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崔沆)이 죽음에 임하여 아들 최의(崔竩)를 선인렬(宣仁烈)과 유능(柳能)에게 부탁하여 가업을 잇게 하였다. 최의는 나이가 어리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 현명한 선비를 예우하지 않고 어리석은 노예와 경박한 무리를 가까이하여 신임하였다. 또 대사성(大司成) 유경(柳璥)과 별장(別將) 김인준(金仁俊) 등과 서로 미워하더니 유경과 김인준이 도령 낭장(都領郎將) 임연(林衍) 등과 도모하여 최의를 죽이고 정권을 왕에게 돌려주었다. 무릇 왕이 재위한 지 오래되었으나 권신의 제어를 받아 자유롭지 못하다가 이때 이르러 신하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매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