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의식의 성장

고려 말 외적의 침략을 몰아 내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강한 애국심과 민족 의식을 드높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조선 시대에도 계속되어, 전통 문화에 대하여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역사서들이 쓰여졌고, 특히 단군의 건국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세종 실록 지리지 등에 실려지게 되었다.

또, 단군 신앙도 고조되어 평양에 단군 사당을 세웠고, 황해도 구월산에는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삼성사를 지었다. 한편, 원구단을 세워 천제에게 제사를 지냈으며, 나라를 위하여 공을 세운 애국 명장들을 국가가 주관하여 제사함으로써 그들의 공적을 높이 기리기도 하였다.

훈민정음

민족 의식의 성장을 바탕으로 마침내 훈민정음이 창제되었다. 훈민정음은 독창적, 과학적, 서민적인 문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중의 하나이다.

우리 나라는 독자적인 문자를 가지고 있지 못하여 그 동안 중국 문자인 한자를 사용해 왔다. 삼국 시대 이래 이두 문자가 있기는 했으나, 이것은 한문 해독에 편의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연히 지배층과 일반 평민층 사이에는 문자를 통한 의사 소통이 어려웠다. 그리하여 세종은 자유로이 생각하는 바를 적을 수 있고,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기 위하여,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노력한 끝에 마침내 28자의 표음 문자로 된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1443).

우리의 고유 문자가 만들어짐으로써 서민들도 문자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시조나 가사 문학 등 국문학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다.

편찬 사업

조선 초기에는 특히 학문의 발달에 힘을 써, 역사, 지리, 법전, 예절 등에 관한 책이 많이 간행되었다. 특히, 세종 때부터 성종 때 사이에는 집현전, 홍문관의 학자들이 전통 문화를 정리하여 여러 가지의 도서를 간행함으로써 문화의 융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때에 편찬된 책은 대개 정치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것들이 많았다.

나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역사 편찬이었다. 그것은 역사가 정치의 거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실록의 편찬이었다. 편찬된 실록은 이를 잘 보존하고자 사고에 보관하였다.

그리고 고조선 이래 고려까지의 역사를 정리하여 편찬한 동국통감을 비롯하여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의 역사책이 간행되었다.

세종 실록 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과 같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리지도 편찬되었다. 이들 지리지에는 각 지방의 연혁, 산천, 토지, 호구, 교통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조선 왕조가 정치 규범을 확립하여 독자적인 법전을 편찬하려는 노력은 이미 태조 때부터 시도되어,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조준의 경제육전이 편찬되었다. 마침내 성종 때에는 경국대전이 완성됨으로써 조선 왕조의 통치 규범이 확립되었다.

국가에서 행한 또 하나의 편찬 사업은 예절에 관한 책의 편찬이었는데, 국조오례의, 삼강행실도 등은 이 때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관혼 상제의 유교적 예절과 도덕, 풍속 등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과학 기술

조선 초기에는 부국 강병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국가에서 과학 기술을 장려하였다. 이에 따라 농업, 천문, 의학, 인쇄술, 무기의 발달이 두드러져 독자적인 과학 기술의 터전을 닦아 놓았다.

농업 기술에 있어서는, 세종 때 농사직설을 간행하여 우리 나라의 풍토와 실정에 알맞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였고, 수리 시설을 확충하고 새로운 농토를 개간함으로써 수확량이 크게 늘어났다.

한편,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들어, 각 지방의 강우량을 측정하게 함으로써 효율적, 과학적인 농사를 짓도록 뒷받침해 주었다. 그리고 인지의를 제작하여 토지 측량에 이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천문을 관측하기 위한 간의, 천체 운행을 측정하는 혼천의, 그리고 해시계, 물시계 등을 제작하여 일상 생활에 활용하였다.

천문학이 크게 발달하자, 역법의 발달을 가져왔고, 이에 중국과 아라비아의 역법을 참조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역법인 칠정산을 간행하였다.

의약 분야도 발달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의약 서적인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등이 편찬되었다.

편찬 사업이 활발해짐에 따라 인쇄술도 발달하였다. 고려 시대의 금속 활자 기술을 계승하여 구리 활자를 많이 만들어 냈는데, 그 중에서도 태종 때의 계미자와 세종 때의 갑인자가 우수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화약 무기도 발달하여 화차가 개발되었으며, 태종 때에는 거북선도 만들어졌다.

이와 같이, 조선 초기의 과학 기술은 농업과 관련이 깊은 천문, 역법과 국민의 복지와 관련된 의약, 그리고 학문의 발달에 필요한 활자, 인쇄술 등을 중심으로 크게 발달하였다.

문학

조선 초기에는 주로 한문학이 발달하였다. 한문학은 양반들의 필수적 교양이었고, 한시를 짓는 것은 이들 생활의 일부였다. 따라서, 수많은 문장가와 그들이 지은 문집들이 나왔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인 금오신화는 소설의 선구적인 작품이었고, 동문선은 우리 나라의 유명한 시문을 모은 것이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후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같은 국문학 작품이 나오게 되었고, 송강 가사와 같은 가사 문학도 발달하였다.

한편, 고려 시대에 싹을 보인 시조 문학도 발달하여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김종서는 패기와 자신이 넘치는 호방한 시조를 남겼고, 황진이는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꾸밈없이 노래하였다.

음악

조선 시대에는 음악을 담당하는 관청이 설치되어 악기를 제조하고, 악공을 훈련하였으며, 악곡을 정리하였다. 세종 때에는 박연의 노력으로 아악이 정리되어, 중국과는 다른 우리 나라의 독자적인 국악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성종 때에는 동양 음악을 집대성한 악학궤범이 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 사이에는 농악이 유행하였고, 무당이 굿을 할 때에 즐겨 부르던 무가와 불교 음악인 범패도 있었다. 한편, 민간 사회에서는 산대놀이와 꼭두각시놀이도 즐겨 행해졌다.

미술

조선 시대에는 양반들의 교양으로서 특히 서예가 중요시되어, 안평 대군이나 한호 같은 대가가 배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양반의 취미에 맞는 산수화를 비롯하여 주로 인물화, 사군자 등이 그려졌다.

국가에서는 도화서를 두어 전문적인 화원을 양성하였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안견과 같은 화원 출신과 강희안과 같은 양반 출신도 있었다. 특히, 안견은 몽유도원도 등의 걸작품을 남겼다.

한편, 공예는 생활 필수품과 관련하여 발달하였다. 공예품의 재료로는 흙, 나무, 대, 왕골 등과 같은 값싼 것이 많이 이용되었다. 공예품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자기를 들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자기는 귀족적인 맛이 풍기는 고려 청자와는 달리, 서민적 정취가 강한 분청 사기와 백자가 발달하였다. 분청 사기는 표면에 회청색의 유약을 바른 것인데, 참신하고도 소박한 느낌을 자아낸다.

백자는 안정감이 있고, 견고하게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양반들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서, 실생활에 이용되는 것들이었다.

건축에서는 서울의 궁궐이나 도성문이 뛰어나며,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는 숭례문, 창덕궁의 돈화문, 창경궁의 홍화문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