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처음 계획한 바와는 딴판으로 싸움 판국이 실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허다한 생명과 물자를 잃게 되자 그 분풀이가 우리 민족에게 떨어져서 실지로 전화(戰火)를 받는 그들의 본토보다도 더 한층 참혹하였다. 이는 그들의 극히 악한 식민지 정책에서 나온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말과 글과 역사를 쓰고 배우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근본 사상을 없애기 위하여 소위 “내선 일체”니 “일선 동조”니 하는 모욕적 거짓말을 꾸며 이의 선전에 혈안이 되고 또 창씨개명을 강요하여 우리의 모든 아름다운 전통을 말살하려 하였다.
온 나라 남녀노소들을 징용 혹은 징병 혹은 학병 혹은 보국대 혹은 정신대 등으로 붙들어 가서 마음에 없는 희생을 강요하여 그 죽은 자가 매우 많았다. 최후에는 소위 국민의용대를 조직하여 전 민족을 전쟁에 몰살시키려 하였고 60여 종의 강제 공출이며 식량 부족 등과 아울러 소수의 친일파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은 누구나 다 사선에서 헤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