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2. 천오백 년을 이어온 대보름 약밥

[필자] 이정기

옛사람들은 달이 가득 차오르는 보름을 신비스럽게 여겨 음식을 마련해 언덕에 올라 떠오르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곤 하였다. 그래서 각 월의 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1월 보름은 대보름, 6월 보름은 유두, 7월 보름은 백중, 8월 보름은 추석이다. 특히 일 년의 첫 달 보름은 큰 보름, 곧 대보름이라 하여 명절로 삼아 한 해의 운을 점치기도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207)이라 하여 속절(俗節)로 삼았으며, 관리들에게 보름을 전후하여 3일 동안 휴가를 주었다.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정월은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며, 보름은 만월처럼 수확의 풍요를 상징한다. 그래서 대보름 저녁 떠오르는 달의 상태를 보며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농가에서는 이날 달이 예년에 비해 높이 뜨는지 낮게 뜨는지, 전날에 비해 달이 빨리 떠올랐는지 늦게 떠올랐는지, 혹은 달이 두터운지 엷은지에 따라 그해의 풍흉과 길흉을 점친다. 또한 달이 높이 뜨면 높이 있는 밭에 풍년이 들고 달이 낮게 뜨면 낮게 있는 밭에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달이 북쪽에 가까우면 산골짜기에 풍년이 들고 남쪽에 가까우면 바닷가에 풍년(풍어)이 든다고 하였다.

[필자] 이정기
207)정월 보름을 상원(上元), 7월 보름을 중원(中元), 시월 보름을 하원(下元)이라 하며, 이 셋을 가리켜 삼원(三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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