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기러기가 올라가는 초례상

혼례를 올리는 초례청(醮禮廳)에는 초례상(醮禮床)을 차린다. 초례상은 교배상(交拜床), 동뢰상(同牢床), 독좌상(獨坐床)이라고도 부른다. 초례청에는 병풍 앞으로 상을 놓고, 그 양편에 신랑과 신부가 마주서게 된다. 상 위에는 대나무와 소나무를 화병에 꽂고, 청홍의 초를 꽂은 촛대를 올린다. 상 위의 가운데에는 나무로 만든 기러기(木雁)와 술병, 술잔, 대추와 밤, 산자(饊子), 떡과 국수를 각각 한 그릇씩 올린다. 초례상에 올라가는 기러기는 원래 살아 있는 기러기를 써야 하지만, 점차 구하기 어려워지자 붉은색 보자기에 싼 삶은 닭을 쓰기도 하였고, 떡으로 기러기 모양을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서울에서는 흰 떡으로 쌍봉(雙鳳)을 만들어 쓰는데, 용병(龍餠)이라고 부른다. 기러기는 일생 동안 한 배우자만을 맞이하므로 기러기처럼 부부가 한평생 해로(偕老)하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소나무와 대나무는 굳은 절개를, 대추와 밤은 장수와 다남(多男)을 상징하므로 반드시 놓는다. 또 떡과 국수는 예서에는 서직(黍稷)을 쓴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떡과 국수로 바꾸어 올렸다. 이처럼 초례상에는 장수, 건강, 다산, 부부 금슬 등을 상징하는 음식과 물품을 올린다.
이 초례상을 앞에 두고 신랑과 신부는 합근례(合巹禮)를 올린다. 신랑과 신부는 초례상 앞에 놓은 소반 앞에 각각 앉는다. 신부의 도우미인 대반(對盤)이 따라 준 첫 잔을 안주와 같이 소반 위에 놓으니, 이는 백년가약(百年佳約)을 조상과 천지신명께 고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잔은 각자 마신다. 세 번째 잔은 신랑이 청실을 감아서 신부에게, 신부는 홍실을 감아서 신랑에게 건네어 각각 마신다. 이 합근으로써 백년부부의 맹세가 이뤄지는 것이다. 차려진 음식과 첫 술잔으로 먼저 신(조상신)에게 제사 드리고, 이후 신이 내려 주신 음식을 음복(飮福)하는 절차를 통하여 아내와 남편이 되는, 새로운 인간으로서 재생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161)
161) | 김상보,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를 통해서 본 조선 왕조 혼례 연향 음식 문화』, 신광 출판사, 2003, 10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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