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정치와 사회

고구려는 전제적인 왕권 밑에 대대로, 태대형 등 12관등이 있고, 정권과 병권을 통수하는 막리지가 있었다. 서울을 5부로 나누어 다스렸는데, 지방도 5부로 나누고, 그 밑에 여러 성을 두어, 5부에는 욕살, 성에는 처려근지(일명 도사)를 두어 다스렸다.

또, 3경 제도가 있었는데, 3경은 서울인 평양과 국내성, 한성(지금 재령)이다. 고구려의 지방 조직은 군사 조직의 성격을 아울러 띠고 있었으니, 서울과 지방의 모든 행정 구역에는 군대가 항상 주둔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방관은 군사 지휘관이기도 하였다.

법률은 매우 엄격하여, 반역자는 화형을 가한 후, 목을 베고 그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적에게 항복한 자와 패배한 자,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하였다.

지배 계급은 국가로부터 토지를 받고, 많은 노비를 거느렸으며, 윤택한 생활을 하였으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민은 조세를 부담하고, 또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생활이 어려웠다. 그리하여, 고국천왕 때에는 춘궁기나 혹은 흉년이 들어 백성이 곤궁할 때에 곡식을 빌려 주었다가 추수기에 받아들이는 제도인 진대법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백제의 정치와 사회

백제는 전제적인 왕권 밑에 6좌평의 제도가 있어 국무를 분장하였으며, 후에 중앙 관서로 22부를 두어 정치 체제를 갖추었다. 관등으로는 좌평, 달솔 등 16관등이 있었으며, 등급의 높고 낮음에 따라 복색을 자주색, 붉은색, 파란색으로 구분하였다. 서울은 5부로 나누어 다스렸으며, 지방은 5방으로 나누고, 방을 다시 10군으로 나누어, 방에는 방령, 군에는 장을 두어 다스렸다. 백제도 고구려와 같이 서울이나 지방의 모든 행정 구역에는 항상 군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 밖에, 지방의 큰 읍락을 담로라 하여, 여기에는 왕족을 보내어 다스렸다.

법률은 엄격하여, 반역자는 죽이고, 그 가족은 노비로 삼았으며, 싸움에서 퇴군한 자는 죽였다.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하였으나, 노비 3인으로 속죄할 수 있었고, 관리로서 뇌물을 받은 자와 도둑질한 자는 배상을 물리는 동시에, 종신 금고에 처하였다. 지배 계급은 북쪽으로부터 들어온 계통과 족장 등 토착 세력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으나, 유이민이 왕족이 되어 우세하였다. 삼국 중 백제가 비옥한 토지와 인구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으나, 피지배 계급인 평민은 농업에 종사하면서 조세와 부역을 부담하여 생활이 어려웠다.

신라의 정치와 사회

신라는 삼국 중 가장 늦게 발전하였으나, 독자적인 사회의 발전으로 순조로운 국가 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씨족 사회의 풍속이 오래 계속되어 박, 석, 김 3성 중에서 왕이 선출되었다. 관등으로는 이벌찬, 이찬 등 17관등이 있었는데, 이것은 골품 제도와 밀접한 관계를 두고 이루어졌다. 골품에는 성골, 진골, 6두품, 5두품, 4두품이 있었고 그 밑은 평민으로 구별되었다.

골품 제도에 의한 차등은, 관등뿐만 아니라 그 밖의 여러 생활 양식에도 적용되었다. 진덕 여왕대로 성골이 끊어지자, 진골이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중앙 관서로는 집사부, 병부, 조부 등을 두어 정사를 분장하였으나, 후에 집사부에 중시를 두어 이와 바꾸게 하였다.

서울을 6부로 나누어 다스리고, 지방을 5주로 나누고, 주를 다시 군과 현으로 나누어, 주에는 군주를 두어 다스렸다. 또, 신라에도 고구려나 백제와 같이 서울과 지방의 행정 구역에는 군대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서울과 지방 각 5주에는 정이라 하는 군단을 하나씩 두고, 그 아래에 서, 당이라 하는 여러 부대를 두었다.

신라에는 원시 시대 씨족 회의의 유제로 화백이란 제도가 있어 국가의 중요한 일을 의논하였는데, 이것은 만장 일치제로서, 한 사람의 반대가 있어도 결정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화백제도는 왕권이 강화되면서 귀족 회의로 변하였다.

