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 시대 사회의 성격

삼국 시대의 사회는 농지, 관개 시설, 목장, 광산, 산림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귀족과 족장, 그들의 허가를 받든지 조세를 바치지 않고는 그러한 생활 자원을 이용할 수 없는 일반 평민, 그리고 천민 집단인 부곡민(部曲民)과 노비가 있어서 계급상의 차이가 분명하였다.

그리하여, 귀족들이 평민이나 노비를 다스리기 위한 고대 국가라는 정치 기구와 엄한 신분 제도, 그리고 율령과 같은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게 되었다.

신분 제도가 엄했을 뿐만 아니라, 각 친족의 유대 관계도 강하였으므로, 개인의 신분은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친족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따라서, 삼국 시대의 인명에는 반드시 그 개인이 속한 친족명과 지방명이 붙어 다녔다.

그리고, 삼국 시대에는 농업, 목축업, 어업, 수공업이 골고루 발달하여 경제 생활이 전시대보다 훨씬 향상되었다. 나아가, 상업이 성하여 수도에 시장이 열려 지방 특산물이 매매되었으며, 이것이 외국에 수출되기도 하였다.

한편, 삼국 사회에서는 고리대업도 성하였다. 고리로 꾸어 쓰고 만약 이를 갚지 못하면 노비가 되었으므로, 이 고리대업은 평민들을 노비로 몰락시키는 작용을 하였다. 이것을 막기 위하여 고구려에서는 춘궁기에 곡식을 꾸어 주었다가 추수한 뒤에 갚게 하는 진대법이라는 빈민 구제 제도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고구려 사회

고구려는 평양성으로 도읍을 옮긴 뒤에 행정 조직과 관등 조직이 더욱 정비되었다. 관등 조직은 여러 차례 변하였다. 말기에는 대대로, 태대형, 울절, 태대사자 등 10여 등급¹⁾ 고구려 관명에는 ‘형’과 ‘사자’의 이름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 특색으로, 원래 고구려 사회에서 ‘형’이란 말은 나이 많은 연장자와 족장의 뜻으로 썼고, ‘사자’는 족장의 심부름으로 지방에서 조세를 받아 오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이 있었는데, 수상인 대대로는 원칙적으로 3년에 한 번씩 선거되었다.

고구려가 망하기 전에 그 총 홋수는 69만 7천이고, 성곽은 176개에 달하였다. 이렇게 많은 인구와 넓은 판도를 다스리기 위하여 행정 조직을 정비하였는데, 수도와 지방을 각각 5부로 나누고, 지방 장관으로 욕살을 임명하였으며, 수도인 평양성 외에 국내성과 한성(재령)을 두어 3경 제도를 마련하였다.

족장들이나 성주들은 모두 자기들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이것을 국가에서 동원할 때에는 대모달, 말객 등의 군관으로 하여금 지휘하게 하였다.

조세 제도에 있어서는, 곡식으로 매호마다 받는 조와, 베나 곡식으로 개인에게서 받는 인두세가 있었다. 고구려 사회에서는 법이 엄하여 반역자는 불로 태우고 목을 잘랐으며, 살인자나 전쟁에 패한 자도 목을 잘랐다.

백제 사회

백제 사회는 귀족으로 성장한 8대성의 세력이 커서 왕권은 비교적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백제는 중국, 일본과의 무역으로 번영한 사회였던 까닭으로, 저절로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는데, 일찍부터 중국의 정치 제도를 본떠서 관제를 정비하였다. 즉, 왕 아래에는 6좌평 제도를 두어 행정을 나누어 맡게 하였고, 수도를 사비로 옮긴 뒤에는 22부의 중앙 관서를 새로 두었다. 수도는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5부로 나누었으며, 각 부에는 군대를 500명씩 두어 치안을 유지하였다.

지방도 5방으로 나누고 그 장관을 방령이라 하였다. 그리고, 방 아래에 10군을 두었으며, 군마다 3인의 장군과 700~1200명의 군대를 두었다. 한편, 이와는 달리 지방 중심지를 담로라 하여, 전국에 22개의 담로를 두었다.

조세 제도에 있어서는, 조로 쌀을 받고, 세로 쌀, 명주, 베 등을 받았다. 법률은 엄하여 반역자, 전쟁에서 패한 자,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였다.

신라 사회

신라는 각 지방의 족장 세력을 통합, 편제하는 방법으로 골품 제도를 마련하였는데, 먼저 각 지방의 작은 촌장에게 4두품, 5두품의 신분을 주고, 한 등급 위에 있는 대족장에게는 6두품의 신분을 주었으며, 중앙의 귀족은 진골, 왕족은 성골이라 하였다.

그러나, 무열왕 이후부터는 성골이 없어지고, 진골에서 왕이 나오게 되었다.

이와 같은 두품은 개인 신분뿐만 아니라, 그 친족의 등급도 표시하는 것이 되었다. 이 두품 여하에 따라서 그들의 사회 활동과 정치 활동의 범위가 제한되었다.

