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대외 관계

삼국은 상호간에 대립이나 연맹 관계를 맺기도 하였고, 중국과도 평화적으로 교섭하거나 전쟁을 치르기도 하였다.

삼국 초기에 고구려는 중국 세력에 맞서 한반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3세기에 중국이 위⋅촉⋅오의 3국으로 분열되자, 고구려는 바다를 건너 오나라와 친선 관계를 맺어 위나라를 견제하였다.

그 후, 5호 16국의 혼란을 틈타 고구려가 요동으로 진출하자, 백제는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하여 요서, 산둥 지역으로 진출하였다. 또, 백제는 이 때를 전후하여 일본까지 그 세력을 뻗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백제는 요서, 산둥, 일본 등지를 연결하는 세력권을 형성하여 해상 활동을 활발히 펴 나갔다. 그러나 5, 6세기에 이르러, 고구려의 남진과 신라의 팽창으로 삼국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 때, 백제는 중국의 남조, 일본과 교섭하면서 국력을 회복하고자 하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살수 대첩

신라는 한강 유역을 장악하였으나, 고구려와 백제의 협공으로 고립되었다. 이 때, 중국이 수나라에 의해 통일되자, 신라는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수와 손을 잡게 되었다. 수나라의 침공 위협을 느낀 고구려는 돌궐과 동맹을 꾀하는 한편, 먼저 전략적 요충지인 요서 지방을 공격하였다. 이에 수 문제가 침공해 왔으나, 고구려는 이를 격퇴하였다.

그 후, 수 양제는 백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공해 왔으나, 고구려의 강력한 항전에 부딪혔다. 이에 초조해진 수 양제는 30여만의 별동대를 투입하였으나, 을지문덕이 이끈 고구려군에게 살수에서 전멸당하였다(612). 이 싸움이 유명한 살수 대첩이다. 그 뒤에도 고구려는 수나라의 공격을 몇 차례 더 물리쳤고, 수는 결국 무리한 전쟁으로 인한 국력 소모와 내란으로 망하게 되었다.

안시성의 승리

수의 뒤를 이어, 중국을 통일한 당은 겉으로는 고구려와 화친을 꾀하였으나, 실제로는 고구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구려는 당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북의 부여성으로부터 남의 비사성에 이르는 국경 지대에 천리 장성을 쌓았다.

이 때, 고구려에서는 연개소문이 등장하여 정권을 장악하고, 당과 신라에 강력한 대응 정책을 폈다. 이에 당은, 연개소문의 정변을 구실삼아 고구려에 쳐들어왔다.

당의 대군은 요동성을 함락시킨 후, 안시성을 포위, 공격하였으나, 고구려인은 굳세게 저항하면서 안시성을 끝까지 지켜, 당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물러갔다. 그 후에도 당군은 몇 차례 침략을 꾀하였으나, 헛되이 돌아가고 말았다.

이와 같이, 고구려인들은 불굴의 정신으로 국난을 극복하고, 민족과 국가를 지켰다.

백제의 멸망

백제는 5세기 후반에 고구려의 남하로 약화되었으나, 6세기 전반에는 어느 정도 중흥을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왕 때 수복한 한강 유역을 신라가 차지함으로써 양국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이후, 백제는 고구려와 손잡고 신라에 대항하였다. 더구나 의자왕 때 백제는 신라를 자주 공격하였다. 이에 어려움을 맞게 된 신라는, 당과 연합하여 백제를 공격하였다.

김유신이 이끈 신라군은 계백의 결사적인 저항을 물리치고, 당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사비성을 함락시켰다(660). 당은 백제의 옛 땅에 웅진 도독부 등 5도독부를 두고, 그들의 지배하에 넣으려 하였다.

백제가 멸망한 뒤에 백제인들은 부흥 운동을 일으켰다. 특히, 복신과 도침 등은 주류성에서 군사를 일으켰고, 임존성에서는 흑치상지도 호응하여 그 기세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백제의 부흥 운동은 지도층이 분열되어 실패하였고, 이를 도우려던 일본 세력도 백강에서 격퇴되었다.

고구려의 멸망

백제를 무너뜨린 직후부터 신라는 당의 도움을 받아 고구려 정벌을 서둘렀다. 고구려는 수⋅당과의 계속된 전쟁에서 국력의 소모가 컸으며, 연개소문의 독재와 지도층의 내분으로 어려움이 겹쳤다. 이에 신라군은, 당군과 합세하여 평양성을 함락시켜 고구려를 멸망시켰다(668).

당은 평양에 안동 도호부를 두어 고구려의 옛 땅을 지배하려 하였다. 당군의 지배에 저항하고 있던 고구려의 유민들은 검모잠, 안승 등을 중심으로 부흥 운동을 일으켰다. 신라는 이들의 부흥 운동을 지원하면서 대당 항쟁을 전개해 나갔다.

나⋅당 전쟁과 삼국 통일

백제, 고구려가 망하였다고 하여 삼국이 통일된 것은 아니었다. 당은 두 나라의 옛 땅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신라까지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라와 당은, 영토 문제, 유민의 포섭 문제로 대립을 계속하다가, 전면 전쟁에 돌입하였다. 끈질긴 항쟁을 벌인 신라는 매소성과 기벌포 등지에서 승리를 거두어, 당군을 몰아 내고 마침내 통일을 완수하였다(676).

이로써 신라는 대동강과 원산만을 잇는 국경선으로 최초의 민족 통일을 이룩하였다. 만주 일대는 비록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에서 벗어났으나, 곧이어 발해가 성립되면서 다시 우리 역사의 무대로 남게 되었다.

통일의 의의

신라의 통일은 외세에 의존한 타율적인 통일이 아니라, 신라인 스스로가 이룩한 위업이었다. 나⋅당 연합군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당이 이들 지역을 지배하려 하였으나, 신라는 백제, 고구려 유민과 함께 수 년간의 전쟁을 치르면서 당군을 몰아 내고 통일을 완수하였다. 따라서, 신라의 삼국 통일은 신라인의 자주적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삼국 통일은 신라로 하여금 고구려, 백제 문화는 물론, 당의 문화까지도 받아들여, 하나의 국가와 새로운 민족 문화를 건설하는 전기를 이룩하게 하였다. 우리 민족은 삼국 통일 이후 민족 국가 형성의 기반을 마련하였고, 아울러 동일한 민족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