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甄萱)이 진호(眞虎)가 살해당한 것이라 의심하여 고려(高麗)의 인질 왕신(王信)을 죽이고 여러 번 고려를 공격하였다. 또 신라(新羅) 고울부(高鬱府)【경상도 영천(永川)】를 습격하고 갑자기 왕도로 들어가서 경애왕(景哀王)을 시해하고 김부(金傅)를 왕으로 세웠다.

고려 왕이 신라를 구하고자 친히 정예 기병을 거느리고 공산(公山)【경상도 경산(慶山)】 동수(桐藪)에서 견훤을 공격하였으나 패하였고 대장 신숭겸(申崇謙)과 김낙(金樂)이 죽었다. 그 후에 견훤이 서신을 보내 화친을 청하였으나 고려 왕이 답신을 보내 약속을 어긴 일과 왕을 죽인 죄를 질책하니 견훤이 다시 고려를 침공하였다. 고려의 장수가 혹은 항복하고 혹은 죽더니 고창군(古昌郡)【경상도 안동(安東)】을 포위했을 때에 고려 왕이 유금필(庾黔弼)의 계략을 써서 견훤을 대파하였다. 이로부터 고려에 항복하는 군현(郡縣)이 더욱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