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권의 상실과 국민의 항쟁

러⋅일 전쟁이 일어나자 우리 나라는 중립을 선언하였으나, 일본은 우리 나라에서 일본군이 군사상 필요한 장소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한⋅일 의정서를 군사력을 배경으로 강제로 성립시켰다(1904).

일본은 전세가 유리해지자, 우리 정부에 일본인 고문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의 제1차 한⋅일 협약을 맺고 이른바 고문 정치를 강요하였다. 그러다가, 러⋅일 전쟁에 승리하자 제2차 한⋅일 협약(1905, 을사조약)을 맺고 우리의 외교권마저 박탈하고 통감 정치를 실시하였다.

침략적인 을사조약이 전국에 알려지자, 서울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울분을 터뜨리며 일제 침략을 규탄하였다. 황성 신문은 일본의 강압에 의한 조약 체결의 경위를 폭로하였고, 장지연은 이 신문에서 ‘시일야 방성대곡’이라는 내용의 사설로 일제 침략을 규탄하며 국민의 분기를 호소하였다.

또한, 민영환, 조병세 등은 힘을 다해 노력하였으나, 국운을 돌이킬 수 없음을 가슴 아프게 여긴 끝에 자결로써 순국하였으며, 영국 주재 대리 공사 이한응도 런던에서 자결, 순국하였다.

헤이그 밀사 사건

을사조약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국민만이 아니었다.

고종 황제는 영국인 베델이 경영하는 대한 매일 신보를 통하여, 강압적인 을사조약은 무효라고 선언하고, 러시아, 독일, 미국, 프랑스 등 네 나라에 공동 대책을 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친서까지 발표하여 일제 침략을 규탄하였다. 또한, 미국의 협력에 의하여 국난을 타개해 보려고 미국인 헐버어트를 황제의 밀사로 워싱턴에 파견하였다.

한편, 헤이그에서 만국 평화 회의가 열리는 것을 기회로 일제 침략을 국제 회의에 호소하여 도움을 받고자 이상설, 이준, 이위종 등 세 사람을 밀사로 파견하였다. 헤이그에 도착한 밀사는 만국 평화 회의에 참가하려 하였으나, 일본과 영국 대표의 방해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이준 열사는 그 곳에서 순국하였다.

일제의 한국군 강제 해산

헤이그 밀사 사건을 구실로 고종을 퇴위시킨 일본은, 우리 나라 침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한⋅일 신협약을 성립시키고, 우리 정부의 각 부 차관을 일본인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른바 차관 정치를 강요하여 내정까지 간섭하였다.

차차 침략을 강화하던 일본은 마침내 우리 군대의 무기를 거두고 군대를 해산시켰다. 군대가 해산될 때 우리 군대는 무기를 들고 싸웠으나, 우수한 무기로 무장된 일본 군대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흩어진 군인들은 각지에서 활약 중이던 의병과 합류하여 더욱 거센 주권 수호 투쟁을 펴 나갔다.

독도 강탈과 간도 문제

우리 나라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독도를 강탈하고, 우리 땅인 간도를 청에 넘겨 주어 국토 문제의 외교적 분쟁의 씨를 뿌려 놓았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바라다보이는 거리에 위치한 부속된 섬으로, 울릉도가 신라 시대부터 우리 영토가 됨에 따라 독도도 우리 영토가 되었던 것이다.

조선 태종 때에 유민 방지를 위하여, 섬에 나가 살던 사람들을 본토로 옮겨 살게 하면서 울릉도의 관할이 소홀해졌고, 부속된 독도에 대한 관리도 자연 소홀해졌다. 그 후, 숙종 때 울릉도에 나갔던 안용복이 불법 침범한 일본 어부를 발견하고, 그들을 축출하고 일본까지 가서 우리 영토임을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일본 어민들은 몰래 와서 울릉도의 목재를 벌채하고 어업 활동을 하는 등 우리 국토를 침범하였다.

1881년, 울릉도 순찰에 나선 우리 관리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어 일본에 항의하는 한편, 울릉도에 이민을 장려하고 관청을 두어 독도까지 관할하게 하였다. 그런데, 일본이 러⋅일 전쟁 중 강제로 독도를 일본 영토에 편입시켰던 것이나, 광복 후 다시 우리 주권하에 들어와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간도는 본래 고구려, 발해의 땅이었다. 뒤에 여진족이 이 곳에 살더니, 청이 건국한 뒤 이 지방을 그들 조상의 발상지라 하여 다른 민족의 활동을 금하고, 숙종 때 우리 나라에 국경선을 확정짓기를 요청하여 마침내 백두산 정계비를 세웠다.

이로써, 오래 전부터 우리 영토였던 간도는 이 정계비에 의해 우리 영토임이 더욱 확실해졌다. 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간도에 들어가 황무지를 개척하여 정착하였다. 그런데, 고종 때 청이 간도를 그들의 영토라고 주장하여 이른바 간도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정계비의 비문으로 보아 그들의 주장이 틀렸고 우리 견해가 옳음이 입증되었다.

