여 조선을 지배하여 나가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것이 영국식의 간접통치방식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직접통치방식에 의하면서도 일본과 이해를 같이하는 세력을 구축하여 나감으로써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친일적인 구관료를 포섭하여 그들로 하여금 단순한 대민업무를 담당케 함으로써 민족적 저항을 약화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일본은 조선의 전통적 지주전호제 생산관계와 토지소유제를 그대로 둔 채 식민지 지주제로 변형시켰다. 총독부라는 지배권력이 조선 최대의 지주가 되고 일본인을 이주시켜 지주 등의 경제적 지배계급으로 성장시켜 나갔다. 이것은 식민지 수탈을 뜻하는 것인데, 아울러 그들은 조선인 지주의 이익을 어느 정도 온전시켜 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일제와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하여 식민지 지지기반으로 삼고자 하였다.

 이런 경제적 토대의 구축과 함께 일본은 조선을 병합하자마자 구지배계급의 최상층부인 왕족과 정부고관에 대한 회유책을 마련하여 자금을 공여하고 작위를 부여하기도 하였다.192) 大村友之丞 編,≪朝鮮貴族列傳≫(朝鮮總督府, 1910).
牧山耕藏 編,≪朝鮮紳士名鑑≫(日本 電報通信社 京城支局, 1911).
그리고 총독의 자문기관이라는 명목으로 중추원을 설치하여 작위받은 자를 포함하여 고위급 매국인사 69명을 고문·贊議·副贊議의 직책에 참여시켰다.193) 牧山耕藏, 위의 책. 그 외에도 총독부의 중앙 및 지방의 행정기구에 많은 조선인을 채용하였다(예를 들면, 1915년 총독부관계 직원 수는 총 30,081명인데 이 중 조선인은 12,839명). 지방군수급 이상의 고등관의 경우에도 무려 353명(고등관 합계 1,079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 조선인 고등관의 부서는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재판소와 지방군수에 집중되고 있다. 총독부 중앙부서와 폭력적 통제기구인 경찰이나 헌병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은 중추원에 들어간 자들처럼 구정부의 고관은 아니었으나 그에 버금가는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 친일매국에 앞장 선 자들로 그에 상응한 ‘논공행상’이었다. 일진회 등 지방 차원에서 일제의 강점에 앞장섰던 자들도 촉탁·고원 등의 신분으로 대거 통치기구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처럼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의 통치기구에 조선인을 대대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것은 언어와 관습 등의 차이 때문에 일본인에 의한 직접통치가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현실적 필요성에 의한 것임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아울러 그들은 조선인을 통치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분할지배의 이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일제는 병합을 하면서 종래의 경제적 지배계급인 지주층과 정치적 지배계급인 관료층, 그리고 매국에 앞장섰던 자들을 포섭하여 이들을 일제의 조선지배와 이해를 같이하는 세력으로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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