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기에 제정된 ‘정부표준영정’의 적절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태조 왕건의 표준영정은 군주라기보다는 신하의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어, 명백한 역사적 오류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국가 산하의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표준영정'이라는 제도에 매몰되어 역사적 사실과 상반되는 표준영정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적 신뢰와 학문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오류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제도적 관성이나 행정적 이유를 들어 수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역사 인식의 왜곡에 일조하는 것이라고까지 평가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인물의 경우, 표준영정을 대체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 있겠으나, 태조 왕건의 경우에는 현릉에서 출토된 '태조 청동상'이라는 1차 사료가 존재하므로, 청동상으로 교체하는 것이 역사적 정확성과 상징성 회복의 측면에서 더욱 타당하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태조 왕건 표준영정의 재검토와 교체를 신중히 고려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