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깍쟁이의 자부심

개성 상인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던 문화적 특성은 크게 근면·저축·검소·협조로 요약할 수 있다.134) ‘개성깍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개성 사람들은 계산에 무척 밝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3대 깍쟁이로 서울깍쟁이, 수원깍쟁이와 함께 개성깍쟁이를 든다. 깍쟁이란 본디 가게장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얄밉도록 계산이 똑바른 사람이라는 뜻 외에도 개성깍쟁이란 말에는 개성이 전형적인 상업 도시임을 가리키는 역사적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135)
그뿐만 아니라 흔히 개성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다. 개성 사람들은 개성, 즉 송도에서 한양에 가는 것을 ‘올라간다’고 하지 않고 ‘내려간다’고 하였다. 반대로 한양에서 송도로 가는 것을 ‘올라간다’고 하였다. 조선 왕조의 서울은 엄연히 한양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개성이 마음의 서울이었던 셈이다. 또 개성 사람들은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어정
쩡한 말씨를 쓰기로 유명하였다. 예를 들면 서울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해야 하는 것을 개성 사람들은 “안녕하시니까요?”라고 말하였다고 한다.136) 이러한 태도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 부족으로 비쳐져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 ‘상놈’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개성 사람들은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여 굽히기를 싫어하였다.
[필자]
정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