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정기의 경제

일제 식민지하에서의 우리 경제는, 일본 경제에 예속되어 자본과 기술이 일본인에게 독점되어 있었기 때문에, 광복 후 일본인이 철수하고 일본과의 경제 교류가 단절되자, 한국 내의 공장은 가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한편, 광복 이후 국토 분단은 두 지역의 경제 혼란을 가중시켰고, 자원 및 시설이 편재하여 있고, 상호 교류가 불가능해짐으로써 국민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다.

미 군정은 미곡의 자유 판매를 허용하고, 일제 침략기에 실시되었던 경제 통제를 철폐하는 등 자유 경제 체제를 채택하였다. 이러한 경제 자유화 정책은 일시적으로 시장 경기를 가열시켰으나, 곧 재고 물자가 바닥나고, 새로운 생산 활동이 뒤따르지 못함으로써 국민 생활은 크게 위협을 받게 되었다.

더욱이, 통화의 증발과 물자의 부족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였고, 군정 당국이 이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광복 후 국민 경제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정부 수립과 경제 건설

대한 민국이 수립된 직후, 제1공화국에서는 무엇보다 경제 재건에 뜻을 두고,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농⋅공의 균형 발전, 소작제의 철폐, 기업 활동의 자유, 사회 보장 제도 실시, 인플레이션의 극복 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미국과 경제 원조 협정을 체결하고, 일본인이 소유하였던 공장을 민간 기업에 불하하였으며, 농지 개혁법을 제정, 실시하는 등 경제 안정 시책을 추진하였다. 또, 면방직 공업의 육성과 자원의 개발 등에 역점을 두어 경제 재건에 노력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경제 시책으로 경제는 회복 추세를 보이고, 국민 생활도 점차 안정되어 갔으나, 6⋅25 전쟁으로 그 동안의 발전은 허물어지고 말았다.

6⋅25 전쟁 후의 경제 복구

6⋅25 전쟁으로 남한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생산 시설의 42%, 공장 건물의 46%에 달하는 엄청난 것이었다. 특히, 격심한 피해를 입은 것은 경인 지방에 밀집되어 있던 섬유 공업과 인쇄 공업 분야였다. 또, 전비 조달을 위한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하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었고, 이로 인한 통화 증가는 폭발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휴전 후에는 복구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정부는 국내 자본에만 의존할 수 없어 외국 원조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였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각종 채권을 발행하여 경제 재건 자금으로 충당하였다.

이후, 한국 경제는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면서 공업화를 지향해 나갔다. 그 중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분야는 섬유 공업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활발하였던 것이 화학 공업이었다. 충주 비료, 나주 비료 등 대규모의 공장이 건설되고, 제지, 고무, 유리 공업 분야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1950년대 후반기에는 제분, 제당 공업이 성장하였다. 그러나 소비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한 데 비하여, 제철, 제강 및 기계 공업과 같은 생산재 산업은 이렇다 할 만한 발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생산재에서 원료에 이르기까지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경제의 허약성을 드러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의 복구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여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의 추진

정부에 의한 경제 개발 계획이 처음으로 수립된 것은 제1공화국하에서 작성된 7개년 계획이었다. 이것이 제2공화국에 의해 5개년 계획안으로 수정되었으며, 5⋅16 군사 혁명 후 군사 정부에 의해 재수정되어 1962년부터 실천에 옮겨지게 되었다.

정부의 주도로 추진된 경제 개발 계획은, 그 추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다섯 차례의 계획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됨으로써 우리 나라의 경제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 결과, 국민 소득과 수출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내어, 우리의 경제는 선진국으로의 발돋움이 가능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토 개발을 통해 식량의 증산에 힘써 자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산업의 발달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경부 고속 도로를 비롯한 여러 고속 도로를 건설하여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게 되었다. 한편, 농촌의 문화 수준이나 소득도 도시와 비슷하게 평준화되었다.

또, 우리의 경제력은 해외에까지 확대되었다. 원양 어선은 5대양을 누비고, 건설 회사는 동남 아시아를 비롯하여 중동,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까지 진출하였다. 이와 같이 경제 개발 계획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갔으나, 국민 간의 소득 격차, 정부 주도형 경제 체제 등의 문제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