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1. 첫날, 첫국밥

삼칠일의 풍속과 음식

<금줄>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친다. 이것을 보고 외부 사람이나 상서롭지 못한 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출입을 삼간다.

아기가 출생한 지 7일이 되면 한이레(7일), 14일이 되면 두이레(2*7일), 21일이 되면 세이레 혹은 삼칠일(3*7일)라 하여 매 이레마다 새벽마다 아기와 산모를 위해 상을 차린다. 세이레 때는 삼신상을 산모가 먹은 후, 출산 직후부터 내걸었던 금줄을 내려 외부 사람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삼칠일은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전통 사회에서는 중요한 기간이었다. 이 시 기 동안 산모는 해산 후 감염이나 하혈 등의 후유증으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기 쉬웠고, 아기 역시 질병 감염, 배꼽 화농 등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곧 삼칠일은 아기의 배꼽이 아무는데 소요되는 시일이면서 동시에 산모가 건강을 회복하는 기간이었다. 그리하여 가족 이외의 사람들은 출입을 삼가고, 특히 상가(喪家)와 같이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의 출입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집안의 어른들은 삼칠일이 지나야 비로소 아기를 친척들에게 보여 주었고, 산모 역시 삼칠일이 지나야 하루 대여섯 차례 먹던 밥을 서너 번으로 줄여서 먹었으며, 이때부터 가벼운 집안일을 거들 수도 있었다.

요즘에는 삼칠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날을 매우 중시하여 손님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비록 음식은 흰 밥과 미역국에 나물 몇 가지만 장만하여 간소하게 차리지만, 1960년대 요리책에 삼칠일 식단표가 생일 식단표, 회갑 식단표와 나란히 제시될 정도로 의미는 매우 큰 것이었다. 표 ‘삼칠일 식단’은 방신영(方信榮)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60)에 나오는 것이다.

<표> 삼칠일 식단
삼칠일 식단표 (1) 1. 흰밥 2. 미역국 3. 너비아니 4. 갖은 나물 5. 마른찬 6. 김치 7. 깍두기 8. 실과
삼칠일 식단표 (2) 1. 흰밥 2. 미역국 3. 갖은 나물 4. 전골 5. 퇴각(튀각) 6. 김치 7. 깍두기 8. 실과

삼칠일에는 흰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이고 갖은 나물을 볶아 깨끗이 차리고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 함께 축하한다. 떡으로는 백설기를 준비한다. 백설기에는 그 깨끗한 색깔과 같이 신성(神聖)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삼칠일의 백설기는 아기와 산모를 속인(俗人)의 세계와 섞지 않고 삼신의 보호 아래 둔다는 의미에서 집 안에 모인 가족끼리만 나누어 먹고 대문 밖으로는 내보내지 않는 풍습이 있다. 때로는 수수경단을 만들기도 하였다. 예전에 궁중이나 부잣집에서는 매 이레마다 수수팥경단을 많이 만들어 큰 그릇에 수북이 담아 집 앞에 놓고 길을 가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을 ‘인부심한다’고 하였다. 수수는 붉은 빛을 띠기 때문에 잡귀가 물러간다는 속설에서 연유된 풍습이었다.

[필자] 윤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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