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4. 돌아가신 분도 산 사람처럼

상례 절차

상례(喪禮)는 사람이 죽음을 맞고 그 주검을 갈무리해 장사 지내며 근친(近親)들이 일정 기간 슬픔을 다해 죽은 이를 기리는 의식 절차를 말한다. 출생이 통과 의례 가운데 시작 의례라면 죽음은 마지막 의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례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것은 죽음을 단절로 보지 않고 삶의 또 다른 연장이라고 보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죽음이 아주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본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고 인식하여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가셨다’ 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른은 아주 떠나간 것이 아니라 항상 주변에 머물면서 후손의 일을 돌보고 간섭하며 이끌어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한결같이 공경하고 섬기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였다.

예서에 나타난 상례는 모두 초종(初終)-습(襲)-소렴(小殮)-대렴(大殮)-성복(成服)-조상(吊喪)-문상(問喪)-치장(治葬)-천구(遷柩)-발인(發靷)-급묘(及墓)-반곡(反哭)-우제(虞祭)-졸곡(卒哭)-부제(祔祭)-소상(小祥)-대상(大祥)-담제(禫祭)-길제(吉祭)의 19단계로 나눠지지만, 실제로 행해지는 의례 절차는 첫째, 임종에서 대렴까지의 초종 의식, 둘째, 성복에서 안장(安葬)에 이르는 장송(葬送) 의식, 셋째, 시신을 묻고 처음 지내는 우제부터 길제까지의 의식이다.178)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초종-염습-성복-조상-치장-발인-급묘-우제-졸곡-소상-대상-담제의 12단계로 간소화되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수없이 많은 음식이 뒤따르게 된다.

<종명초혼(終命招魂)>   
19세기 말에 기산 김준근이 그린 풍속화로, 초혼에 차리는 사자상이다. 초혼하는 사람이 망자의 옷을 들고 상 앞에 서 있다. 저승사자는 세 사람이라는 생각에 따라 술과 밥, 간장을 세 그릇 차리고, 짚신도 세 켤레를 놓았다. 그림에는 다리가 제상에 올렸으나 멍석 위에 차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필자] 윤성재
178)유교식 상례에 대한 자세한 것은 정종수, 「유교식 상례」, 『상장례, 삶과 죽음의 방정식』(국사편찬위원회 편), 두산동아, 200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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