또, 신라에는 씨족 사회의 청년 집단에 기원을 둔 화랑도가 있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화랑도가 대체로 편성된 것은 진흥왕 때로서, 귀족 청소년을 중심으로 서로 훈련하여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을 수양하여 국가 사회에 헌신하도록 교육하였는데, 이들은 원광법사가 가르쳤다는 세속 오계¹⁾ 원광이 신라 청년에게 준 다섯 가지의 교훈. 사군이충, 사친이효, 교우이신, 임전무퇴, 살생유택이다. 뒤에 이것을 신조로 하여 화랑도가 크게 발전하였고, 삼국 통일의 기초를 이룩하게 되었다.를 신조로 삼았다. 지배 계급은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노예를 거느려 윤택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피지배 계급인 평민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조세와 부역을 부담하였으므로, 생활이 어려웠던 것은 고구려나 백제의 경우와 같았다.

삼국의 종교

삼국은 모두 천신, 일월신, 산천신을 숭배하였다. 그리고, 국가적인 시조신으로, 고구려는 동명신, 백제는 구태신, 신라는 시대에 따라 박혁거세, 석탈해, 김알지를 제사하였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여 감에 따라 그것만으로는 만족을 주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종교가 요구되었다. 이러한 때에 심오한 교리와 찬란한 예술을 갖춘 불교가 들어왔다.

고구려는 소수림왕 2년(372)에 전진왕 부견이 중 순도와 불상, 경문을 보내 옴으로써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백제는 고구려보다 12년 뒤인 침류왕 원년(384)에 동진에서 온 중 마라난타가 처음으로 불교를 전하였으며, 신라는 이보다 훨씬 후인 눌지왕 때에 묵호자가 고구려로부터 와서 불교를 전하였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법흥왕 14년(527)에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불교를 공허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삼국에 불교가 들어와서 널리 퍼지자, 고구려에 초문사, 백제에 왕흥사, 신라에 황룡사 등 유명한 사찰이 건립되었고, 고구려의 보덕과 백제의 겸익, 신라의 원광과 자장 등 유명한 승려가 배출되었다. 한편, 삼국의 불교는 나라를 수호하고, 개인의 복을 빌기 위한 것이었다. 즉, 불교를 믿으면 나라에 우환이 없어져 국운이 융성하여진다고 생각하여 국가에서 이를 보호 장려하였으며, 또 개인의 불행을 쫓고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고구려 말기 영류왕 때에는 당으로부터 도교가 전래되어 퍼지게 되었다.

삼국의 학문과 교육

삼국은 대륙과 교통하면서 그 곳 문화를 받아들여 문화 발달에 노력하였다. 고구려는 소수림왕 2년 서울에 태학을 세우고, 태학 박사를 두어 귀족 자제에게 유학과 역사를 가르쳤다. 또, 평양 천도 후에는 경향 각처에 경당을 세워 청소년에게 유학과 역사, 무예를 교육하였다.

이와 같이 학문이 발달함에 따라 편찬 사업도 행하여져, 고구려에는 일찌기 유기 100권이 편찬되었으나, 영양왕 때에 태학 박사 이문진이 이것을 정리하여 신집 5권을 편찬하였다.

백제는 일찍부터 학문이 발달하여 오경 박사²⁾ 역경, 시경, 서경, 예기, 춘추 등 경서에 능통한 사람에게 주던 박사의 호칭. 이들은 특히 일본에 초빙되어, 고대 일본 문명을 개발하는 데 공이 컸다.를 비롯하여, 역, 의, 역 등의 전문 박사를 두어, 그 방면의 교육을 행하였다. 학문의 발달과 아울러 역사책의 편찬도 하였는데, 근초고왕 때에는 박사 고흥이 서기를 편찬하였다. 이 밖에, 백제기, 백제신찬, 백제본찬 등의 이름이 전한다.

신라가 적극적으로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증왕 때로, 이 때부터 학문이 차차 발달하여, 진흥왕 때에는 거칠부 등이 국사를 편찬하였다.

그리고, 한자의 음과 뜻을 빌어 신라말을 적는 이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 이두로써 향가를 지어 불렀으며, 서동가와 혜성가 등이 전한다.

