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의 건국

고구려가 멸망한 후, 그 유민은 여러 갈래로 분산되었다. 신라와 당으로 끌려간 일부 귀족층은 각각 그 나라에 동화되었으나, 만주 일대에 머물렀던 유민들은 꾸준히 고구려 부흥 운동을 계속하였다.

고구려의 장군이었던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을 이끌고 동모산 일대에서 발해를 세웠다(698). 발해의 지배층은 대개 고구려인이었으나, 국민의 대부분은 말갈인이었다.

신라의 통치권은 한반도에 한정되었지만, 발해가 만주를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만주는 계속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가 되었다.

이리하여, 북쪽의 발해와 남쪽의 신라가 나란히 선 남북국 시대가 펼쳐지게 되었다.

발해의 영역

발해는 당나라를 견제하면서 성장하였다. 무왕 때에는 송화강, 흑룡강 유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당의 산둥 지방까지 공격하여 서쪽으로의 진출을 꾀하였다.

문왕 때에는 서울을 상경 용천부로 옮겼으며, 9세기 전반의 선왕 때에는 해동 성국이라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 때, 발해의 영토는 남쪽으로 신라와 국경을 접하고, 북쪽으로는 흑룡강, 동쪽으로는 연해주, 서쪽으로는 요하의 중류 일대까지 이르렀다. 이로써 발해는 만주의 대부분과 연해주 지역을 차지하였다.

정치 제도의 정비

발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기 위하여 새로운 정치 제도를 마련하였다. 즉, 중앙 제도는 당의 제도인 3성 6부제를 모방하여 정당성, 선조성, 중대성의 3성 아래에 6부가 있었다. 그러나 발해의 3성은 당과는 달리, 정당성 아래에 선조성과 중대성을 두어 6부를 양분하여 관할하였다. 특히, 국가의 중대사는 귀족들이 정당성에 모여 회의를 열어 결정하였다.

지방 행정 구역은 5경 15부 62주로 나뉘었고, 실제 촌락 사회는 토착 세력가에 의해서 다스려졌다. 이는, 고구려 계통의 지배층이 피지배층인 말갈인의 전통적인 통치 질서를 유지시켜 주면서 양 민족 간의 조화를 꾀한 것이었다.

발해의 문화

발해는 그 지배 세력의 대부분이 고구려인이었으므로, 당 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고구려 문화를 계승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이룩하였다.

발해는 유학이 발달하여, 발해의 유학생들은 당나라에 가서 과거에 합격한 사람도 많았다.

불교도 발달하여 우수한 불상, 석등 및 연꽃무늬 벽돌 등을 만들었다. 이들은 발해의 서울이었던 상경에 남아 있다. 대부분의 불교 미술은, 고구려의 양식을 그대로 계승하여 웅장하고 건실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건축 문화도 발달하여, 상경에는 당의 서울인 장안성을 본떠 외성을 두르고, 그 안에 내성을 쌓았다. 그리고 내성 남문에서 외성 남문까지 직선의 중앙 대로인 주작 대로를 내어 화려하고 웅장한 왕궁을 지었다.

한편, 발해의 옛 서울 부근에는 고구려의 양식을 계승한 많은 고분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 최근에 발견된 정효 공주 묘가 유명하다.

발해의 대외 관계

발해는 고구려 계승 의식이 강한데다가 말갈족의 통합을 꾀하였으므로, 처음에는 당과 대립 관계에 있었다. 이에 당은, 신라와 말갈족을 이용하여 발해를 견제하였기 때문에, 무왕 때에는 당의 산둥 지방을 공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후에는 당과의 평화 교섭을 통해 국력을 신장하는 한편, 일본과도 교류하였다. 비록 신라와는 긴밀한 교섭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신라에서 사신을 받아들이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이와 같이 만주 지역에서 그 세력을 떨치고 있던 발해는, 9세기 후반부터 국력이 약화되어 거란족에게 멸망되었다(926). 이 때, 고구려 계통의 유민들이 대거 고려에 흡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