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자연신이나 조상신 등을 믿어 왔다. 삼국 시대는 국가에서 시조신이나 수호신을 숭배하였으며, 민간에서는 무속, 점술 등의 토속 신앙이 유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의 신앙들은, 국가의 최고 이념이나 사회의 지도 사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각국은 국민의 정신적 통일을 위한 체계적인 종교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불교는 이와 같은 국가적, 사회적 요구에 따라 왕실 중심으로 받아들여졌다. 고구려는 소수림왕 때(372)에 전진으로부터, 백제는 침류왕 때에 동진으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였다. 신라는 눌지왕 때에 불교가 전해졌으나, 뿌리 깊은 고유 신앙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다가 법흥왕 때에 비로소 공인되었다.

불교는 국민의 정신적 통일에 기여하고, 학문과 예술의 발달에 이바지하였으며, 중국과 서역의 문화를 전해주기도 하였다. 특히, 원광과 같은 고승이 나타나, 세속 5계 등을 통해 사회 윤리와 호국 사상을 확립시켜 주었다.

한편, 삼국 사회에는 도교도 널리 퍼져 있었다. 고구려의 사신도 벽화, 백제의 산수무늬 벽돌, 신라의 화랑도 등을 통해 도교가 유행하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고구려 말기에는 불교 세력을 억압하는 데에 도교 세력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학문

우리 나라에 한자가 전래된 것은 고조선 시대부터였지만, 실제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 시대부터였다.

한자는 주로 귀족층에서 사용하였는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자의 음과 훈을 따서 우리말을 표기하는 이두를 만들었다.

한자의 보급은 학문의 발전을 가져왔다. 고구려에서는 소수림왕 때에 서울에 태학을 세워 학문을 가르쳤고, 그 후 지방에는 경당을 세워 학문과 무술을 가르쳤다. 백제에서도 유교 경전 이외에 천문, 역법, 의학 등을 가르쳤으며, 신라에서는 화랑도가 교육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왕권이 강화되고 학문이 발달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자기 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려는 의식이 싹텄다. 고구려에는 일찍이 유기 100권이 전해져 왔었는데, 영양왕 때 이문진이 이를 간추려 신집 5권을 편찬하였다. 백제에서는 근초고왕 때 고흥이 서기라는 역사책을 편찬하였으며, 신라에서는 진흥왕 때 거칠부가 국사를 편찬하였다.

시가와 음악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노래와 춤을 좋아했는데, 음악은 삼국 시대에 이르러서 중국 음악과 불교 음악의 영향을 받아 더욱 발달하였다.

고구려의 시가로는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가 전해지고, 백제의 시가로는 정읍사와 지리산가 등이 전해진다. 신라에서는 혜성가, 서동요 등의 향가가 유행되었는데, 이는 이두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래가 유행함에 따라 악기도 발달하였다. 고구려에는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 많은 악기가 있었고, 왕산악은 거문고를 만들어 100여 곡을 작곡하였다.

백제의 음악은 고구려와 비슷하였으며, 일본에 전해져서 고대 일본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신라의 악기로는 거문고, 가야금, 비파, 피리 등이 있었다. 옥보고는 거문고의 대가로서, 신라 음악에 맞는 30여 곡을 지었으며, 백결 선생은 방아타령을 남겼다. 또, 가야금을 만든 우륵은 가야 출신으로, 가야금 곡조를 많이 만들어 보급하였다.

미술

삼국 시대는 귀족 중심의 미술이 발달하였으며, 특히 고분 미술과 불교 예술이 뛰어났다.

삼국의 미술은 그 국가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고구려 미술은 힘찬 패기가 있었으며, 백제 미술은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며, 신라 미술은 소박한 가운데 조화 있는 미를 지니고 있다.

삼국 미술의 보고는 고분인데, 고분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거기에는 고대인의 정신과 지혜가 어려 있다.

고구려의 고분에는 돌무덤과 흙무덤이 있으며, 이들 고분은 옛 서울이던 통구와 평양 부근에 많이 남아 있다. 초기에는 돌무덤이 발달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장군총이다. 후기에는 흙무덤이 발달하였는데, 강서 고분, 쌍영총, 무용총 등이 유명하다.

특히, 이들 고분에는 풍속, 수렵, 무용, 씨름, 사신도 등의 벽화가 있어, 고구려인의 생동하는 기상을 엿볼 수 있다.

백제의 고분은 서울, 공주, 부여 등에 많이 남아 있다. 공주의 무령왕릉은 벽돌무덤으로서, 그 구조가 특이하고, 부여 능산리 고분은 매우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신라의 고분은 경주 부근에 많이 남아 있다. 이들 무덤에는 대개 당시의 생활 도구나 화려한 장식품이 함께 묻혀 있다. 특히, 금관총, 천마총 등에서는 금관이 출토되었으며,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신라인의 뛰어난 예술 솜씨를 보여 주고 있다.

삼국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에는 고분 미술 외에 탑파와 불상이 유명하다. 우리 나라의 탑파는 중국의 전탑이나 일본의 목탑과는 달리, 화강암을 재료로 하는 석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백제의 석탑으로는 목탑의 건축 양식을 가미한 미륵사지 석탑과 정림사지 5층 석탑이 있으며, 신라의 탑파로는 전탑의 형식을 따른 분황사 모전 석탑이 남아 있다.

삼국의 불상으로는 금동 미륵 반가 사유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밖의 불상으로는 강한 개성을 보여 주는 고구려의 연가 7년명 금동 여래 입상, 친근감 있는 미소를 띠고 있는 백제의 서산 마애 삼존불상이 유명하다.

공예품으로는 금관이 대표적이고, 그 밖에 금은으로 만든 팔찌, 목걸이, 귀걸이와 정교한 여러 가지 구슬 제품의 장식물이 남아 있다.

과학 기술

삼국 시대에는 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였으므로 천문학, 역법 등이 발달하였다. 경주의 첨성대나 해시계는 신라인의 천문학 기술을 반영한 것이며, 각저총의 별자리 그림은 고구려의 높은 천문학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삼국인들은 수시로 일식, 혜성, 지진 등을 관측하였고, 천체 현상의 이변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삼국 시대에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토지 측량, 조세 징수 등 행정상의 실무와 고분, 성곽, 궁궐 축조 등에 수학적 지식이 활용되었다.

그리고 주조술, 용접술, 제련법이 발달하여 우수한 무기, 금관, 범종 등이 만들어졌다.

문화의 전파

삼국 시대에는 문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삼국은 중국에서 유교, 불교를 받아들여 학문, 예술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발달된 삼국 문화는 바다 건너의 일본으로 전해져서 고대 일본의 아스카 문화를 이룩하게 하였다.

백제는 아직기와 왕인이 일본에 한문을 전해 주고, 단양이, 고안무 등이 한학을 가르쳐서 고대 일본의 유학을 일으켜 주었다. 성왕 때에는 불교를 전해 주었고, 그 밖에 천문, 지리, 역법 등의 과학 기술을 전해 주었다.

고구려도 많은 문화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 특히, 담징은 종이, 먹, 벼루를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호류 사의 금당 백화도 남겼다. 다카마쓰 고분의 벽화는 고구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신라도 불교와 유학을 비롯하여 조선술, 축성술, 축제술 등 과학 기술을 일본에 전해 주었다. 이렇듯, 삼국은 발달된 문화를 일본에 전해 주어, 일본 고대 문화의 발달에 크게 이바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