특히, 신라의 관등 조직은 골품 제도와 관련을 시켜서 편성되었으니, 진골은 17등급의 관리를 모두 할 수 있고, 6두품은 제6등급의 관등까지 승진할 수 있으며, 5두품은 제10등급의 관등까지, 그리고 4두품은 제12등급의 관등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중앙의 관제는, 법흥왕 때에는 귀족 회의장인 상대등과 병부밖에 없었으나, 진평왕 때에 와서는 위화부, 조부, 그리고 예부를 두었으며, 진덕 여왕 때에 와서는 이방부를 신설하고, 집사부에 수상으로 중시를 두어 국가 권력을 강화시켰다.

또한, 지방 행정 조직은 중원경(충주), 동원경(강릉)의 2소경을 두고, 전국을 5주로 나누었으며, 그 아래 군현을 두었다. 소경의 장관을 사신이라 하였고, 주의 장관을 군주라 하였다.

한편, 군사 제도에 있어서는, 6정이라는 6개의 군관구와 서당이라는 여러 부대를 두어 주요 지점에 배치하였고, 수도 방위를 위해서는 위병을 따로 두었을 뿐만 아니라, 사자대라는 특수 부대를 배치하였다.

화백

신라는 회의에 의하여 움직여진다고 할 만큼 회의가 많았다. 아래로 촌락 회의에서부터 위로 귀족 회의, 중신 회의에 이르기까지, 공적인 일은 모두 회의에서 결정하였다. 그리고, 경주 주위의 네 곳에 회의 장소를 두고 4영지²⁾ 청송산, 오지산, 피전, 금강산을 4영지라 하였다.라 하여 신성시하였다. 그리하여, 항상 국론을 통일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회의에 있어서는 화백이라는 원칙이 적용되었다.

화백이란, 한 집단 안에서 회의할 때에 한 사람의 반대자가 있어도 결정을 볼 수 없는, 만장 일치의 제도였다. 이 제도는 각 집단의 부정을 막고 그 집단의 단결을 강화하였다.

도시의 발달과 고대 무역

고대 국가가 성립할 때에 지방 족장들이 수도로 이주하여 중앙 귀족이 되면서, 삼국의 수도는 정치, 사회의 중심이 되어, 왕궁과 각종 관청이 집중하였다. 그리고, 불교 사원과 함께 토착신, 귀족들의 조상신을 모시는 사당 등이 세워졌다.

또, 수도를 방위하기 위하여 삼국은 성들을 쌓았는데, 왕궁을 둘러싼 성을 재성이라 하였고, 도시 전체를 둘러싼 성을 나성이라 하였다.

평양성과 사비성은 재성과 나성을 모두 갖춘 도시이다. 신라의 금성(경주)은 평야에 자리잡고 있었으므로, 나성 대신 경주 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 산성을 쌓아 외적의 침입을 막았다.

한편, 수도를 경비하는 군인이나 하급 관리, 수공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평민, 귀족이 소유하는 노비 등이 불어나서 도시 인구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조세와 공물을 받아들이는 창고가 생겼으며 전국의 특산물이 모이는 시장도 열렸다.

고대 무역을 독점하던 낙랑군이 멸망한 뒤, 삼국의 국제 무역은 크게 발달하였다. 고구려는 주로 남⋅북중국 및 유목민인 북방족들과 무역하였고, 백제는 남중국 및 일본과의 무역이 성행하면서 경제가 크게 발달하였다. 신라는 한강 하류 지역을 확보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이 자유로왔다.

당시 삼국의 수출품으로는 주로 마직물, 금은 세공품과 주옥, 인삼, 모피류 등이 있었고, 수입품으로는 견직물과 귀족 생활의 기호에 맞는 장식품류, 서적, 무기류 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무역도 크게 성하여 삼국의 앞선 문물이 일본에 수출되었다.

화랑도

화랑도의 기원은 옛 씨족 공동 사회의 청소년 집단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조직은 사회의 중견 인물을 양성하는 교육적인 기능을 가졌다. 이들에게는 일상 생활의 규범을 비롯하여, 옛 전통에 관한 지식을 가르쳤으며, 각종 제전 및 의식에 관한 훈련을 쌓게 하고, 수렵이나 전쟁에 대한 기술도 익히게 하였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화랑도는 협동과 단결의 정신을 기르고 강인한 체력을 연마하였다.

신라가 한창 팽창하던 진흥왕 때에는 국가 정신이 크게 고조되어, 화랑도의 훈련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그러한 훈련을 받은 소년들은 스스로 나라의 일군으로 자처하였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원광은 세속 5계(世俗五戒)를 가르쳐 높은 의기를 권장하였다.

화랑도는 전시에는 군대로 편성되어 직접 전투에 참가하였다. 김유신, 죽지랑과 같이, 신라의 재상이나 명장 중에는 화랑 출신이 많았으며, 사다함, 관창, 죽죽 등은 용맹한 전사로서 이름을 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