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가 스스로 왕으로 칭한 것보다 9년 전이다. 이때 궁예와 견훤은 서로 공격했지만 궁예는 매우 흉포하여 신료(臣僚)들 모두가 안심할 수 없었다. 때마침 송악군(松岳郡) 사람인 왕건(王建)이라는 자가 일찍이 투항해 와 궁예의 부하가 되었는데, 공을 세워 시중(侍中)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장병들은 모두 왕건에게 복속하고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궁예는 할 수 없이 변장하고 도망쳐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부양(斧壤) 【지금의 강원도 평강】 의 백성들에게 발각되어 살해되었다. 그가 왕이라고 칭하고부터 불과 18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