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단체

개항 이후 새로운 문물에 접하면서, 척사와 개화의 대립, 외세의 정치적, 경제적 침투와 국내외의 정치적 혼란을 겪는 동안, 우리 민족의 정치적 의식이 점차 높아졌다.

그리하여, 외세의 침략을 막고 민족을 지키며,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자주적 근대 국가를 이룩해야겠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하여 국민들을 일깨우기 위한 단체들이 조직되고, 애국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이러한 운동의 선구 조직인 독립 협회는 자주⋅민권⋅자강 운동을 펴 나가던 중에 해산을 당했다.

그 뒤를 이어 여러 단체가 조직되어 애국 계몽과 구국 운동을 계속 추진하였다. 헌정 연구회, 대한 자강회, 대한 협회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었으며, 이 밖에도 많은 사회 단체가 있었다.

언론 활동

정치적인 계몽 운동과 애국 운동의 선두에 선 것은 언론 기관이었다. 독립 신문의 뒤를 이어 여러 신문이 창간되어, 국민을 계몽하고 민족 여론을 조성하는 데 큰 공적을 남겼다.

우리 나라 최초의 신문은 한성 순보였는데, 이것은 관보의 성격을 띤 것으로, 10일에 한 번씩 발행되었다(1883).

본격적인 일간지의 성격으로 나온 것은 독립 신문이었다. 한글과 영문으로 발행된 이 신문은, 민중을 계몽하고 민족 의식을 일깨워 주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이 무렵에 황성 신문과 제국 신문도 창간되었다.

황성 신문은 민족 지도자의 애국 논설을 자주 실어 민족의 애국 정신을 고취하였다. 특히, 을사조약이 체결될 때 장지연의 ‘시일야 방성대곡’이라는 강경한 논설을 실어 일제 침략을 규탄하였다.

제국 신문은 주로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민족 정신의 강화와 계몽에 주력하였다.

또, 일제의 통감 정치 아래에서 우리 겨레의 비판과 항쟁의 자유가 억눌렸을 때, 양기탁은 영국인 베델과 함께 대한 매일 신보를 발행하고 반일 논설을 실어 민족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 각 단체에서 신문을 발행하여 일제의 침략을 반대하는 여론에 앞장 섰다.

근대 학교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권의 확립을 위한 자각은 활발한 교육 운동으로 나타났다. 민족 운동을 추진하던 지식인들은, 신교육을 통해 민중을 계몽하고, 민족 정신을 배양하기 위해 육영 단체를 조직하고 교육 기관을 설립하였다.

근대적인 학교의 시초는 원산 학사였으나(1883), 본격적인 신학문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는 육영 공원(1886)이었다. 육영 공원에서는 미국인 헐버어트 등을 초빙하여 양반 자제들에게 근대적인 학문과 외국어를 가르쳤다.

정부는 선교사들을 후원하여 학교를 많이 세우게 하였는데, 배재, 이화, 경신, 정신 등은 이들 선교사들이 세운 사립 학교로서, 우리 나라 교육 발전에 많은 공을 세웠다.

갑오경장 이후에는 새로운 교육 제도가 마련되어 소학교, 중학교, 사범 학교, 외국어 학교가 세워졌다. 정부에서는 교과서도 새로이 편찬하여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교육 입국 조서를 발표하여 교육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깨우쳐 주었다.

20세기 초에 와서 일제의 침략이 강화되자, 국민들 사이에는 교육을 통하여 민족 운동을 전개하려는 생각에서 교육열이 높아져, 보성, 양정, 오산 등 많은 사립 학교가 세워졌다. 정부에서도 한성 중학교, 한성 고등 여학교 등의 학교를 세웠다. 이러한 교육 운동은 근대 국가의 역군을 길러 내기 위한 민족 운동의 한 모습이었다.

한편, 정규 학교와는 달리 전국 각지에 있던 서당에서도 새로운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생기게 되었고, 야학이나 강습회가 많이 조직되어 민중을 교육하는 커다란 구실을 하였다.

신소설

근대 문물이 전래되면서 문예 활동에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개항 후 유럽 여러 나라를 시찰하고 귀국한 유길준은 새로운 문체로 서유견문을 지어 서구의 문물을 소개하였고, 새로운 문체의 개발에 공헌하였다.

한편, 한글과 교육의 보급, 서양 문학의 점차적인 소개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문학 활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신문학의 특징은, 언문 일치의 새로운 문장에 새로운 사상을 담고 있는 점인데, 신소설, 신시, 신극 활동으로 발전하였다.

신소설의 개척자는 혈의 누, 귀의 성, 치악산 등의 작품을 남긴 이인직이며, 뒤이어 이해조, 최찬식 등이 활동하였다.

최남선은 종래의 정형시의 틀을 벗어난 신체시를 발표하여 현대시의 선구자가 되었다.

한편, 크리스트 교의 찬송가가 소개되면서 창가가 유행하였다. 당시의 창가에는 애국가, 독립가 등 민족 의식을 담은 것도 있었고, 신교육, 신문화 등을 예찬하는 것들도 많았다.

국학 연구

교육열이 높아 가고 민족 의식이 앙양됨에 따라 국어와 국사에 대한 연구가 일어났다.

국어 연구를 위한 국문 연구소가 설치되어 학자들이 한글을 연구하였는데, 주시경은 국어 문법, 유길준은 대한 문전이라는 문법책을 지어 국어 연구의 새로운 면을 열었다.

국어 연구에 따라 한글이 크게 보급되었는데, 여기에는 크리스트 교의 성경, 찬송가 등의 영향과, 교육의 보급, 신문과 잡지의 간행 등이 크게 공헌하였다.

국사 연구에는 박은식, 신채호 등이 활약하였다. 이들은 국사 연구를 통하여 민족의 주체 의식과 민족의 자부심을 심어 주기에 힘썼다. 이들의 학문적인 노력으로 민족 사학이 발달하였다.

한편, 민족 의식의 앙양을 목적으로 이순신전, 최도통전, 을지문덕전, 강감찬전 등 외국 침략에 대항하여 싸운 민족 영웅들의 전기가 많이 나왔다. 또, 세계 역사를 통하여 교훈을 주려는 책들도 출판되었는데, 미국 독립사, 월남 망국사, 애국부인전 등이 그 대표적인 것으로, 외국의 침략과 간섭 속에서 독립을 지키고 통일을 완수한 국가의 역사나 지도자들의 전기가 중심이었다.

종교 활동

정치적 혼란과 사회의 동요를 배경으로 종교 생활에도 새 기운이 나타났다. 동학 운동이 실패한 후 크게 위축되었던 동학도, 일제의 침략이 강화되자 다시금 조직을 가다듬고 민족 운동을 펴 나갔다. 동학은 이름을 천도교라 고치고, 농촌 사회를 중심으로 교세를 키워 나갔다.

또, 나철 등은 단군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대종교라는 민족 종교를 일으켜 민족 의식을 고취하였다.

그 동안 박해를 받아 오던 천주교도 자유로운 신앙 활동을 하게 되었다.

크리스트 교에서도,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선교사들이 신앙뿐만 아니라 교육 사업과 의료 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 활동을 펴, 우리 나라 근대화에 크게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