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가의 국민으로서 올바른 정치의 훈련은 대개 고장 생활에서 쌓게 된다. 내가 사는 고장은 직접적으로 나와 이해 관계가 있으므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장의 발전을 바라게 된다. 고장의 발전을 통해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민주 정치의 기초이다.

그러므로, 모든 민주 국가에서는 올바른 민주 정치를 하기 위하여, 각 고장의 특색을 살리고 이익을 가져오도록 고장의 실정에 알맞은 정치를 하여야 한다. 이것을 지방 자치라고 한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국가 전체의 정치에 참여하는 동시에, 고장의 한 사람으로서는 자기 고장의 정치에 참여한다. 우리는 내 고장의 일을 하는 지방 의회 의원을 뽑고, 지방 의회에서 정하는 법을 지키며. 고장 살림을 위하여 필요한 세금을 낸다.

지방 자치는 민주 정치의 기본이 된다. 우리는 대통령이나 국회 의원을 뽑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지방 의회 의원을 뽑는다.

각 지방의 행정을 중앙 정부에만 맡기면, 각 고장의 특색과 필요에 맞는 행정을 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신속한 행정의 처리도 힘들다. 그러나 한편, 모든 것이 지방 자치에만 맡겨지면, 전국적으로 행정이 통일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로서 필요로 하는 커다란 일을 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행정을 하는 데는 이와 같은 두 면을 잘 조정하고 원만하게 하기 위하여, 지방 자치와 중앙 행정에 한계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지방 자치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장차는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지방 자치의 단위로는 현재의 행정 구역인 서울 특별시와 부산 직할시 및 도를 큰 묶음으로 두고, 그 밑에 시와 군을 작은 묶음으로 두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각 지방에는 중앙의 국회와 같은 구실을 하는 의회를 두어, 그 고장의 일을 의논하여 결정짓게 하고 있다.

각 지방 의회에서는 그 지방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심의하고, 지방 자치를 위하여 필요한 규칙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지방 자치의 기본을 마련한다.

민주 정치를 잘 하고 못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자치가 잘 되느냐 못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속해 있는 단체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잘 이끌어 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협력하는 자치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정, 그 학교, 그 마을은 훌륭하게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지방 자치를 잘 하면, 저절로 나라 전체의 정치도 잘 되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 생활에서의 민주 정치는 지방 자치를 잘 해 나가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고장의 민주 생활에 있어서 명심하여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이웃과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야 하며,

둘째로, 아직도 그 뿌리가 남아 있는 양반과 상민을 차별하는 낡은 생각을 없애야 하며,

세째로, 잘 살고 세력 있는 사람을 우러러보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얕보아서는 아니 되며,

네째로, 직업이 좋아 보인다든지 천해 보인다 하여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다섯째로, 법이나 규칙을 지키고 공중 도덕을 존중하는 마음씨를 가져야 하며,

여섯째로, 내 욕심만 채우려고 남이나 고장 전체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