그 후, 을사조약으로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일본이 이 문제를 가로맡아, 일제의 만주 침략을 위한 남만주 철도의 잇권과 교환 조건으로 간도를 청에 넘겨 주었다. 이것은 일본 침략주의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민족의 주권이나 이해를 무시하고 횡포를 부린 좋은 증거의 하나이다.

애국 계몽 운동의 전개

우리 나라의 지식층은 개항 후 서양의 근대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여 개화에 힘쓰는 한편, 근대화를 위한 계몽에 노력해 왔다. 그러나, 보수파의 반대와 외세의 간섭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채 일제의 침략을 받아 주권이 위협받게 되었다. 이에,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다.

그 하나의 방법이 한말의 애국 계몽 운동이다. 애국 계몽 운동은 단순한 계몽 운동이 아니라,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개된 민족 투쟁이었다.

독립 협회가 자주, 자강, 민권 운동을 벌이다가 해산당한 후, 그 뒤를 이어 많은 애국 단체가 조직되어 구국 운동을 폈다. 특히, 헌정 연구회, 대한 자강회 등 애국 계몽 학술 단체는 교육과 계몽을 통하여 일제 침략을 규탄하는 동시에,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이들 애국 지사들은 한결같이 표면상으로는 근대적인 지식의 보급과 민중의 교화를 위한 교육 계몽을 펴고, 실질적으로는 기울어진 국운을 회복하는 독립 운동을 펴기에 힘썼다. 또한, 자강하여야 나라가 부강하고 주권도 회복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교육을 일으키고 산업의 발달에 힘썼다.

국채 보상 운동

애국 계몽 운동과 관계 깊은 일로, 민족 산업의 육성을 위한 활동과 국채 보상 운동이 일어났다. 민족의 경제적 실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산업 활동을 일으키기에 힘썼고, 일본으로부터의 국채를 국민의 힘으로 보상하여 국가 경제의 자주적 지위를 다지기 위해 국채 보상 운동을 전개하였다.

개항 후, 일제 침략 과정에서 지워진 국채를 우리의 힘으로 갚아 경제적으로 독립하자는 경제적 민족주의 운동인 이 국채 보상 운동은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담배와 술을 끊고 그 돈을 모아 빚을 갚으려는 국채 보상회가 대구에서 조직되고 전 국민의 협력으로 성금이 모아졌다.

일제의 방해로 실패에 끝났지만, 이 운동은 나라를 구하려는 우리 국민들의 강렬하고 자발적인 애국 정신을 잘 발휘한 구국 운동이었다.

잇단 의거

일본의 강압으로 조직적인 항일 구국 운동이 어려워지자, 침략의 원흉과 매국노를 제거함으로써 민족의 원한을 풀고 침략 세력을 막으려는 개인에 의한 의거가 국내외 각지에서 일어났다.

일본의 추천에 의하여 우리 나라의 외교 고문으로 와 있던 미국인 스티븐스가 본국인 미국에서 일본의 한국 침략 정치를 찬양하자, 이에 격분한 전명운, 장인환이 그를 사살하였다. 이 사건으로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으며,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미국인이 나타나게 되었다.

또한, 안중근은 한국 침략의 원흉인 이토오 히로부미가 대륙 침략의 야심을 품고 만주 시찰을 구실로 하얼삔에 도착했을 때 그를 사살하여, 온 세계에 우리 민족의 독립 정신과 대한 남아의 기상을 보여 주었고, 일본의 대륙 침략을 세계에 경고하였다.

끈질긴 의병 투쟁

개인에 의한 애국 투쟁과는 달리, 총칼을 들고 집단으로 투쟁한 한말 의병 항쟁도 우리 주권 수호의 구국 운동이었다. 한말의 의병은 이미 을미사변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강렬한 위정 척사 정신을 이어받은 유생들이, 전통 문화를 수호하고 민비 시해의 원수를 갚아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의병 운동을 일으켰는데, 여기에 각지의 민중들이 합세하였다. 을사조약의 강제 체결로 의병 운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먼저, 홍성에서 민종식이 의병을 일으키자, 최익현, 임병찬 등이 전라도에서 거병하였다. 경상도의 신돌석, 그리고 충청도, 강원도 일대를 휩쓴 유인석이나 민긍호, 허위 등이 거느리는 의병 세력은 맹렬한 투쟁을 폈다.

그 후, 군대의 강제적인 해산으로 분격한 해산 군인들이 의병 항쟁에 합류하여 그 세력을 강화하고 각지에서 혈전을 폈다. 그들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 정신을 계승한다는 격문을 발표하는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일관된 충성심을 보여 주었다.

의병의 대소 부대는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우수한 무기를 가진 일본군을 상대로 잘 싸웠다. 그러나, 일본군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 점차 약해져 투쟁은 지하 운동으로 바뀌었고, 그 가운데 일부는 국경을 넘어 만주로 발판을 옮겨 계속 항일 무장 투쟁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