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화의 기틀

통일 신라는 인구와 경제력이 늘어나고 정치와 사회가 안정됨에 따라 문화의 기반도 더욱 넓어졌다. 더구나 백제, 고구려의 문화를 흡수하고, 당의 문화까지 수용함으로써 문화의 내용이 더욱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경주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던 문화가 지방으로까지 확산되었다.

통일 신라는 8세기의 성덕왕에서 경덕왕에 이르는 60여 년 사이에 문화가 특히 융성하였다. 이 때에는 정치와 경제 및 사회가 안정되고, 불교와 예술 부분이 크게 융성함으로써 불국사, 석굴암 등과 같은 뛰어난 문화재가 세워지게 되었다.

불교와 예술 분야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학문과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커다란 발전을 이룩하여 문화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나아가, 불교가 평민층에까지 보급되어 민간 문화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유학

정치적 안정과 강력한 왕권을 위하여 유학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문학이 융성하게 되고, 학문이 크게 발달하였다.

신문왕 때에는 국학을 세우고, 박사, 조교를 두어 논어, 효경 등 유교의 경전을 가르쳤다. 원성왕 때에는 독서 삼품과를 설치하여 학생들의 학문 성적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누어 관리를 뽑았으나, 진골 귀족의 반발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학문이 발전함에 따라 훌륭한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강수는 문장가로서 외교 문서를 써서 나라에 기여하였고, 설총은 이두를 정리하여 문자의 보급에 크게 공헌을 하였다. 김대문은 화랑세기 등을 남겨 신라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 전통 문화의 우월성을 나타냈고, 최치원은 계원필경을 써서 뛰어난 문장을 보여 주었다.

한편, 당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유학생으로서 당의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최치원, 김운경, 김가기 등이 유명하였다.

불교

불교는 통일 후에 더욱 발전하여 귀족으로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널리 보급되었다.

불교가 융성함에 따라 여러 종파가 등장하여, 경전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교종의 5교가 성립되었다. 이 때 활약한 고승으로는 원효와 의상이 유명하였다. 원효는 불교를 평민층에까지 폭넓게 보급시켰고, 여러 종파를 융합하여 조화를 이루고자 힘썼다. 의상은 귀족층에게 환영받는 화엄종을 발전시켰다. 이 화엄종은 특히 여러 계층을 하나로 융합시켜 강력한 전제 왕권을 뒷받침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 밖에, 당에 유학하였던 혜초는 인도를 순례한 후 당에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신라 말기에 이르러, 지방의 호족들은 권력과 결탁된 교종 불교에 회의를 느껴, 참선을 중시하는 선종을 후원하게 됨으로써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불교의 융성은 국민의 의식과 학문을 보다 높여 주었고, 탑파, 불상 등 불교 미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미술

통일 신라의 예술은 귀족 생활의 여유와 멋, 그리고 당나라와 서역 미술의 영향 등으로 더욱 세련되었다. 특히, 불상, 탑파, 범종 등 불교 미술에서 신라인의 솜씨가 발휘되었다.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것은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불국사는 불교 세계의 이상을 표현한 것으로, 백운교, 청운교 등의 돌 층계와 대웅전 앞의 3층 석탑(석가탑), 다보탑 등이 특히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간소하면서도 아름다운 3층 석탑과, 세련되고 균형잡힌 다보탑은 신라 탑파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밖에도 감은사지 3층 석탑, 중원 탑평리 7층 석탑 등이 뛰어난 예술 솜씨를 보여 주고 있다.

돌을 쌓아 벽과 천장을 만든 석굴암은 그 중앙에 본존불상을, 그 안벽에 여러 보살상을 배치하여 아름답게 조화시킨 석굴 사원으로, 여기의 불상들은 조각이 뛰어나다.

이 밖에 무열왕릉비의 이수와 귀부, 김유신 묘의 둘레돌에 새겨진 12지 신상 등의 조각도 유명하다.

뛰어난 공예품으로는 범종과 사리 장치가 있다. 범종으로는 상원사 종과 성덕 대왕 신종이 유명한데, 상원사 종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종으로, 그리고 봉덕사의 성덕 대왕 신종은 은은한 소리와 비천상 무늬로 유명하다.

사리 장치로는 감은사지 3층 석탑에서 나온 것이 유명한데, 이것은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것으로, 청동으로 만든 제품이다.

과학 기술

통일 신라의 기술학은 삼국 시대에 이룩된 높은 수준의 천문학과 수학 등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발달하였다.

국가에서는 기술학을 적극 권장하여 효소왕 때에 의학, 산학 박사 제도가 실시된 이래, 성덕왕 때에는 누각전이 세워졌고, 경덕왕 때에는 천문, 누각 박사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 때의 의학과 천문학은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일찍이 고분, 도성, 궁궐 축조에 응용되었던 수학적 방법은 보다 정밀해져서, 다보탑이나 석굴암의 축조에 활용되었다.

또, 제련술과 주조술이 발달하여 범종, 사리 장치, 금관, 금동 불상 등이 제작되었다. 이 밖에,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였는데, 불국사 3층 석탑에서 발견된 다라니경은 8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목판 인쇄물이다.

향가와 음악

통일 전부터 발달해 오던 향가는, 통일 후에는 귀족으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널리 유행되었다. 삼국유사와 균여전에는 이두문으로 된 향가 25수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신라인의 높은 정신과 문학 세계를 반영해 주고 있다. 신라 말 진성 여왕 때에는 대구화상이 향가를 모아 삼대목을 편찬하였으나, 현재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향가의 작가로는 승려와 화랑이 많다. 이들 향가는 국가의 태평과 부처의 은덕을 나타내는 내용이 많은데, 당시의 시가 문학 수준과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향가와 함께 음악도 발달하였다. 통일 신라의 음악은 고구려, 백제의 음악과 당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또한 불교 음악인 범패가 전래됨으로써 음악의 종류와 내용이 풍부해졌다.

문화의 일본 전파

삼국의 문화가 일본에 전해져서 일본 고대 문화인 아스카 문화를 이룩한 이래, 일본은 통일 신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그리하여 강수 등의 유학과 원효 등의 불교 문화가 일본에 전해져서 나라 시대의 문화 발달에 영향을 주었다. 또, 통일 신라의 가람 배치와 불상 제작 기술도 일본에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