삼국의 예술

삼국 시대에는 고유 예술이 중국의 영향을 받아 눈부신 발달을 하였으며, 그 특색은 귀족적이며 불교적인 데에 있다. 고구려는 북중국의 영향을 받아 웅장하고 소박하며 생동적인 데에 대하여, 백제는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아 우아하며,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의 것을 잘 조화하여 웅건하고 정교한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고구려의 예술은 지안과 평양 부근에 남아 있는 고분을 통하여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의 고분은 석총과 토총으로 구분되는데, 석총의 대표적인 것은 장군총으로 웅대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며, 토총으로는 당시의 건축물과 그림의 솜씨를 잘 보여 주는 용강의 쌍영총이 유명하다.

이 밖에 무용총, 강서의 대묘와 중묘 등도 그 벽화로 유명하다. 벽화의 내용은 해, 달, 별 등 천체,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4신도, 사냥, 무용, 씨름 등의 풍속이 그려져 있어, 그림 솜씨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상과 풍속을 짐작하는 데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화가로는 일본에 건너가서 호오류우 사의 벽화를 그린 담징이 유명하며, 음악가로는 중국의 칠현금을 개량하여 거문고를 만든 왕산악이 유명하다.

백제의 예술은 고분과 부여 부근의 석탑, 그리고 기와, 금동불 등의 발견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고분은 백제의 도읍지였던 위례성(지금 경기도 광주), 공주, 부여 등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화가로는 일본에 건너가서 쇼오토쿠 태자의 화상을 그렸다는 아좌 태자가 유명하며, 건축은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과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 등이 남아 있어 유명하고, 조각은 여러 금동제의 불상과 연꽃 무늬가 아름답게 놓여진 와당 등이 유명하다.

신라의 예술은 고분에서 발견된 공예 미술품과 약간의 건축물로 짐작할 수 있다.

신라의 고분은 토총으로 되어 있으나, 내부는 대개 목곽을 만들고, 그 위에 잡석을 덮어 쌓은 적석 목곽분으로 되어 있다.

유물이 많이 출토된 곳으로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등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균형이 잡히고 조화미가 넘치는 금관을 비롯하여, 금, 은, 옥으로 만든 허리띠,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의 장신구가 출토되어 그 기묘함과 호화로움을 자랑하고 있다.

화가로는 솔거가 유명하며, 양지는 그림 이외에 조각과 글씨에도 능하였다.

건축으로는 첨성대가 동양에서 가장 오래 된 천문대로 유명하며, 분황사탑은 전탑식의 석탑으로 유명하다.

음악에는 가야 사람으로 가야금을 신라에 전한 우륵, 거문고의 옥보고, 대악을 지었다는 백결 선생이 유명하다.

삼국 문화의 동류

삼국은 일찍부터 대륙 문화를 소화하여 각각 독자적인 현란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또, 대륙과 떨어져 있었으므로 유치한 단계에 있던 일본 문화를 계발하는 데에 삼국의 문화는 큰 역할을 하였다.

백제는 일찍부터 일본과의 접촉이 많았으므로, 일본 문화 향상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근초고왕 때에는 아직기, 왕인 등을 일본에 보내어 한자, 한학을 전하여 학문의 길을 열어 주고, 유교적 도덕관을 심어 주었다. 백제가 남쪽으로 천도한 다음에는 양국 간의 관계는 더욱 가까와졌고, 무녕왕 때에는 오경 박사 단양이, 고안무 등을 일본에 보냈고, 성왕 때에는 오경 박사 유귀를 위시하여 의, 역, 역 등 박사들과 미술, 공예에 관한 기술자를 보내었다.

일본에 불교를 전도한 것도 역시 백제였다. 성왕 때(552)에 노리사치계를 시켜 불상과 경론을 전한 후, 계속하여 경사, 불공, 사공, 화공, 와공 등을 보내어 일본 불교 창건에 이바지하였다.

백제의 중 혜총, 관륵, 고구려의 중 혜자, 담징 등은 일본 불교 창건에 공이 컸으며, 관륵은 불교 외에 역본, 천문, 지리에 관한 학문을 전하였고, 담징은 오경과 회화, 지묵, 맷돌의 젯법을 전하였는데, 호오류우 사 금당의 벽화는 담징의 작품이라고 한다.

백제 아좌 태자가 그린 일본 왕자 쇼오토쿠 태자의 화상이나 호오류우 사에 안치된 백제 관음상은 지금 일본의 국보가 되어 있는데, 이것으로 그 당시의 백제 예술의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신라는 배 만드는 기술, 둑 쌓는 기술을 일본에 전하여 그들의 산업 발달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와 같이 삼국은 각기 그들 문화를 일본에 전하여 그들을 계발하였다. 따라서, 아스카 문화는 삼국 문화의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