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가 망한 뒤 그 영토와 유민 중 남부의 일부분이 신라로 들어오고, 북부의 대부분은 일시 당나라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고구려의 원수인 당 고종이 죽고 그 아내 측천무후가 즉위한 뒤 당나라 영주[금주성 조양]에 이주하여 있던 고구려 유장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고구려에 부속해 있던 말갈의 무리를 거느리고 백두산 동북 속말말갈의 옛 땅으로 들어와 당나라 장군 이해고를 격파하고 동모산[중경 현덕부, 지금 길림성 돈화]에 웅거하여 나라를 세우니(단기 3031년, 698년), 이 사람이 곧 발해 시조 고왕이다. 고왕은 처음에 국호를 진이라 하고 연호를 천통이라 하였다가 뒤에 국호를 발해로 개칭하였다.(단기 3046년, 713년) 이에 우리 민족은 동명 고강[고구려 옛 땅]을 다시 찾아 신라 발해 두 나라가 남북으로 대립하여, 220여 년간 찬란한 문화를 건설하였다. 그런데 발해의 국민 중 왕족·귀족 등 상층 지배 계급은 우리 겨레인 고구려 사람이요, 하층 인민 대부분은 말갈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