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판소리의 전개와 변모3. 판소리의 유파와 명창

판소리의 유파

[필자] 유영대

정노식은 판소리의 유파를 나타내는 말로 ‘제’를 사용하고 있다. 유파는 지역성과 명창의 계통 및 소리 자체의 미학적 기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판소리의 유파가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호걸제의 네 가지가 있다고 말하였다. 이 가운데 동편제와 서편제는 지금까지 대립하는 소리제로 존재하지만 중고제와 호걸제의 개념은 명료하지 않다. 중고제는 ‘비동비서(非東非西)’라고 하여 소리 스타일이 중간적임을 밝히고 있으며, 호걸제는 중고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와 충청 지역의 소리제인 듯하다.

판소리는 시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자연스럽게 유파를 형성하였다. 정노식은 동편제가 ‘운봉·구례·순창·흥덕 등지 이쪽’을 기반으로, 서편제는 ‘광주·나주·보성 등지 저쪽’을 터전으로, 중고제와 호걸제는 그 맥락으로 보아 ‘충청·경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하여 판소리 유파가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성립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판소리의 유파를 나누는 우선적인 기준은 전승 지역이다. 특출한 명창이 사는 지역이 자연스레 판소리 전승의 중요 거점이 되었다. 요즈음도 그러하지만 전통 사회에서는 명성과 교육 능력을 가진 명창이 사는 집에 학생들이 함께 기식하면서 오랜 시간 학습하였다. 같은 스승에게 사사하다 보니 배우는 이들의 소리 스타일 또한 비슷해졌다. 씩씩하고 웅장한 맛이 나게 소리를 끌어가거나, 애원 처절하며 기교를 부리는 것은 소리를 독자적으로 수련하여 이룬 특정한 명창의 능력이지만, 이것이 일가를 이루어 제자들에게 전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동일한 지역에서 불리는 동일한 스타일의 판소리가 된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명창이 사는 지역이 바뀌게 되면서 지역적 기준보다는 명창 자신의 기준에 따라 유파를 구분하게 되었다. “지역의 표준을 떠나서 소리의 법제만을 표준하여 분파되었다.”는 내용은 바로 동편제나 서편제가 전승 지역보다 ‘소리의 법제’에 의한 구분이라는 저간의 사정을 말해 주는 것이다. 특히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가문을 중심으로 유파를 나누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웠다. 송판 적벽가, 박유전제 심청가, 김세종제 춘향가 등은 가문으로 계승된 소리의 계보다. 사승 관계가 유파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명백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유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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