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의 강탈

고종 황제를 강제로 퇴위시키고, 우리 나라의 군대를 해산시켜 우리 겨레를 무력하게 만들어 놓은 일제는, 마침내 경찰권과 사법권까지 빼앗았다.

드디어 일제는 무력을 앞세워 우리의 국권을 강탈하였으니, 이로써 조선 왕조는 끝나고 말았다(1910). 우리 민족은 이후로 1945년에 광복이 될 때까지, 일본 제국주의 식민 통치하에서 모진 탄압과 착취를 당하면서 독립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우리 나라는 근대 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으나, 제국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침략의 위협을 받고, 마침내 일제에 국권마저 강탈당함으로써 민족의 자주적인 발전은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되었다.

헌병 경찰 통치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일제는 새로이 조선 총독부를 설치하고, 군인 총독을 보내 무단 통치를 실시하였다.

총독은 행정, 사법, 군사의 모든 권력을 쥐고, 헌병 경찰 통치를 실시하여 총칼로써 우리 민족을 다스렸다. 일반 관리는 물론, 교원들에게까지도 제복을 입히고 칼을 차도록 하여, 위협으로 우리 민족을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이러한 헌병 경찰 통치하에서 우리 민족의 생존권은 마구 짓밟혀 갔다.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도 박탈하였으며, 우리글로 된 신문의 발행도 금지하였다. 교육에 있어서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보통 교육과 기술 교육의 기회밖에 주지 않아, 우리의 정신적 발전을 저해하였다. 우리 나라 사람으로 정치 운동을 하거나 그들의 눈을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사람은 모조리 검거하여, 많은 애국 지사들이 체포, 투옥, 희생되었다.

토지의 약탈

정치적으로 우리 나라를 지배하게 된 일제는 우리 농민의 손에서 토지를 빼앗아, 우리 땅으로 이주해 오는 일본인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토지를 빼앗기 위해서, 토지 소유 관계를 근대적으로 정리한다는 명분 아래 모든 토지를 등록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새로운 법에 어두웠고, 그 절차가 까다로왔을 뿐만 아니라, 일제가 하는 일이라 하여 고의적으로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일제는 이러한 토지를 주인 없는 토지로 몰아 모두 조선 총독부 소유로 해 버렸다. 또, 종래에 왕실이나 공공 기관에 속하였던 많은 토지도 자동적으로 조선 총독부의 소유로 만들었고, 동족이나 마을의 공유지도 대부분 몰수하였다.

그리하여, 전국 토지의 약 40%에 해당하는 막대한 토지를 지배하게 된 조선 총독부는, 이 토지를 동양 척식 주식 회사 등 일본인 토지 회사에 불하하거나 이주해 온 일본인들에게 헐값으로 넘겨 주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농민들은 조상 대대로 경작해 온 토지를 잃고, 일본인들의 소작인이 되거나 만주 등지를 향해 고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자원의 약탈

일제는 토지를 약탈하는 동시에, 산업 활동을 지배하고 자원을 빼앗아 가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아울러, 앞으로의 경제적 착취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각종 시설을 마련하였다.

또, 조선 은행을 세워 금융을 지배하였고, 화폐 제도를 고쳐 우리 땅에서도 일본 화폐를 쓰게 하였다. 그리고, 조선 총독부는 일본인들이 상업뿐만 아니라 임업, 어업, 광업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임업, 어업, 광업에까지 그들의 손길을 뻗쳤다. 거기다가, 각종 터무니없는 세금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인삼, 소금 등에 전매 제도를 실시하여 큰 이득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수탈과 식민 통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철도와 도로, 통신, 항만 등의 시설을 갖추어 갔다.

이렇게 해서 우리 나라는 민족 산업이 무너지게 되고, 일본의 상품을 팔아 주는 상품 시장이 되어 버렸다.

식량의 수탈

3⋅1 운동이 일어나던 때를 전후하여 일본의 식량 사정이 나빠지자, 일본 각지에서는 쌀 폭동이 일어났다. 일제는 자기 나라의 부족한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 나라에 대해 산미 증산 계획이라는 미명 아래 쌀 수탈 계획을 실시하였다.

이 쌀 수탈 계획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일제는 강제로 쌀을 가져갔다. 따라서, 우리 농민들은 많은 쌀을 생산하고도 굶주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일제는 부족한 식량을 메우기 위해, 만주에서 조, 수수, 콩 등 잡곡을 들여 왔으나, 우리 민족은 굶주림을 면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14년간에 걸쳐 실시되었던 쌀 수탈 계획은 일제가 목표하였던 만큼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였는데, 이 계획의 실패로 우리 나라 농업은 그 후유증을 오랫동안 겪어야 했다.

병참 기지화

일제는 우리 나라를 그들의 식량 공급지와 상품 시장으로 삼기 위하여 우리 나라에 공업 시설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제의 이러한 정책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그들의 대륙 침략 야욕을 위해서였다. 이 때 일제는 만주 사변을 일으켜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워 만주를 지배하였는데, 중국 본토까지 엿보았다. 일제는 우리 나라를 이러한 침략을 뒷받침하는 병참 기지로 삼고자 우리 땅에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시설을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나라에 금속, 기계, 화학 공업을 주로 하는 중공업 시설을 하고, 이러한 공업을 지원하기 위한 발전 시설과 교통⋅운수 시설을 확장하였다.

일제의 이러한 정책은 중⋅일 전쟁을 일으키면서(1937) 더욱 격화되어, 대륙과 가까운 북한 지방에는 중공업 공장을 건설하였다.

그 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그들의 생산력만으로써는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우리 나라에서 철, 석탄, 주석, 흑연,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 자원을 더욱 수탈해 갔다. 그리고 또, 전쟁 물자 생산을 위한 공장이 늘수록 우리 민족은 값싼 임금을 받으며 더욱 혹사를 당해야 했다.

민족 말살 정책

일제는 전쟁을 확대하면서, 우리 나라를 그들의 병참 기지로 삼기 위한 경제 정책을 펴 나가는 한편, 우리 민족을 그들의 침략 전쟁에 이용하기 위하여 우리의 민족과 민족 문화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펴 나갔다.

즉, 우리 민족을 그들의 영원한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송두리째 없애야 한다고 판단한 일제는,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그들은 허울 좋게 ‘내선 일체’니 ‘황국 신민화’니 하는 구실을 내세워, 학교에서 우리말의 사용을 금하고 일본어의 사용을 강요하였으며, 우리 역사에 대한 교육도 폐지하였다. 또, 한글로 된 신문도 모두 폐간하였다.

한편, 조선어 학회 사건을 일으켜 한글 학자를 체포하여 가두고, 진단 학회를 해산시켰으며, 국어와 국사에 대한 연구도 못 하게 하여 민족 의식을 말살하려 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신사를 각 곳에 세워 우리에게 참배를 강요하였으며, 또 우리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도록 강요하였다.

이어서, 태평양 전쟁 중에 일제는 물자와 인력이 크게 달리게 되자, 우리 청⋅장년을 강제로 징용하여 공장에서 노동을 시켰고, 마침내는 학도 지원병제와 징병제를 실시하여 우리 청년 학생들을 전선으로 끌어갔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여자들까지도 침략 전쟁의 희생물로 만들었다.

이처럼 일제는, 우리의 물자뿐만 아니라 인력까지도 그들의 침략 정책에 강제로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